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미소원정대 이야기 ④ - 인술의 나눔
다시 ‘저 낮은 곳’을 향하여
- 2009 푸르메재단 네팔 미소원정대 이야기 ④ -
꿈만 같던 히말라야에서의 나흘이 흘렀다. 길이 없는 곳을 향해 길을 만들며 나아갔던 푸르메네팔미소원정대는 그렇게 모든 할 일을 마쳤다.
200명이 넘는 주민들을 진료하고 나니 환자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환자들의 치아상태를 진단했던 이금숙 대원(전남대 치대 교수)은 “대체로 상태가 심각하지만 지속적인 진료활동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구강상태는 절망적”
우선 20~30대 젊은이 가운데 트래킹 가이드나 포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경우 구강상태가 양호했다. 특히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계층이 좋았다. 이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의 같은 연령대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문제는 중장년층이었다. 이들의 치아는 대부분 전혀 관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복합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특히 히말라야 일대에 씹는 담배를 즐기는 전통이 있는데, 각종 질환은 물론 구강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금숙 교수는 “한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집중 진료활동으로 치아건강 관리를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라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6개월 내지 1년 단위로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접근방식을 적용해야 유의미한 연구조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고, 다른 지역에 봉사를 나갈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지속적인 의료활동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을 이루어 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는 말이다.
다행인 것은 네팔에서 최근 국가적으로 구강보건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카트만두나 포카라 등 대도시의 학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고산지대 주민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푸르메네팔미소원정대가 치료활동은 물론 예방교육에 힘을 쏟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는 게 치과의사 대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제대로 이를 닦는 것이 최선의 치아관리이기 때문이다.
지속적 의료지원으로 ‘건강 문화’ 바꿔야
이틀 걸려 올랐던 산길을 하루에 내려왔다. 천근만근 온 몸을 짓누르던 고소증세와 피로도 덧없이 사라지는 아침 안개처럼 종적을 감추었다. 힘겨운 삶에 찌든 고산마을 사람들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우리는 반드시 이곳에 다시 올 겁니다!”
어느덧 애정과 신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 대원들은 하산하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재단 직원들에게, 엄홍길 대장에게, 함께 걷는 동료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말이다.
우리를 내려놓고 도시로 사라졌던 경비행기가 무심한 프로펠러 굉음을 울리며 다시 우리를 맞았다. 그 비행기는 저산소에 시달리면서도 목적지인 남체를 향해 한발 한발 옮겼던 1박2일의 거리와 비교할 수 없이 먼 곳 카트만두에 한 시간도 채 안 돼 우리를 내려놓았다.
‘이제 끝났어. 우리는 할 일을 다 한거야…….’
‘남체’는 어디나 존재한다
그런데 왜 일까? 두 발은 대도시 카트만두의 복잡한 시내를 걷고 있었지만, 우리는 남체를 잊을 수 없었다. 사실 ‘남체’는 어느 곳에나 있다. 삶이 곤궁하고 막다른 길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고 애쓰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곳. 그곳은 우리나라에 있는 복지시설이거나 독거노인들의 냉방이거나 해 기운 종각역 지하통로에 들어서는 노숙자들의 골판지 숙소일 수도 있다.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남체’는 국경의 안팎을 넘나들며 어디나 존재하는 것 아닐까?
이방인들의 온 신경을 옥죄는 경적소리와 먼지로 카트만두는 뒤덮여 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산책을 나선 대원들의 발길이 닿는 어느 곳에도 가난과 질병, 무관심에 찌든 도시빈민들이 손을 내민다. 어찌 보면 어렵게나마 자급자족이 가능한 고산마을 사람들보다 더 막막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해낸 것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카트만두는 다시 정전으로 암흑에 휩싸였다.
더불어 행복한 삶을 향한 ‘또다른 시작’
다짐해본다. 나눔은 ‘행위’가 아니라 ‘과정’이다. 너와 내가 마음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멀지만 행복한 여정이다. 히말라야 고지대와 카트만두 시내에서 옷깃을 스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자. 그들과 마주쳤던 그 순간 꿈틀거렸던 마음의 온도를 기억하자. 그래서 내 생각과 행동, 나아가 삶을 바꾸자. 더 진지하게 ‘우리’에 대해 고민하자.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해.(끝)
글 = 정태영 푸르메재단 팀장 / 사진 = 김성재 푸르메재단 사무국장
네팔미소원정대 이야기
① 3,450m 네팔 고지에 꽃피운 '인술(仁術)의 나눔'
1월 22일 아침 6시 차가운
아침 공기와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인천공항. 푸른 모자를 눌러 쓰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들이 커다란 짐을 메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서울,
부산, 광주...
푸르메 미소원정대의 네팔 도착
둘째날인 지난 1월 23일. 모든 대원들은 이른 아침을 챙겨먹고 히말라야 산악지역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위해 다시 공항으로 이동했다...
“헉, 헉…….” 트래킹 내내 고소증세에 시달렸던 거구의 이동준 미소원정대 진료팀장(41·푸르메나눔치과 부원장)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
싶을 만큼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