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는 값싸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인가?
자원봉사는 자발적으로, 돈을 받지 않고, 남을 위하여, 직접 참여하는 모든 활동을 가리킨다. 이중에서도 물질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특성, 곧 무보수성은 자원봉사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구성 원리이다. 그리고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언제나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비영리 기관 등에서 자원봉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강력한 이유가 된다.
이재원
푸르메재단 간사
한편, 자원봉사자는 값이 싼 만큼 책임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유급 직원처럼) 활동 전반을 엄격하게 통제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기에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원봉사자 때문에 당황하거나 발을 동동 굴러본 사람이라면 이 말의 뜻을 잘 이해할 것이다.
자원봉사는 일종의 선물이며 자원봉사자는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돈을 바라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느냐면 그것은 아니다. 모든 자원봉사자에게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 동기가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동기도 제각각이다. 시민적인 책임감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고, 종교적인 이유를 가진 사람도 있다. 친구나 가족이 권해서 동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 봤기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고 직업적인 경력을 쌓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원봉사자도 분명히 원하는 것이 있다'는 지점이다.
▲ 자원봉사자는 비영리기관을 단순히 돕는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일을 하는 대등한 파트너로 '대접'받아야 한다.
자원봉사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해 무조건 퍼 주고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 대가를 기대하거나 바라고 시작되지는 않지만 자원봉사자와 비영리 기관은 서로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이 원활하게 교환될 때 쌍방이 만족하게 된다. 자원봉사자가 왜 활동을 그만두는가?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 원하는 것들이 대등하게 교환되거나 만족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고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관에서 자원봉사자에게 줘야할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자원봉사자가 기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필요한 것은 환영의 인사이다. 반가운 인사와 밝은 미소는 모든 자원봉사자가 우선적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기관과 일감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교육이다.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일하는 기관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 하며 자신의 크고 작은 헌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싶어 한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 자원봉사자는 쉽게,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라는 가정이 무너지는 시점이다. 자원봉사자는 돈을 바라지 않지만, 자원봉사자와 지속적으로 의미 있게 만나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그리고 심지어 돈도 필요하다!활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나서는 진심어린 인정과 칭찬, 그리고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기관에 분명한 도움이 되어도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신의 활동이 기관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 본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자원봉사자에게,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풍성한 만족감을 준다. 활동 중 느끼는 불만사항이나 제안사항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인 체계도 필요하다. 본인의 의견을 기관이 소중하게 받아들인다는 느낌은 그 자체로 대단히 효과적인 인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과 조직적인 노력이다.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상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돈과 노력이 거의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자원봉사자를 적극적으로 모집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관의 관점일 뿐이다. 자원봉사자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그리고 도대체 왜 돈까지 써야하는지 의문스럽다면 본인이 낯선 곳에 가서 자원봉사를 시작하는 입장이라고 한 번 상상해 보라.
사람들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원봉사자를 값싸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인력으로 인식하곤 한다. 하지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원봉사자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유급직원을 쓰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시간과 관심, 노력이 들어가며 심지어는 예산과 각종 자원까지도 필요하다. 이것은 자원봉사자가 기관에 입맛과 필요에 들어맞는 로봇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있고 자원봉사를 통해 돈으로는 맛볼 수 없는 풍부한 경험과 감동을 기대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처음으로 갔는데 따뜻한 인사의 말 한 마디 없는 기관, 기관과 일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시간 없으니 우선 활동부터 하라는 기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적절한 인정과 칭찬이 없는 기관, 불만사항이나 제안사항을 이야기 할 기회가 없는 기관, 자원봉사자 활용에만 관심이 있고 필요한 투자에 인색한 기관, 이런 기관에서 누가 활동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