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동계올림픽 2관왕 김윤지, 10㎞ 휠체어 마라톤 첫 완주…“색다른 경험했어요”

동계올림픽 2관왕 김윤지, 10㎞ 휠체어 마라톤 첫 완주…“색다른 경험했어요”

2026-11-08 양종구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을 출발해 노을공원과 하늘공원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린 ‘넥슨과 함께하는 2026 미라클365 푸르메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3개)을 획득한 김윤지(20·한국체대)도 출발선에 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2관왕 김윤지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일대에서 열린 ‘넥슨과 함께하는 2026 미라클365 푸르메런’ 10km에 참가해 즐겁게 질주하고 있다. 포장 도로(왼쪽)와 비포장이 섞인 코스였지만 시종 밝고 활기차게 휠체어를 밀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2관왕 김윤지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일대에서 열린 ‘넥슨과 함께하는 2026 미라클365 푸르메런’ 10km에 참가해 즐겁게 질주하고 있다. 포장 도로(왼쪽)와 비포장이 섞인 코스였지만 시종 밝고 활기차게 휠체어를 밀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윤지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대회 10km에 출전했다.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개인 좌식 선수로 스키를 타고 10km와 12.5km를 질주하고, 훈련 땐 60km까지 소화하기는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 질주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김윤지는 처음부터 거침없이 휠체어를 밀었다.

약 1.5km 지점에 있는 다소 가파른 구름다리를 힘차게 올랐다. 4km를 지나며 다시 내리막에 이은 약 50여m 가파른 오르막도 힘든 기색이 없이 밀고 올라섰다. 이후 약 2km 이어지는 맨땅 길도 반환점을 돌아 달리는 러너들에 활짝 웃는 얼굴로 “파이팅”을 외치며 질주했다. 잔자갈이 많아 휠체어가 덜거덕거렸지만, 개의치 않고 더 힘차게 휠을 밀었다. 레이스 후반 약 7km에서 8.5km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다 다소 가팔라지는 오르막이 최대 고비였지만, 김윤지는 가뿐히 넘은 뒤 이어지는 내리막을 쏜살같이 내달렸다. 김윤지는 1시간 9분 47초에 완주했다. 김윤지는 러너들과 함께 달렸기 때문에 레이싱용이 아닌 일반 휠체어를 이용했다.

'넥슨과 함께하는 2026 미라클365 푸르메런’에 참가한 홍보대사와 장애인 참가자들이 출발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넥슨과 함께하는 2026 미라클365 푸르메런’에 참가한 홍보대사와 장애인 참가자들이 출발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스키는 폴을 앞에서 뒤로 미는 스포츠다. 휠체어 마라톤은 그 반대로 바퀴를 뒤에서 앞으로 밀어야 전진한다. 전혀 다른 근육을 써야 했지만 김윤지는 “제가 7살 때부터 휠체어를 탔어요. 전혀 문제없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휠체어를 일상생활을 위해 타는 것과 10km 단축 마라톤 질주를 위해 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했다. 한 번 밀 때 50cm를 간다고 단순 계산해도 10km면 약 2만 번, 내리막을 감안해도 엄청난 횟수를 밀어야 한다. 오르막 땐 자칫 뒤로 밀리기 때문에 더 빨리 밀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필자는 김윤지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 함께 달렸는데 휠체어를 단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다.

김윤지는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레이스에 임했다. 출발 때 섭씨 0도, 체감 온도 영하였지만 “전 동계 스포츠 선수예요”라며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출발한 뒤 2km를 넘어서자 “좀 만 더 가면 4분의 1을 달려요”라고 했고, 8km 이정표가 보이자 “이제 5분의 1만 더 가면 돼요”라고 했다. ‘오르막이니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고 하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 때 신나게 가면 되죠”라고 했다. 그리고 항상 웃으면서 얘기했다. 항상 웃는 얼굴이라 ‘스마일리(smiley)’로 불리는 이유를 이번 레이스를 함께 하며 알게 됐다.

