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기쁨, 경민이
안녕하세요? 저는 우단희입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세 살바기 경민이의 엄마고요, 지난 8월 말부터 푸르메재단의 한방장애재활센터에 경민이와 함께 나가고 있습니다. 연말 책자에 경민이의 사연을 싣고 싶다고 하셔서 솔직하게 우리 가족의 사연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경민이의 장애는 두 돌 무렵에 발견했어요. 염색체 검사를 했습니다. 한달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말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어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으며 때로는 ‘아닐꺼야’하고 위로도 하고, 때로는 ‘맞다’고 절망도 하고. 결과를 받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눈물도 나지 않더라구요.
문제는 다음부터였습니다. 올 여름에 참 더웠잖아요. 집 나서기도 두렵고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것 같고 온통 창피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어요. 나름대로 사회적 지위도 있고, 꿈도 있고 아무튼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다 무너지는 거예요.
내 마음 속에서 수도 없이 경민이를 죽였어요. 애가 제 인생의 걸림돌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요. 오늘은 아파트 13층에서 떨어뜨리는 상상을 하고, 내일은 물에 빠뜨려 죽이는 상상을 했죠. 내가 보이는 데서 애를 죽여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수도 없이 죽이고 또 죽였어요.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잖아요. 용기도 없고 또 내가 죽이면 경찰 조사받는 것도 무섭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렇게 두 달이 흘렀어요. 두 복지관에서 아이의 발달과정을 체크하고 장애등록도 하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죠. 남편과 저의 모습은 완전히 괴물처럼 변해가고 집에서는 웃음도 사라지고 그 와중에 경민이는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다행히 그때 다운증후군 아동을 위한 부모모임 카페에 가입해서 서로 위로받고 위로하며 마음의 안정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어요.
감정이 바닥까지 내려가고 나니까 세상에 무서운게 없어지더라고요.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고, 내가 가진 기득권 버리고, 오만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하루하루 재롱도 늘고 예쁜 짓하는 아이를 보면 이젠 그때 내가 가졌던 몹쓸 생각들이 오히려 미안하죠.
푸르메재단 한방장애재활센터는 부모모임 카페에서 광고를 보고 전화연락을 해서 찾아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푸르메재단을 잘 몰라서 어떤 단체일까 걱정도 했는데 신문기사를 읽고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장애 어린이를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용기가 필요한 ‘사람’으로 받아주시죠. 그리고 경민이 같은 경우엔 치료 효과가 상당히 좋아요. 처음 치료 받으러 왔을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죠. 일단 다리에 힘이 많이 생겨서 배꼽 인사도 잘 하고 밖에서 놀 때도 잘 걷고 뛰면서 놀아요. 그리고 체형도 바뀌었고 키도 많이 컸어요.
제가 아이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웃기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과도한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곳에서 기쁨을 느끼고 만족을 하죠. 며칠 전 잠을 자는데 경민이가 배가 아파 칭얼거리는 거에요. 모른 척 하고 있었더니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 두유를 들고 와서 흔드는 거예요. 너무 귀여워서 “경민이 이게 뭐예요?” 하고 별 기대하지 않고 물었는데 “우유” 하고 대답하는 거예요. 너무 기특해서 남편한테 “자기도 들었어?” 했더니 웃으며 “응” 하더라고요.
우리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푸르메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이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영속적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이 활동이 밑거름이 되어 재활병원의 초석이 되면 좋겠구요. 그때는 저도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