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채혈도 혈압 재기도 버겁다… 장애인들에겐 험난한 건강검진

채혈도 혈압 재기도 버겁다… 장애인들에겐 험난한 건강검진

수검률, 비장애인보다 11%p 낮아

한영원 기자  2026.04.20.

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한 장애인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체성분 등을 분석하기 위해 의료진이 장애인의 발목에 센서를 붙이는 모습. /한영원 기자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한 장애인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체성분 등을 분석하기 위해 의료진이 장애인의 발목에 센서를 붙이는 모습. /한영원 기자

“사람도 많고 정신없지? 아빠랑 들어가서 재밌는 거 하자!”

14일 오전 8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2층 건강검진센터. 혈압 측정실 앞에서 만난 김민규(21)씨의 눈빛은 초조해 보였다. 민규씨의 아버지 김재범(51)씨는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차례가 되자 의사의 도움을 받아 혈압 측정 기기에 오른팔을 넣은 민규씨는 표정이 굳었다. 민규씨는 지적 장애를 안고 있다. 아버지 김재범씨는 “아들은 건강검진을 하러 올 때마다 거부감이 심해 항상 중간에 돌아서야 했다”며 “아들은 특히 주사를 무서워했는데, 이번엔 주사 맞기 연습을 하고 왔으니 모든 검진을 마치고 가겠다”고 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장애인의 일상과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지정됐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건강검진도 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장애인들은 이런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고, 병원을 찾더라도 의료진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검진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장애인들은 기껏해야 키·몸무게만 재거나 배변 봉투만 제출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픽=이진영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장애인 중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의 비율(수검률)은 2025년 기준 64.6%였다. 비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75.7%)보다 11.1%포인트 낮은 수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 격차는 2020년 6.7%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매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의 날을 6일 앞둔 지난 14일 서울의료원과 푸르메재단이 서울장애인복지관·종로장애인복지관 이용 장애인 16명을 대상으로 ‘장애 친화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고정현(45)씨도 이날 장애 친화 건강검진을 받았다. 고씨는 그동안 수어 통역이 불가능한 검진 센터가 많아 기본적인 시력 측정조차 하지 못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7년 차 수어 통역사 김미숙씨 덕분에 정확하게 시력을 측정할 수 있었다. 의사가 시력 검사판에서 숫자 2를 가리키면 김씨가 고씨에게 “숫자가 무엇이냐”고 수어로 전달했다. 고씨는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답했다. 한 장애인은 이날 난생처음 채혈에 성공했다며 셀카를 찍었다. 또 다른 장애인은 방사선 검사를 마치고 나와 “엄마, 나 후딱 끝내고 왔지?”라며 웃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일수록 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뇌 손상으로 근육이 경직되거나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있는 뇌병변 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44.5%, 지적장애인은 55.7%, 자폐성 장애인은 54%였다.

이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민예홍(34)씨는 뇌병변과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민씨는 폐 검사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방사선 검사실로 들어섰다. 앉은키 높이에 맞춰 내려오는 기계 덕에 민씨는 일어나지 않고도 방사선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장애 탓에 주의력이 떨어질 때가 많았지만, 의료진이 미리 벽에 붙여 놓은 도라에몽 그림을 보며 10초를 견뎌냈다. 민씨의 어머니 박수자(64)씨는 “폐 사진 하나를 찍더라도 ‘숨 참으세요, 내쉬세요’ 같은 소통이 안 되니 그동안 병원에 데려갈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건강검진은 사람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이 떨어지다 보니 사망률도 비장애인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장애인 10만명당 사망자 수(조사망률)는 2023년 기준 3581명으로, 전체 조사망률(689명)의 5.2배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 조사망률을 추산해 보면 약 532명으로, 장애인 조사망률이 비장애인의 6.7배다.

장애인 건강검진이 가능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기관은 전국적으로 34곳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에 3곳(서울의료원·국립재활원·서울적십자병원), 경기도에 4곳(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파주병원·수원병원·성남시의료원) 정도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병원 등 공공 건축물은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병원이나 건강검진센터가 장애 친화적 검사 장비도 구비하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6/04/20/HDNXDED555CPJMGYOXO4YZ2Y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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