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마실 장옥윤 선생님
“빨리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지금은 너무 부끄럽습니다.”
푸르메재단 설립 초기부터 개인 후원을 해주신 한복연구가 장옥윤 선생님. 이 분이 최근 수의(壽衣) 전문점 <천국마실>을 열고 수익금의 일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겠다는 고마운 소식을 전해왔다.
수의 전문점이라고 하면 싯누런 삼베옷을 떠올리게 되는데, <천국마실>의 소개 책자를 넘겨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의가 이렇게 곱고 예뻐요? 이건 결혼 예복 아닌가요?” 하는 물음에 장옥윤 선생님은 특유의 소녀 같은 미소를 짓는다.
“옛사람들은 생전에 입던 옷 중에서 가장 고운 옷을 골라 수의로 준비했답니다. 살아 있을 때 입었던 가장 아름다운 옷인 혼례복을 수의로 입었어요.” 장 선생님이 강조하는 건 상복과 수의는 다르다는 점. 상주가 입는 상복은 부모를 잃은 슬픔과 효를 다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수의는 이생에서 고인이 입는 마지막 옷이기에 최고의 성장(盛裝)을 입혀드리는 것이 우리의 전통 관습이라는 것이다. <천국마실>이라는 이름에도 이생을 마감하고 천국으로 가는 마실길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장 선생님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동시에 의상학을 부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옷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 옷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역사학 중에서도 한국중세복식사를 공부했고, 의상학을 부전공하며 색채이론, 패션디자인론을 함께 공부했지요.”
전통 복식사에 대한 관심의 깊이가 남달랐다고는 하지만, 왜 하필 수의를 직접 만들게 되었을까.
“친정 어머니가 당신이 입으실 수의를 만드시겠노라고 동대문에서 삼베를 떠왔을 때 왈칵 짜증을 내고 말았어요. 어머니가 죽음을 준비하시는 것 자체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특히 싯누런 삼베천이 주는 불쾌감, 삭막함은 뭐라 말할 수 없었어요.”
죽음은 왜 꼭 삼베처럼 칙칙하고 거칠어야만 하는 것일까. 탄생과 결혼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죽음도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장옥윤 선생님은 불혹을 막 넘긴 시점에서 새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의복구성학, 봉제과학, 복식사 등을 이수한 뒤 전통한복 전문가 순남숙 박사에게 사사받은 뒤 마침내 현대에 맞게 재구성된 전통수의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수의가 아무리 고운들 이미 죽은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어요. 아니에요. 수의는 내세로 갈 때 입는 예복이거든요. 고인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이 담긴 옷이지요. 아쉬움 없이, 품위 있게 떠나는 모습을 보면 죽음을 준비하고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도 함께 고와지지 않을까요?”
전통 복식을 철저히 고증해 만든 수의, 산 사람이 입고 싶을 정도로 곱고 아름다운 수의를 만날 수 있는 <천국마실>이 앞으로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천국마실>의 수익금 일부는 푸르메재단에 기부됩니다.
특히 푸르메재단 후원 회원들께는 수의 가격을 할인해 드리겠다고 합니다.
천국마실 연락처 02-823-2212
홈페이지:www.soo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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