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백경학의 푸르메,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애인을 위해 아름다운 병원을 짓는 남자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효자동 구텐 백’은 모두가 무모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일에 과감히 뛰어든 사람의 놀라운 의지와 집념이 어떤 기적을 이뤄내는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잘 나가던 기자라는 직함을 버리고 새로운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주인공은 푸르메재단 백경학(47) 상임이사다. 1996년 독일 뮌헨대학 연수 중 영국으로 떠난 가족여행에서 뜻밖의 교통사고로 아내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 것이 계기다.
귀국 후 아내의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백 이사는 너무도 열악한 한국 재활병원의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과 독일처럼 제대로 된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환자가 중심에 있고 환자가 존중받는 병원을 세우는 일에 투신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에 없는 이상적인 재활병원을 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단 설립허가부터 만만치 않았다. 회사에 사표를 던진 후 백 이사는 재단 설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2년 국내 최초의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세운다.
차츰 옥토버훼스트의 운영이 안정권에 들자 2005년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재활병원인 푸르메병원 건립에 힘썼다. 하지만 5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이 필요한 재활병원의 건립은 먼 미래의 꿈처럼 느껴졌다.
백 이사는 작게나마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병원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2007년 서울 효자동 네거리에 있는 재단 사무실 1층에 푸르메 나눔치과와 푸르메 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열어 민간에서는 최초로 장애인 전문치과치료 등 의료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12년 경기 화성에 드디어 첫 푸르메재활병원이 개원할 예정이다.
백 이사는 “아내의 교통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다시 얻게 됐다”며 “새삼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우리 주위에는 선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라고 전한다.
책은 4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푸르메재단을 설립, 재활병원을 건립하기까지의 과정이 오롯하게 담겼다. 2부는 장애를 딛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3, 4부는 기자(CBS·동아일보) 출신인 백 이사의 글 솜씨를 살펴볼 수 있는 따뜻하고 재치 넘치는 에세이다.
‘구텐(guten)’은 ‘좋은’, ‘선한’, ‘마음씨 좋은’ 등의 뜻을 지닌 독일어다. 248쪽, 1만2000원, 푸르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