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몸짓 - 댄스동아리 몸짓
‘단지 널 사랑해, 이렇게 말했지. 이제껏 준비했던 많은 말을 뒤로한 채, 언제나 네 옆에 있을게. 이렇게 약속을 하겠어. 저 하늘을 바라다보며~.‘ HOT의 ’캔디‘ 음악이 복지관 3층 연습실에서 흘러 나왔다.
연습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청소년 7명이 빨간색 T셔츠를 입고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떼였다 하면서 음악에 맞춰 춤 연습에 한창이다. 연습실은 어느새 땀과 열정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주인공들은 다훈증후군 6명과 지적장애인 1명으로 구성된 다운복지관 댄스동아리 ‘몸짓’. 여자 6명, 남자 1명. 춤추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오고가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선생님의 신호와 소리에 맞추어 아이들은 모였다 흩어졌다, 손으로 모양을 만들면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2003년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문을 연 다운복지관에서는 개관 초부터 재즈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20명 정도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부모들은 아이들 중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끼가 있는 아이들이 참여하면서 동아리가 결성됐다.
‘몸짓’ 동아리는 그렇게 장애아 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는 박옥주 씨는 “ 무엇보다 아이들이 남 앞에 서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다.”고 말한다.
지난해 ‘몸짓’은 11차례 공연을 했고 올들어 벌써 4번 공연을 했다. 외부 행사나 복지관 행사가 있을 때 몸짓은 단골로 출연한다.
연습은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서 한다. 춤을 마스터하기까지 평균 2-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댄스곡이지만 비트가 좀 약한 곡 위주로 연습을 한다.
1년 전부터 춤을 가르치고 있는 임지훈 씨는 “계속 이어지는 춤동작을 서툴지만 요령피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 참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현재 몸짓의 멤버는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고등학생들이다.
한번은 공연을 하는데 준비한 음악이 중간에 나오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처음부터 다시 해. 이것은 아니야.”하면서 공연을 중단하고 다시 시작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음악과 춤이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춤이 나오기까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연습실뿐만이 아니라 집에서도 음악에 맞추어 연습을 하고 또 했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일이 있어도 매주 화, 금요일 만큼은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만큼 일주일 중 이 시간이 가장 기다려지고 즐거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몸짓 동아리에서 유일하게 남자 학생인 김승욱군은 왜 춤을 추는지 질문을 하자 “춤을 출 때가 가장 재미있고 기분이 좋다.”고 한다.
현재 몸짓은 제 3회 장애인댄스경연대회에 참가하기위해 맹연습중이다. 작년에 우수상을 탔는데 올해는 대상을 노리고 있다.
‘몸짓’은 세상을 향해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체계적으로 인원도 구성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동아리 프로그램의 재정비도 해야 할 시기이다. 또한 보다 전문적인 장애인 댄스 팀으로 키우기 위해 주위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클론의 강원래씨는 ‘ 1% 가능성도 안 되는 그런 희망보다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좀 더 편안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고 말한 적이 있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문화 예술방면에 끼가 있는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 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이 댄스 동아리 ‘몸짓’의 시작은 언젠가 세상에서 우뚝 서서 당당하게 춤으로 세상을 향해 말을 할 때가 올 것이다. 원더걸스의 ‘텔미’곡이 흘러나오자 그들의 몸짓이 다시 떨기 시작했다.
글/ 사진= 임상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