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전국 최초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푸르메여주팜'
[FOCUS 경기] 전국 최초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푸르메여주팜'
차별없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발달장애 청년들 희망 심는다
2021-09-27
이번 수상으로 푸르메여주팜은 더 많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이 차별 없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푸르메여주팜은 2020년 9월, 여주시(2억원)와 푸르메재단(5억원), 한국지역난방공사(3억원)가 출자해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이어 지난 4월 여주시 오학동 1만1천792㎡ 부지에 농장(유리온실)·교육실·가공시설을 갖춘 스마트팜을 개장, 본격적으로 토마토와 버섯 재배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생산·가공된 토마토와 버섯은 SK하이닉스 등에 납품되고 있으며, 같은 부지에 카페와 주거동을 갖춘 푸르메소셜팜도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푸르메여주팜은 이상훈·장춘순 부부의 토지 기부에서 시작됐다.
이들 부부가 발달장애 자녀를 위해 시작한 농장이 더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쓰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여주시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지역 기관·기업의 협력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표준사업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복지 발판 다지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푸르메여주팜에는 20여 명의 손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유리온실에서는 토마토 순치기 작업이, 가공 시설에서는 수확한 방울토마토의 컵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들에게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는 토마토와 버섯을 재배해요. 우리가 없으면 손님은 토마토와 버섯을 못 먹어요", "리프트를 타고 높은 곳에서 토마토를 딸 수 있어요", "저는 토마토가 잘 자라도록 유인 줄을 달아서 줄기를 고정해요", "우리는 포장과 세척, 청소를 잘해요."
이들은 3개월간의 직무교육 과정을 거친 뒤 저마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배치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발달 장애인들이다. 고용된 인원은 모두 38명이다. 하루 4시간씩 오전 오후 2교대로 근무한다. 오랜 시간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든 까닭이다.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실수령액은 100만원 정도다.
"지난 4월에 방울토마토 1만분을 정식한 뒤 6월부터 납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 방울토마토(90g/컵) 2천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최대 3천개까지 판매량이 늘었다"고 푸르메여주팜 김병두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 부모님들은 푸르메여주팜을 종종 직업훈련기관이나 재활 작업장처럼 돌봄의 비중이 큰 복지시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푸르메여주팜은 복지시설이 아닌 고객의 신뢰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개념의 표준사업장으로 느리고 조금 부족하지만 직무 태도와 성과를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들 스스로 인식도 달라지고 자부심도 크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우리 회사는 고객님께 건강을 드립니다", "직장 동료가 생겨서 좋아요. 회사가 없어지면 돈을 벌 수 없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 배지를 달고 오고 싶은 직장"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이항진 여주시장에게 '푸르메여주팜'은
"2년 전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 부부가 현재 운영 중인 농장의 땅을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기증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항진 시장에게 어떻게 이 사업을 시가 주도하게 되었는지 묻자 이렇게 풀어나갔다.
이 시장은 "여러 관련 규정을 살펴보니 기증자의 바람대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 간단하지 않았다. 궁리 끝에 여주시와 푸르메재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SK하이닉스가 머리를 맞대고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데에 뜻을 모아 푸르메여주팜을 건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푸르메여주팜은 전국 최초의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어느 시·군에서도 손도 대보지 못한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며 "처음 하는 일이고, 또 어떻게 기획하고 실천해야 할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은 없는지 살피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지만 각 기관과 기업·공무원들이 힘을 합쳐 해나갈 수 있었다.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시장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누군가를 돌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어째서 그분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희생까지 해야 하나?'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우리가 추구하는 사업의 한 비전이다. 장애인들이 자립하려면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또 여가 생활도 해야 한다"며 "이것이 여주시가 추구하는 '사람중심 행복여주'이다. 2023년까지 60명으로 고용을 늘리고 그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장애 딛고 전문가 못잖은 실력 뽐내… '푸르메여주팜' 설립 참고사례 '독일 까리따스 작업장'
(주)푸르메여주팜 설립과 관련해 좋은 사례가 된 독일 뮌헨 근교에 있는 까리따스 작업장은 장애인들이 함께 일하며 생활하는 이상적인 곳으로 널리 이름나 있다. 이곳은 로마 가톨릭 교황청에 본부를 둔 '국제 까리따스' 162개국 기구 중에 한 곳으로 독일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1977년에 세워진 이곳은 현재 행정직원과 장애인근로자 186명이 조립, 포장, 가공, 목공, 금속, 금형, 전자 등 총 7개 분야로 나눠 일하고 있다. 장애인 대부분은 다운증후군 같은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일할 때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독일의 대표적인 그룹인 지멘스(SIMENS)와 트럭회사 만(MAN)도 이곳에 부품 조립과 포장은 물론 금속·금형을 의뢰할 정도로 인정받는 곳이라니 얼마나 많은 훈련과 교육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달마이어 커피 회사도 이곳에서 포장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독일 정부는 '장애인고용법'을 제정하면서 고용 대신 장애인작업장에 일거리를 맡겨도 되는 예외조항을 뒀으며, 일을 맡겼을 때 부가세도 60% 이상 감면해주는 등 세제 혜택도 준다. 또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기업 간 거래가 파기될 수 있으므로 작업장에서는 모든 공정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
각 작업장에는 20명 당 직업훈련을 담당하는 마이스터(Meister)와 제품 검사와 성과 파악, 그리고 장애인의 어려움을 상담해 주는 그룹장이 있다. 장애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업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기숙사가 있어서 누구나 원하면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도 갖는다. '까리따스 작업장'에서는 기본적인 생존권은 물론이고 이들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양동민기자
출처: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10926010003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