왜 비영리단체는 안되는가?
내가 일하는 푸르메재단은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준비하면서 저소득층 장애인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장애인 전용의 치과와 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치과와 재활센터를 관리하고 홍보할 직원이 부족했는데 얼마전 노동부의 청년인턴사업 공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조건도 6개월간 월급의 50%를 지원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6개월을 더 지원한다니 운영비가 넉넉지 않은 우리같은 비영리공익재단에서는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임승경
푸르메재단 간사
노동부의 지침을 꼼꼼히 읽은 뒤 설레는 마음으로 산하 담당기관인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해당 직원은 처음에는 “지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해놓고 잠시 후 막상 신청하려고 하니 “지원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청년인턴사업 설명서에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의 중소기업 또는 300명 이하, 매출 300억 이하의 병원이 대상이 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우리 재단에는 해당이 안되는 이유를 노동부 직원에게 물었더니 “비영리 재단법인 소속이라서 지원 자격이 없다”고 하고는 귀찮다는 듯이 역정을 내기도 했다. 담당 국장에게 전화를 해 그 이유를 다시 물었다. “비영리단체에 인력을 지원하면 6개월 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영리단체를 배제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어이 없는 답변이었다.
비영리단체가 지원된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최근 영리 기업들이나 공공기관에서 인턴인력을 받았다가 형식적으로 일을 시키고 기간이 끝나면 채용을 꺼려해 언론의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운영자금이 넉넉지 않은 비영리재단은 정부의 인력지원이 영리법인보다 더욱 절실하며, 그렇기에 인턴에게 책임감 있는 역할을 맡기고 이들을 잘 교육시켜 정규직으로 채용할 가능성도 높다. 설사 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는 비영리기업이 있더라도 이는 일부다. 영리기업도 정규직 채용을 잘 하지 않는 곳이 있는데 비영리기업에만 지원을 못해주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준인가?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일자리창출을 주장하고 국민들은 한 목소리로 청년실업 대책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의 이런 태도는 실망스럽고 옹졸하기만 하다.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청년들이 영리단체건, 비영리단체건 필요로 하는 곳에서 만족하며 일하고 정당한 댓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이 글은 2009.04.02 한겨레 컬럼 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