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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인터뷰] 12. 종로장애인복지관 직업지원팀 채춘호 팀장

 

남자다. 날씬하다. 키가 크다. 머리에 염색을 했다. 옷을 잘 입는다. 유머감각이 있다. 활달하다. 친절하다. 운동을 잘 한다. 부지런하다. 뭐든지 열심히 한다. 사람들이 좋아한다. 훈남이다.

절대 미화하지 않았다. 종로장애인복지관 채춘호 팀장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평가에 수긍할 것이다. 한마디로 능력남이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채춘호 팀장이 오늘의 인터뷰 대상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바쁘다. 전화해도 자리에 없다. 겨우 잡은 약속을 다섯 번이나 바꾸고 출장가는 사람을 겨우 잡아서 만날 수 있었다. 능력남은 바쁘다더니 혼자 일을 다 하고 다니는 걸까. 왜 그렇게 바쁘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래서 꼭 만나야 했다.

Q1. 채춘호 팀장님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요즘 너무 바쁘신 것 같아요. 무슨 연예인 인터뷰하는 기분이 듭니다. 팀장님을 만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그 만큼 팀장님이 푸르메센터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A1. 안녕하세요. 에구~ 인기는요 뭘. 그냥 바쁘게 인사하고 돌아다녀서 많은 분들이 좋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직업재활을 전공하고 즐겁게 살기를 희망하는 뻔(Fun)한 남자 채춘호입니다. 얼마 전까지 지구보다 멀다는 화성시에서 전원생활을 하다가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중증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아내, 저를 110% 닮은 7살 아들과 먹는 것을 너무나 즐기는 4살 먹보 공주님과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씨름 선수를 했을 정도로  운동이라면 어떤 종목도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배드민턴을 잘 친다고 자부하여 한 클럽에 방문했다가 만만하게 본 초등학생 선수에게 지고 다음날 심한 몸살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생활체육 마인드로 재미있게 운동하려고 합니다.

Q2. 팀장님이 일하시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직업지원팀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2. 직업지원팀은 장애인분들에게 사회 참여와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팀입니다. 장애인이 원한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부서입니다. (하하하)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장애인분들이 도움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이 늘 많은 편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직업지원사업의 아름다움은 ‘일이 산더미(美)’에서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바쁜데도 따라와 주는 팀원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한 직원이 저에게 “팀장님 저는 평생 복지관을 그만두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좋은 것 같다.” 라고 하자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밀려서요.”라는 답을 듣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3. 팀장님 뵙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뭐가 그렇게 바쁘셨나요?

A3. 죄송합니다. 최근에 큰 일이 많아서 많이 바빴습니다. 10월에 전국장애학생진로캠프라는 광역사업을 주최했었습니다. 후속 일이 조금 남았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종로구장애인취업박람회를 푸르메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장애인 친구들이 취업이 되어 공백 없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으로 50여 개 학교에서 300여 명의 학생과 성인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30~40여 명이 취업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또한 평택에 있는 국립한국복지대학교와 산학 협력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울캠퍼스를 종로장애인복지관에 오픈하려고 합니다.

▲ 올 3월 16일에 있었던 동아국제마라톤 ‘10K 미라클런’ 행사에 참석한 채춘호 팀장.(왼쪽 사진 뒷열 맨우측) 미라클런 완주 약속으로 직원들과 이용자분들을 위해 신선한 우유 200개를 돌렸다.(오른쪽)

올해 시각장애인 지원사업으로 푸르메지압힐링센터를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3명의 시각장애인이 10명 내외의 중증장애인분들에게 안마 시술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평이 상당히 좋아서 다른 곳에 분점을 내면 어떨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시각장애인 창업 교육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이것저것 벌이는 일이 많으니 바쁜 것 같습니다.

Q4. 혹시 팀장님께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장애인과 함께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A4. 초등 6학년이었으니까요, 아마 1986년쯤입니다. 새벽녘에 화장실을 다녀오시던 아버지께서 마당에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운동을 해서 덩치가 컸던 제가 아버지를 엎고 한 시간 거리의 한의원으로 뛰어 갔습니다. 제가 살던 고향이 경북 문경 시골마을이라서 병원이 멀었어요. 한의사의 침술에도 아버지는 좋아지지 않으셨고 무작정 지나가는 차량을 잡아서 시내 병원에 도착했는데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다시 기적적으로 좋아지길 바랐던 것 같아요. 전국을 돌며 좋다는 치료는 다 받으셨지만 3개월이 지나서 편마비와 뇌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가지신채 집에 돌아오셨어요. 그래도 살아서 오신 아버지를 보며 간절한 소원이 이뤄졌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8년 후 어느 따뜻했던 봄날 “손발이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중도장애인이 되어 몇 년간 고생하신 모습을 보며 장애인을 돕기 위한 일에 꿈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Q5. 팀장님의 환한 웃음 뒤에 또 그런 사연이 있었네요. 종로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하시면서 많은 일화가 있을 것 같아요.