김윤지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때 모습. 동아일보 DB김윤지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때 모습. 동아일보 DB

이런 정신력과 긍정적인 마음이 김윤지를 세계적인 선수로 만들었다. 김윤지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단일대회 최다 메달을 목에 걸며 새 역사를 썼다. 종전 단일대회 패럴림픽 최다 메달은 19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 강성국(금 2개, 은메달 2개)과 2008년 베이징 대회 홍석만(금 1개, 동메달 3개)의 4개였다. 올림픽으로 범위를 넓혀도 빅토르 안(러시아)이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2006 토리노 대회에서 딴 4개(금 3개, 동메달 1개)가 최다였다. 이들의 기록은 모두 단체전 메달을 포함하고 있지만 김윤지는 5개의 메달을 모두 개인전에서 일궈 냈다.

김윤지는 “마라톤을 처음 달렸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약간 색다른 도전이었어요. 10km를 달릴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달릴 수 있어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엔 장애 어린이와 가족 200여 명과 러너 3000여 명이 참가해 10㎞를 달리고, 3㎞를 걸었다. 푸르메재단 홍보대사인 가수 션,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도 참가해 장애어린이, 시민과 함께 달리고 걸었다. 션은 2017년 첫 대회부터 해마다 빠짐없이 참여해 왔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가수 션(오른쪽)이 장애인들과 함께 질주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푸르메재단 홍보대사 가수 션(오른쪽)이 장애인들과 함께 질주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이번 대회는 넥슨재단과 ‘넥슨 히어로 30 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넥슨 히어로는 유저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2024년 넥슨 창립 30주년을 맞아 22개 게임에서 16만 명의 유저가 참여해 총 34억 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며, 이 기금은 어린이 의료 지원을 위해 쓰이고 있다. 이와 함께 넥스틴, 이피코리아, 삼성SDS, 혼다코리아, 마이크로킥보드가 기금을 지원했으며, LG생활건강, 대웅제약, 롯데칠성음료, 팔도, 삼성헬스, 르망고 코리아, 타가, 믹순 등에서 기념품과 경품을 후원했다. 수익금은 모두 장애어린이 재활치료에 쓰인다.

김정욱 이사장은 “넥슨은 유저들과 함께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건립부터 지금까지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힘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며 “오늘 아이들과 시민이 함께 달리는 모습을 보며 나눔이 만드는 변화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전했다.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뒤)이 이민호 군과 함께 달리고 있다. 원인 불명의 척수 질환으로 목 아래의 신체를 거의 움직이지 못하던 이 군은 2년 전부터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호전됐다. 푸르메재단 제공푸르메재단 홍보대사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뒤)이 이민호 군과 함께 달리고 있다. 원인 불명의 척수 질환으로 목 아래의 신체를 거의 움직이지 못하던 이 군은 2년 전부터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호전됐다. 푸르메재단 제공

백경학 상임대표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10년 동안 많은 장애어린이와 가족에게 희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과 기업의 따뜻한 나눔 덕분”이라며 “병원의 지난 10년이 시민의 마음으로 만들어졌듯, 앞으로의 10년도 장애어린이와 가족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더 많은 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2005년 설립된 푸르메재단은 2016년 장애어린이의 치료와 재활을 돕기 위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했다. 올해 개원 10주년을 맞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으로, 10년간 73만 5233명의 어린이에게 맞춤형 재활치료를 제공했다(2026년 3월 기준). 병원 내에 마포푸르메스포츠센터와 마포푸르메어린이도서관, 서울시서북보조기기센터 등이 함께 들어서 장애인을 위한 통합적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 되고 있다.

필자(오른쪽)가 김윤지와 함께 달리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필자(오른쪽)가 김윤지와 함께 달리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donga.com/news/Health/article/all/20261108/1349838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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