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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제주도 푸른밤 그별 아래로

<푸르메재단과 SPC가 함께하는 행복한 가족여행>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모이다

문자 수신음에 눈이 떠집니다. 아침부터 누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놀라서 내용을 보니 가족여행에 대한 따끈따끈한 안내입니다.
“푸르메재단과 SPC가 함께하는 행복한 제주 가족여행. 아침 9시 30분까지 공항으로 모여주세요.”
문자를 확인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웃음이 번집니다. 서둘러 집을 나설 준비를 합니다. 씻으면서도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소풍을 처음가는 초등학생처럼 콧노래가 나옵니다. 출장으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들뜨기는 처음입니다.

 

▲ 비행기 탑승 1시간 전.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기다림이 지겹지 않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여행사 직원 한 명이 작은 피켓을 들고 집결장소임을 알립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현성이(가명, 11세, 뇌병변장애 1급) 가족이 도착합니다. 도착한 가족들은 SPC에서 준비한 크림빵과 생수를 간식으로 먹으며 비행기 시간을 기다립니다. 약속 시간이 되어가자 다른 가족들도 속속 도착합니다. 미리 나눠준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가족들이 한 곳에 모이니 여행가는 기분이 더욱 무르익습니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습니다. 함께 여행을 가는 11가족 39명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밝게 웃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맛

이제 출발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설렘을 잠시 가라앉히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구에 줄을 섭니다. 항공사의 배려로 우리 식구들이 먼저 탑승합니다. 비행기 안은 모든 것이 신기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약속이나 한 듯 소리를 지릅니다.
“우와, 와우, 오오오오~”
비행기를 처음 탄 아이들이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비행기에서 행복한 순간도 잠시. 벌써 제주에 도착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김포공항과 다르게 제주공항은 비가 내립니다. 남부지방은 장마가 시작이라더니 걱정이 앞섭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으러 우리를 태운 버스는 달립니다. 점심식사 메뉴는 돔베고기. 돔베고기는 제주 방언으로 ‘도마 위에 고기’라고 합니다. 이것저것 밑반찬에 정말 도마 위에 돼지고기 수육과 고등어구이가 먹음직스럽게 나옵니다. 이름만 특이한 게 아니라 맛도 뛰어 납니다. 이곳저곳에서 반찬을 더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검은 자태로 우뚝선 모습, 용두암

 


▲ 용두암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돌하르방을 친구삼아 사진에 담았다. (왼쪽)
용두암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서로 도와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 (오른쪽)

점심식사를 마치고 제주시에 있는 용두암으로 향합니다.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하늘로 승천하려던 용이 신령이 쏜 화살을 맞아 돌로 굳어졌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여행을 즐기라는 듯 날씨가 갑자기 화창해 집니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여기가 제주도임을 알려줍니다. 용두암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휠체어와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검은 제주의 화산석을 앞에서 보니 제주에 온 것이 실감 납니다. 용두암을 배경 삼아, 돌하르방을 친구 삼아 사진에 담습니다.

유림이(가명, 8세, 뇌병변장애 1급) 부모님은 신혼여행 때 제주에 와본 후로 10년 만에 제주에 다시 왔다며 감회에 젖습니다. 비장애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듯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닙니다.


▲ 수진이와 유모차를 밀어주는 오빠 세환이.
학교생활과 치료로 각자 바쁘던 아이들이 오랜만에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목적지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입니다. 이곳은 제주에 있는 민속유물과 자연사적 자료를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민의 일생과 생산, 생업이 전시되어 있는데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형에 놀라게 됩니다. 섬에서 옛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하게 경험하니 제주가 더 친근해 집니다. 더운 날씨 탓에 살짝 지쳐가고 있을 때쯤 우리 가족은 한라수목원에 도착합니다. 제주자생식물을 모아놓은 곳으로, 도심 속에 위치해 있어 제주도민과 관광들에게도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시원한 수목원의 바람에 땀을 식힙니다. 세환이(가명, 10세)는 동생의 유모차를 밀어주며 예쁜 나무 그늘에서 사진 찍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어느덧 어두워지고 여행의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우리 식구들은 1시간을 달려 숙소로 향합니다. 내일 일정을 소개받고 가족별로 객실로 올라갔지만 첫날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듯 카메라들 들고 나옵니다. 대현이(가명, 12세, 뇌병변장애 1급) 부모님은 손을 꼭 붙잡고 숙소 뒤편에 아름다운 조명 길을 오순도순 걷습니다. 유진이(가명, 16세, 뇌병변장애 1급)와 엄마도 숙소 앞을 산책합니다.

“제주 밤공기가 참 좋네요. 오래간만에 여유가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현성이 엄마가 그동안 아이 치료 다니느라 느끼지 못한 여유를 만끽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여유로워 보이는 미소입니다. 구름사이로 보이는 제주도 푸른밤 별들이 아름답습니다.

 

비가 오는 둘째 날


▲ 직접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 평소 부모님께 의존하던 장애 어린이들도 적극적으로 즐겁게 초콜릿을 만들었다.