A5. 올해 여름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지쳐있었습니다. 바람이나 쐬려고 잠시 푸르메센터 1층에 나갔는데 한 아버님이 오토바이에 장애 아이를 태우고 치료를 위해 방문하시는 것을 목격했어요. 무더운 여름이라서 땀으로 흠뻑 젖은 아버님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아마 그 분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먼 길을 낡은 오토바이에 의지한 채로 달려오셨던 거 같아요. 일상에 지쳐있던 저에게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 올 3월 16일에 있었던 동아국제마라톤 ‘10K 미라클런’ 행사에 참석한 채춘호 팀장.(왼쪽 사진 뒷열 맨우측) 미라클런 완주 약속으로 직원들과 이용자분들을 위해 신선한 우유 200개를 돌렸다.(오른쪽)
▲ 올 3월 16일에 있었던 동아국제마라톤 ‘10K 미라클런’ 행사에 참석한 채춘호 팀장.(뒷열 맨우측) 

또 한 가지 성인 장애인 분의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 분은 유독 대걸레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으셨어요. 개성에서 장애인 분들의 직업적인 강점을 찾게 되는데 이 분의 이러한 대걸레에 대한 욕구를 발전시켜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대걸레를 그 분에게 맡겼습니다. 청소 직무훈련을 통해 청소직종으로 취업을 진행해 보고자 하는 욕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마른 걸레보다는 물이 흠뻑 젖은 걸레만을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복도와 사무실까지 물바다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는 대걸레에 대한 활용방법과 빈도까지 훈련되어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고 계셔서 무척 다행입니다.

Q6. 2012년 8월부터 근무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푸르메재단에서 근무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A6. 외부에서 봤을 때 푸르메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의 참신성과 다양한 홍보방법을 이용한 시민 모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식구가 된 지금, 안에서 지켜봐도 푸르메재단은 투명하고 장애어린이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정말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푸르메재단은 매력덩어리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사업이 구체적이고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일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푸르메재단을 짝사랑하다가 이제는 동반자이자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너무 즐겁습니다.

 

Q7. 후원자 이야기가 나와서 이 질문은 꼭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빈병이나 폐지를 주워서 재단에 기부를 해주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A7. 앞에서 설명한 아버지 유언처럼 저는 손발이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7시쯤 출근하는데 눈에 보이는 곳에 조금 더 관심을 갖다보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재활용 나눔은 어린아이를 셋이나 데리고 가면서 빈병을 줍던 한 아주머니를 목격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애들 챙기기도 힘드실 텐데 굳이 빈병을 줍느냐고 여쭤봤더니 “사람이 허리를 굽혀 줍는 것 중에서 불필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답을 해주셨어요. 그런 질문을 드렸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기회가 될 때마다 폐지를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푸르메센터는 폐지를 가지고 가던 분이 계셨어요. 잘 협상해서 박스는 그 분이 가져가시고 저는 폐지만 모으게 되었습니다. 제 자리 뒤편에 오시면 마트 가방이 있는데 한 달에 3~4개 꽉 채우면 1만 4천 원 정도의 돈이 됩니다. 작은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어린이재활병원 짓는데 써 달라고 무기명으로 기부를 했었는데… 어떻게 알려져서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Q8.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고 실제 팀장님을 볼 때 마다 밝고 활동적이라서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습니다. 또한 올 봄에는 ‘10K 미라클런’ 마라톤에도 참여하고 완주 약속으로 우유를 200개나 돌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8. 열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활동적일 뿐입니다. 제가 경상도 남자라서 그런지 예전에는 과묵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또 그 분들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푸르메센터에서 좋아하는 곳이 두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옥상정원하고 건물 뒤편의 외벽입니다. 옥상정원은 절기마다 바뀌는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반대로 건물 뒤편은 초라하고 그늘진 곳이지만 장애인 분들을 위해 헌신하는 직원들처럼 의미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소 지칠 때 두 공간을 바라보면 불끈하고 힘을 얻습니다. 여러분도 힘들 때 저처럼 열정을 충전하는 방법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라클런 마라톤 행사는 재단의 다른 직원들도 많이 참여해 주셨고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우유대리점을 하는데 완주 공약으로 신선한 우유를 나눠드릴 수 있어서 더 없이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Q9. 팀장님은 즐겁게 사는 것을 실천하시는 분 같습니다. 차에 고기 굽는 불판도 가지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A9. 복지관 1주년 기념으로 직원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고자 옥상에서 와인파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차와 사무실에 고기 굽는 장비와 와인 잔 등을 가지고 다니게 되었고 필요한 분들에게 무상 대여해 드리고 있습니다. 내가 즐거워야 남을 즐겁게 할 수 있으니 직원들에게 항상 즐겁게 파티를 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Q10. 팀장님께서 이루고 싶은 소망이나 꿈이 있는지요?

A10. 장애인 분들이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자립하고 자아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이 가진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독일의 도제식 직업훈련 방식이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 분들에게 맞춤식으로 접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직업재활시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공익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공익을 추구하면 분명 답이 있다고 믿습니다.

Q11. 바쁘신데 이른 아침부터 인터뷰 감사합니다. 다음 인터뷰로 만났으면 하는 분은 생각해 보셨나요?

A11. 이 분은 저보다 더 열정이 많은 분 같습니다. 푸르메재단의 지치지 않는 미소, 모금사업팀 백해림 팀장님을 추천합니다. 입사 후 2년 동안 한 번도 백해림 팀장님의 찡그린 얼굴을 본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마법의 힘은 어디서 나오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푸르메재단의 핵심부서인 모금사업팀을 이끌어 가시면서 어려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살짝 귀띔해 주세요. 팀장님 그리고 연애사업은 잘 되고 있으신가요? (하하하)

*글, 사진= 한광수 팀장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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