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름다운 재활병원' 기적을 일구다
〈효자동 구텐 백〉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는 현실에서 불행은 갑자기 찾아온다. ‘푸르메재단’을 설립한 백경학씨. 독일 연수중 영국으로 떠난 가족여행에서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한 그의 아내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그는 낯선 영국 땅에서 이런 불행이 닥쳐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효자동 구텐 백>은 아픔을 밀어내는 대신 기꺼이 끌어안은 지은이의 삶을 담았다.
귀국 후 아내의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지만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형편없는 한국 재활병원의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는 ‘환자가 존중받는 병원’을 짓는 일에 직접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재활병원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단의 설립 허가를 받는 일부터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재단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국내 최초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열었다. 하지만 500억원 가까운 기금이 필요한 재활병원 건립은 꿈처럼 느껴졌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선 작게나마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병원을 먼저 세웠다. 민간에서 최초로 ‘푸르메 나눔치과’와 ‘푸르메 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열어 장애인 전문치과치료 등 의료서비스를 시작했다. 그토록 열망하던 푸르메재활병원은 경기 화성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지은이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 개선도 주장한다. 장애인 출신 의원 ‘5% 할당제’, 교통비 지원을 위한 ‘교통 바우처제’를 제안한다. 백경학 지음/푸르메·1만2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