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떠난 유럽여행 ①
사람들은 종종 꿈이 무엇이냐고 내게 묻는다. 그럴 때 마다 “내 꿈은 재활병원을 설립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막 성인이 되었던 20살 무렵 책에서 재활병원을 설립하기위해 자금을 빌리러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는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이후 내 인생의 목표를 재활병원 설립이라고 마음먹게 되었다.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나가다 보니 푸르메재단을 알게 되었고 나와 이상이 같은 푸르메재단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서울의 여러 재활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 만큼 재활시설과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는 않았다.이런 이유로 나는 해외 재활시설과시스템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유럽배낭여행을 결행했다. 3개월 동안 유럽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한 뒤, 결국 지난 11월에 배낭 하나만 달랑 짊어진 채 꿈을 찾아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독일 뮌헨 근교에 있는 회엔리트 재활병원이었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우리나라 검색 사이트에는 전혀 해외 재활 시설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푸르메재단이 소개한 해외재활시설 이름만 가지고 물어물어 찾아가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막상 도착하고 나니 넓고 푸른 잔디 위에 펼쳐진 병원의 전경을 배경으로 하얀 눈과 오후의 햇살이내게 알 수 없는 힘을 솟아나게 만들었다.
2007년 11월 회엔리트 재활병원의 모습
어떻게병원을 둘러봐야할 지 서성이다 "학생인데 견학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OK. 안내 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견학하는 거라 아쉽기도 했지만 사진으로 보던 것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병원의 시설은 말 그대로 호텔수준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물론 첨단 재활 시설에 이르기까지 여기 내가 보는 것이 바로 완벽한 재활병원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놀랍고 신기한 눈으로미술치료실, 음악치료실, 놀이치료실, 작업치료실 등을 둘러보았다. 운동치료실에서 전공과 관련된 치료실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운동치료사가 다가와 환자의 사생활을 위해 사진촬영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한다. 학생인데 견학중이니 나가서라도 촬영을 하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하마터면 병원에서 쫓겨날 뻔 했다. 그만큼 환자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쓰며 환자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회엔리트 재활병원 원동치료실의 모습
병원을 나와서 병원 뒤 슈타른베르크 호수가 있는 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갔다. 신선한 공기며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 덕분에 환자들은 저절로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하루 밖에는 견학 하지 못했고 그나마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격을 받기에충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진재활시설 및 시스템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환자들의 안정된 모습과 치료사들의 여유 있는 모습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돌아오는 길에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재활병원이 없는 걸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 무겁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내가 할 일을 찾은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찼다. 삶의 목표가 더 뚜렸해졌다고 할까.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견학이 아니라 직업 교육이나 연수를 하고 있다. 내 가슴 속에는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슈타른베르크 호숫가에 있는 산책로
송명익_ 단국대학교 운동처방재활학과 3학년 재학중이며장애인 재활치료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있습니다. 현재 푸르메재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