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이것이 나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희생한 이야기. 그것이 아버지가 주신 귀한 선물이었다.”


최근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다시 보았다. 김밥을 먹으러 들린 분식집에서 틀어놓은 TV를 통해서였다. 전에 여러 번 본 영화였고, 이미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나는 먹다 만 김밥을 앞에 둔 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느 유태인 가족의 수난사를 깊은 유머로 그린 영화다. 어린 아들, 부인과 함께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온 주인공 귀도는 아들 조슈아에게 ‘이 모든 것은 탱크 따먹기 게임’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자신들은 재미있는 게임을 하려고 특별 선발된 사람들이고 게임에서 1,000점을 먼저 딴 사람은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말이다.



영화는 아들에게 끔찍한 현실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다가 끝내 죽게 되는 귀도의 노력을 웃기지만 절절하게 보여준다. 특히, 귀도의 죽음을 총성만으로 처리한 장면과 실제로 만나게 된 탱크의 모습을 보며 ‘게임에서 이겼다’고 기뻐하는 조슈아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이 절로 흐르게 만든다.



“엄마!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1,000점을 땄어.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

“우리가 일등이야! 탱크를 탈 거야!”


눈물을 훔치다가 어떤 얼굴들이 떠올랐다. 푸르메재단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지선이와 지선이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지선이는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선천성심장결손, 간질, 그리고 지적장애를 가진 7살의 어린이다. 지선이는 푸르메재단의 어린이재활센터에서 한방치료와 언어치룔 받고 있다. 재활치료가 있는 월요일, 금요일에는 멀리 오산에서 ‘산넘고 물건너’ 서울까지 온다.

얼마 전 지선이는 워킹온더클라우드라는 신발회사에서 제공한 정형신발을 지원받았다. 발 측정을 위해서 매장을 방문하던 날, 우리는 함께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선이는 행인을 기둥 삼아 엄마와 재미있는 숨바꼭질을 했다. 언어능력이 미약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1,000점을 땄어.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 우리가 일등이야! 인형을 탈 거야!”


푸르메재단에 재활치료를 받으러 나오는 다른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님 모습도 지선이네와 다르지 않다.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표정을 가진 수정이와 늘 밝은 모습으로 생수배달을 하시는 아버지, 다운증후군인 장난꾸러기 경민이와 경민이가 세상에서 가장 큰 희망의 빛이라는 경민이 어머니...


장애어린이 부모들의 공통된 소망은 ‘아이보다 하루 일찍 죽는 것’이다. 자기 목숨도 아낌없이 바칠 수 있을 만큼 귀한 아이가 세상에 혼자 남는 상황을 살아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모든 삶의 국면에서 제외하려는 차가운 사회 속에서, ‘남들보다’가 아니라 ‘남들만큼만’ 대접받는 삶을 물려주고 싶어서 하루 종일 온갖 병원과 치료센터로 뛰어다니시는 부모님의 모습이다.


조슈아와는 달리 지선이는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어머니도 지선이도 답답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손을 꼭 잡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지선이는 똑같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함께 웃으며 밝은 거리를 걷고 있다.


엄마가 알려 준 인생은?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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