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리노미야 전문 병원(森之宮病院)-선택과 집중의 재활병원 모델
일본 오사카에 있는 모리노미야(森之宮)병원은 뇌졸중 환자를 위한 병원이다. 오사카의 인구 밀집지역에 있는 이 병원은 프로그램과 시설 면에서 일본에서 손꼽히는 재활병원이다. 특히 351병상 가운데 120병상을 회복기재활 전문병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회복기 재활치료의 모델을 보여준다.
회복기재활이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발병 직후 집중적인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한 시기인 급성기(acute)와 요양기를 잇는 중간단계다. 아급성(sub-acute) 의료서비스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기의 치료는 질병, 수술 등으로 급성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회복치료와 재활을 위해 추가적인 의료기관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의료서비스의 진행과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미국에서 개념화된 아급성 의료서비스는 급성기 병원들의 재원일수를 줄이고 치명적 질병이나 손상으로부터 생존률을 높이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급성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으면 그만큼 기능회복이 빨라져 환자의 사회복귀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사회 전체로 봐서는 노동력 손실, 의료지원 등 일련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급성기 이후 의료서비스 기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급성기 병상에서 퇴원한 환자들이 연계된 회복재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전국의 재활병원이나 요양원을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팀을 이뤄 집중적인 재활치료
뇌졸중 전문병원인 모리노미야병원은 유럽식‘스트록 유닛’(stroke unit)를 모델로 삼고 있다. 스트록 유닛은 연관분야의 의사, 간호사, 치료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뤄 뇌졸중 환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 일반적인 재활 치료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치료 효과가 높기 때문에 빠른 사회 복귀가 가능하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모리노미야병원 외관.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공간의 효율이 강조된 아파트형 건물이다.
병원 4층 평면도.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일조권 문제로 삼각형의 구조를 하고 있다
일본 회복기재활병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미야이 이치로(Ichiro Miyai) 모리노미야병원 원장대리는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2000년부터 회복기재활병원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일본의 재활의료서비스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0년 당시 전무했던 전문 회복기병상의 수가 지금은 인구 10만명당 31병상으로 늘어났다는 것. 이 수치를 50병상까지 높이면 뇌졸중 뿐 아니라 교통사고 등까지 포함한 회복기재활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야이 원장대리. 손상된 뇌가 초기의 재활치료를 통해 얼마나 회복되는지 연구중이라며 회복기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회복기재활 전문병원이 이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서비스 수가가 현실화되었기 때문. 이전의 의료보험 체계에서는 회복기재활 개념이 인정되지 않아 입원이 장기화되면 입원기본금이 낮아져 병원이 회복기재활 환자를 기피했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한 두달이 지나면 재활환자의 퇴원을 종용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재활병원도 수익 낼 수 있다”
미야이 원장대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회복기재활 환자들은 입원기본금(검사료, 약값 등)으로 1만6800엔, 물리치료 등 재활치료비로 20분당 2500엔을 낸다. 이렇게 따지면 총 치료비가 한달에 100만엔 정도되고 이 중에 개인 부담은 20만~30만엔이라고 한다. 병원 입장에선 일정 규모가 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복기 재활병동 마련에 적극적이다.
일본의 상황은 재활전문병원이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보건산업연구원의 한 보고서(재활의료서비스 민간확대를 위한 민간보건자원 참여 활성화 방안, 2005)를 보면, 의료수익의료이익률((의료이익/의료수익)x100)에서 재활병원 두 곳은 모두 이 비율이 -23.7%와 -21.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수익의료이익률은 병원의 의료부문에서 발생하는 의료이익을 의료수익과 비교하여 수익성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로,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은 의료부문의 비용이 이익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351병상 규모(회복기재활 전문 120병상, 소아전문 49병상, 기타 급성기 환자 포함 일반병상 191개)의 모리노미야병원에는 재활전문의사가 17명, 치료사는 161명이다. 치료사의 수가 병상 2개당 1명 꼴로, 집중적이고 충실한 재활치료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런데도 미야이 이치로 부원장은 “앞으로 치료사를 50명은 더 충원해야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모리노미야 병원에서 입원 환자는 하루 3시간 정도의 물리치료를 받는다.
병원복도에 마루가 깔려 있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모리노미야 병원의 휴게실
퇴원 이후까지 상담한다
초기 집중투자의 목적은 환자의 빠른 재활과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모리노미야 병원에서는 일상생활 복귀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아울러 실시하고 있다. 병원 안에 일반적인 가정집 형태의 시설을 설치해 놓고 일상생활 기기를 다루는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재활 치료에 가족을 동참시키는 것도 강조된다. 환자 상태에 대한 이해, 환자를 돌보는 요령을 익히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일반 가정과 유사한 환경으로 꾸며놓고 환자의 적응을 돕는다. 이 싱크대는 높낮이가 조절된다
재활환자가 달라진 몸의 조건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다다미방을 마련해뒀다
일정 기간의 재활 치료가 끝나면 이후의 일정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책임지고 상담한다. 그간의 치료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를 문서로 작성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확인받는다. 필요한 경우엔 환자가 퇴원 후 생활하게 될 가정을 직접 방문해 환경을 파악하기도 한다. 퇴원 이후의 생활에 대한 상담은 의사 1명이 환자 25명을 책임지는 식이다.?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70%는 퇴원 후 집으로 가고, 중증장애인이나 독신자의 경우는 장기요양병원이나 노인홈으로 향한다고 한다.
입원에서 퇴원, 심지어 퇴원 이후까지 관리하는 모리노미야 병원의 모습은 의료서비스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환자 유치를 위한 노력의 이면에는 외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숨어 있을 수도 있지만, 재활병원이 정부나 보험사의 지원 없이 독자적인 수익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병원이 돈을 버느냐 벌지 못하느냐는 문제 자체가 우리의 관심사는 아니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면, 지금처럼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일이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모델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환자의 회복이나 사회적 비용 면에서 ‘초기 집중투자’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한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서도 회복기 재활치료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의료보험 제도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이 마련되어서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쓰러진 이들에 대한 충분한 안전망이 확보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전미영 사무국장, 사진/ 백은영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