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에서 배운 나눔의 삶 - 2009 거제도 희망여행을 다녀와서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저 멀리 둑 위에서 하늘 높이 연을 날리며 강현이가 뛰고 있었다. 모두들 함성을 질렀다. 누군가 연을 띄우는 방법을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누군가 옆에서 같이 뛰고 있지도 않았지만, 혼자서, 그렇게 씩씩하게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하늘 위 솟은 연과 함께 2009년 희망을 그렸다.
여행을 떠나기 2~3주 전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푸르메재단에서 장애청소년들과 함께 한 해를 정리하는 여행을 가는데 후원자들을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크지 않은 액수로 재단에 기부를 해왔던 것이 전부인데, ‘후원자’라는 이름을 달고 이 자리에 가도 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거제도 여행’이라는 단어가 학업에 지쳐있던 나를 사로잡았고, 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재단의 식구들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냉큼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쑥스럽지만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인데, 나는 마음에는 늘 푸르메재단을 품고 있지 않았는가.비록 화장실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푸르메재단에서 매월 보내주는 열린 지평 잡지를 들춰볼 때였을 뿐이라도!
나와 푸르메재단과의 인연은 2005년 시작되었다. 멀리 경기도 일산에 있는 푸르메재단 백경학 이사님의 집에 초대받은 쌍둥이 동생은 어느 날 이러이러한 재단이 있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어왔다. 일전에 푸르메재단의 음악 행사에 자원봉사했던 동생을 이사님은 기꺼이 당신의 댁에 초대해주셨던 것이다. 그 때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갔던 나는 백 이사님의 가족들과 재단 식구들, 후원자인 이웃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푸르메재단을 알게 되었다.
기억컨대, 푸르메재단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있어 꼭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장애, 비장애를 떠나 ‘어울리는 것, 나누는 것’에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런 믿음과 자연스러움으로 인해 나는 기꺼이 푸르메재단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던 것이다.
▲ 맨 오른쪽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후원자 김민희님
이번 희망여행에서 나는 역시나 변하지 않은 그 때의 푸르메재단의 모습을 되새길 수 있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고, 각자의 삶, 우리의 이웃과 사회에 대한 희망을 공유할 수 있었다. 멋진 시를 읊어가며 우리의 마음을 찡하게 울렸던 ‘지혜롭고 아름다운’ 청소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해주신 여러 작가 선생님들, 늘 푸르메재단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는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 그리고 행사를 멋지게 꾸며준 푸르메재단 식구들이 ‘함께’ 하였기에 이 자리는 더욱 빛이 났다.
▲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보대사 이지선님, 후원자 김민서님, 김민희님, 예쁜 소연이, 푸르메재단 임승경 간사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올 한 해를 계획하며 내 삶의 일부분에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담아두고 여러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결심한다. 나누는 삶. 함께 어울리는 삶. 내가 푸르메재단으로부터 얻은 최고의 선물이며, 이것이 바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글 = 김민희 (푸르메재단 후원자·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