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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2016년 2월 19일을 끝으로 4년간의 재학 끝에 대학을 졸업했다. 4년 전, 대학에 처음 입학할 때가 엊그제인 것만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러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정식 교육 졸업장은 중학교 졸업장이 마지막이었다. 약 8년 만에 비로소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하는 셈이다.

졸업식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토록 나의 졸업을 바라던 부모님과 함께 졸업식에 참여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프랑스에 있어 불가피하게 졸업식을 생략했다는 것이다. 사실 누구보다도 우리 어머니가 나의 졸업식에 무척 참석하고 싶어 하셨어서 다소 마음이 쓰인다. 졸업을 끝으로 4년 만에 또 다시 어떠한 곳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야 할 미래를 생각할 때면 한밤중에도 문득 두려움을 느낀다.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잘 하려 하기 전에 나는 과연 무얼 할 수 있을까’를 몇 달이고 되뇌다 잠들고는 한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재학시절의 자신감은 날이 갈수록 잊히는 것만 같다. 두 달 뒤 한국으로 귀국하면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아직은 혼란스럽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염두에 둔 적 없었던 현실적 제약에 대해서도 마음이 쓰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장애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에 대한 것이다. 예컨대, 기자라는 직종이 있다고 하자. 대학교 2학년 때 저널리즘 수업을 들으며 한 선임기자로부터 이러한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적어도 제 주변에는 방송국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기자를 아직 본 적은 없습니다. 기자라는 일이 글을 정리하여 쓰는 것이 주된 업무임은 맞지만, 현장에서 취재하는 등의 과정 또한 상당히 길고, 체력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기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되고 싶다면 보통의 지원자와는 다른 특별한 점을 고민해보고 접근해볼 것을 권장하는 바입니다.”

노트에 메모하고 있는 사람

사실 지원자 개인의 특별한 재능은 오늘날 구직에 있어 장애인 지원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보다 특별해질 수는 없는 것이며, 그러한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몇 년 전 만났던 선임기자의 말은 단지 ‘장애인 지원자’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능력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기자 지망생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포괄적인 조언이다.

결국 이러한 조언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큰 의미가 될 수 있는 조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 수업을 인용하다보니 기자라는 직종에 대해서만 얘기했지만, 위와 같은 어려움은 다양한 활동 분야에서 장애인들에게 한계를 갖게 한다. 즉, 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삶을 살기까지 극복해야 할 사회적 제약은 비장애인 이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개의 기업에서 별도로 장애인 채용을 진행하기는 하나, 정규직이 아니거나 단순 노무직인 경우가 많다. 교통비와 치료비의 명목만으로도 보다 많은 금전적 필요가 요구되는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서 한정된 구직 활동은, 결국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베어베터’라는 회사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국내 유명 IT기업 출신의 임원이 설립한 기업으로, 발달장애인의 취업과 이를 통한 독립과 재활을 점진적으로 돕고 있다. 약 45% 내외인 전체 장애인의 취업률 중 발달장애인의 경우 오직 0.7%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발달장애인의 대다수가 사실상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홈페이지 화면

▲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홈페이지. (출처 : www.bearbetter.net)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해 그들이 업무를 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새로이 직무를 설계하고, 동시에 좋은 품질과 서비스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여 각종 인쇄물을 비롯한 견과류와 꽃 그리고 원두 사업까지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가까이는 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로부터 좋은 평을 들을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귀감이 되는 사례로 알려지고 있으니 가히 주목받을 만 하다.

사실 베어베터뿐만 아니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큰 금액을 기부한 IT회사 넥슨 역시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돕고 있다. 장애인 직원들에게 최고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넥슨커뮤니케이션즈 등의 사례도 유명하다.

사람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스스로 생활을 꾸리고 영위할 수 있도록 존중받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저 살아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살기 위한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취업과 구직을 말하는 현실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장애인의 구직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칼럼을 쓴 이유다. 비록 이 글을 통해 내가 확언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말이다.

취업준비서류와 안경

잠시 프랑스를 예를 들자면, 매달 각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로부터 구직과 관련하여 이메일이 온다. 주로 구직 컨설팅에 관한 내용이다. 구직에 필요한 서류 준비를 전문가가 도와준다거나 때로는 각 지역의 중소기업과 연계하여 장애학생 인턴을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직무상 어렵다던 기자라는 직종이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각광받는 장애인 인턴십 중 하나이다. 주로 지방 신문사와 연계해 지역별 장애대학생을 채용해 작문을 비롯한 취재와 편집에 대해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메일을 받을 때면 단지 업무의 쉽고 어려움은 단편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장애인이기에 업무를 이행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언론사 직무가 반대편 프랑스에서는 장애인들을 보다 많이 채용하는 산업 현장이기도 하다. 구직자와 경영자 모두 각자 한계를 짓지 않고 편견을 깨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ome in. We're Hiring! 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

다시 처음의 물음이 반복해서 돌아왔다.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얼 할 수 있을까.’ 다만 글을 시작하는 처음보다 지금의 생각이 조금 명료해졌다.

‘그래. 스스로를 단정 짓지 말자.’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된 내게 스스로 던지는 조언이다.

*글= 변재원 작가

변재원 변재원 작가는 1993년 10월 30일생으로 생후 10개월에 불의의 의료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고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칼럼들을 기고하고 있다. 마주하기 힘든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고, 사회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책임있는 삶을 사는 것이 그의 꿈.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존레논과 아웅산 수지 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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