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는 길
아들을 통해 알게 된 행복
나는 사람의 행복이란 보물처럼 찾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수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었던 순간에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행복'이 삶 안에 있다고 깨닫게 해준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발달장애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 첫째 아들 승훈이다.
처음 승훈이가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힘이 들었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방황하며 보내던 어느 날, 그 힘겨운 사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승훈이를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같은 아내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며 현실을 받아들일 용기가 생겼고,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아빠,사랑해요"라며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승훈이를 볼 때마다 다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깊은 바다에 숨겨진 보물처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작년에 방영된 KBS <인간극장>은 많은 고민과 진통 끝에 방영된 프로그램이다. 우리만의 아픔과 행복을 대중 앞에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과 그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제작진은 긴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을 설득했다. 방송을 통해 승훈이와 같은 발달장애아가 있는 가정을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밝고 건강하게 바꾸고, 또 다른 가정에도 희망을 주자는 설득에 우리 가족으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다행이도 방송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우리 가족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느꼈고, 우리와 같은 환경의 가족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사회복지 사업가
방송을 계기로 그동안 꿈꾸어 왔던 사회복지사업을 시작했다. 내가 무엇보다도 잘 아는 분야인 공연을 기획하고, 그 공연의 수익금으로 발달 장애아를 위한 학교를 만드는 사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을 보면 이미 자원봉사는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남에게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 자체가 스스로의 자아와 인격을 풍요롭게 하고 본인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나는 지금 새로운 사회복지사업가의 길로 가려고 한다. 사회복지법인을 준비하면서 장애인들의 삶과 사회통합에 관심이 생겼다. 내 아이도 언젠가 세상의 한 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세상이 단절되고, 장애인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연예인이 사회복지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컬쳐엠 공연을 통해 수익을 발달장애아를 돕기 위한 법인 설립에 쓴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던졌다. 그러나 장애아를 둔 아버지로서 이 땅에 장애인의 삶에 대해 알고 있고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설립하려고 하는 복지법인은 문화를 통한 나눔을 실천하여 '즐거움을 통한 기부 문화'를 선도할 것이고, 장애아와 비장애아동이 함께 사회 속에 어울려 살 수 있는 통합학교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미약하지만 성경말씀에도 나와 있듯이 "처음은 미약하지만 그 나중은 창대해지리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사회복지사업가의 길을 걷고자 한다.
이상우_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가수로 데뷔. 5집까지 앨범을 발표하면서 대중가수로서 인기를 얻었다. 그 후 발달장애를 가진 첫째 아들 승훈이에 대한 사랑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회복지사업가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현재 (주)원업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로 공연 기획에 힘쓰고 있으며, 그 공연 수익을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장애인과 일터>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