다음날 9시가 조금 지나 버스를 타기 위해 로비에 집결합니다. 오늘은 조금 힘든 여행이 될 듯합니다. 밤사이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비 때문에 성산일출봉 대신 초콜릿랜드로 출발합니다. 초콜릿을 내손으로 만든다니 기대됩니다. 한 가족씩 옹기종기 테이블에 모입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뚝배기에 따뜻한 물을 붓고 그 위에 초콜릿을 담은 그릇을 올려 천천히 녹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주걱으로 잘 저어 줘야 합니다. 그리고 녹은 초콜릿을 짤 주머니에 붓고 끝을 묶습니다. 다른 뾰족한 끝은 가위로 살짝 잘라 다양한 모양의 틀에 초콜릿을 짭니다. 별모양, 하트모양, 곰 인형 모양에 내가 해보겠다며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초콜릿이 굳을 때까지 가족들은 초콜릿랜드를 구경했습니다.

황돔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아쿠아플라넷으로 향합니다. 5대양의 물고기를 수족관 안에서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입장에 앞서 어제 찍지 못한 단체사진을 한 장 멋지게 찍습니다. 손으로는 V자를 그리고 ‘김치’라고 하며 밝게 웃어 보입니다. 흐린 날씨지만 우리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맑은 날입니다. 처음 보는 펭귄,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이름을 알 수 없는 화려한 물고기들. 웅장하게 헤엄치는 상어를 보니 무섭기도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저 물고기 이름은 뭐야?”
“저건, 저건, 저건 또 뭐야?”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습니다.

스쿠버다이버가 직접 수족관에 들어가 가오리에게 먹이를 주고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합니다. 수조관 밖으로 손을 흔들면 아이들은 연신 큰 박수로 화답합니다. 오션아레나 공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특별히 제일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공연 중에 물이 튈까 걱정됩니다. 싱크로나이즈 공연이 처음으로 펼쳐집니다. 화려한 조명에서 신나게 헤엄치는 언니, 누나들을 보면서 우리 식구들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이어서 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돌고래가 아쿠아리스트과 함께 공연을 펼칩니다. 바다사자는 멋진 공놀이 묘기를 펼치고 암컷 바다코끼리는 멋지고 건장한 남성에게 물세례도 퍼붓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었습니다.


▲ 아쿠아 플래닛 뒤편 바닷가에서 돌담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서로 웃는 모습이 닮은 가족들이 행복해 보인다.

오후 일정도 모두 끝나고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가족별로 오붓한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짧기 만한 2박 3일의 일정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유림이는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고 하자 손가락 열 개를 펴보이며 “열 번만 더 자고 가요.”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잠 안 잘꺼예요.”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캠프파이어를 할 예정이었는데 하늘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제주의 추억을 가득 담아서

 
▲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천지연 폭포를 향하는 가족들.
 제주 가족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아직까지 날씨는 잔뜩 흐려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여행하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입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천지연폭포. 휠체어 및 유모차가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이 평탄한 길을 산책삼아 쭉 가다 보면 천지연폭포가 나옵니다. 기암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힘찬 물줄기가 마음속을 시원하게 합니다. 우리 식구들 폭포를 배경삼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폭포뿐만 아니라 팔뚝만한 물고기들과 오리들이 폭포의 신기함을 더합니다.


▲ 삼나무가 시원하게 뻗은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다정히 걷는 가족들. 어느새 다른 가족들과도 한가족처럼 친해졌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관광지는 절물자연휴양림입니다. 40년이 넘은 삼나무가 빼곡합니다. 휴양림을 가벼운 마음으로 걷노라면 피톤치드가 우리 몸은 맑게 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원한 약수터에서의 한 잔의 물은 여행의 피곤함을 말끔히 없애주었습니다. 떠나는 아쉬운 마음도 충분히 달래 주는 것 같았습니다.

▲ 마지막 여행지인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제주의 상징 돌하르방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고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잠시 차안에는 정적이 흐릅니다. 그 침묵 안에는 가족여행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정신없이 수속을 마치니 비행기는 야속하게도 정시에 이륙합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제주에서의 기억이 벌써부터 스칩니다. 우리 가족들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서로 얼굴이 눈에 익어 친해질만 했는데 벌써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어른들은 일을 위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작별인사로 맞잡은 두 손을 놓기가 힘이 듭니다.

“오늘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은 가족여행의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가 평소에는 힘들어서 그런지 잘 웃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활짝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다양한 사연과 추억을 담아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장애가족의 재활치료 및 자녀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기획된 이번 여행은 SPC그룹이 후원하고 푸르메재단이 진행하였습니다. 장애어린이가족의 쉼과 회복, 추억 만들기를 위해 하반기에도 두 번째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 참 고맙습니다.

이번 여행은 2013년 6월 18일~20일(2박 3일)까지 11가족 39명이 참여했습니다.

*글/사진 = 기영남 나눔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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