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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영웅 주하의 생애 첫 나눔 – 영웅이 영웅에게 나눔을 가르치는 방법

“우와 정말 고맙습니다! 망토요? 아, 네 준비해 두겠습니다!”

오랜 기부자 상담 경력으로 좀처럼 당황하는 법이 없는 모금사업팀 담당자의 흔들리는 목소리가 조용한 재단사무국을 울립니다. “뭔데요?”하고 묻자 기부자님이 재단을 방문하시는데, 망토를 입을 수 있냐고 물었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 때문일까요. 기부하시는 분들 중에는 ‘익명’을 요구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발신자 없이 우편으로 돈봉투가 오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기부신청서가 팩스로 스윽 들어오기도 하고요. 불쑥 찾아와 기부 담당자의 손에 기부금을 꼭 쥐어주시고는 황급히 몸을 피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재단에 찾아갈 테니 ‘망토’를 준비 하라는 ‘영웅’다운 당당함이 빛나는 이 기부자, 어떤 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도 팔다리도 머리도 알아야죠.

지난 금요일, 예쁜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한 가족이 재단을 찾아왔습니다. 서로 꼭 닮은 모습이 한 눈에 봐도 엄마와 아빠, 아기였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똘망똘망 빛나는 눈이 예쁜 아기, 박주하 기부자입니다. 엄마 임선영 씨는 “보통 기부하는 사람들 보면 멋지게 사진도 찍고 그러잖아요? 우리 주하 돌사진 대신 그런 사진 남기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1천 원씩, 365일 동안 매일매일 기부한 것에 해당하는 금액을 노란 봉투에 넣어 전달하고 있는 박주하 아기 가족
▲하루에 1천 원씩, 365일 동안 매일매일 기부한 것에 해당하는 금액을 노란 봉투에 넣어 전달하고 있는 박주하 아기 가족

“기부를 한다고 하면 큰 금액을 기부해야 한다거나 남몰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아 나도 할 수 있구나.’하고 점점 많은 사람이 동참할거라고요.”

그러면서 아이에게 꽂아준 예쁜 핀을 매만졌습니다. 아기의 평생에 남을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카메라를 쥔 손에서 땀이 배어나왔습니다.

아이에게 주는 특별한 생일 선물

돌잔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주위에 다른 엄마들이 물어보더랍니다. “어린이집 가고 초등학교 가면 돌잔치 사진도 가져오라고 해서 발표도 시키는데 공주처럼 사진 찍은 다른 아이들 부러워하면 어떡할래?”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진을 선물하기로 했답니다. ‘장애어린이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영웅이 바로 당신’이라고 말하는 푸르메재단에서 영웅이 된 주하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 장애어린이들이 기다리는 ‘영웅’이 된 가족의 인증 사진. 세 사람이 평생 꺼내볼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 장애어린이들이 기다리는 ‘영웅’이 된 가족의 인증 사진. 세 사람이 평생 꺼내볼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행복이란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아이를 대신해 첫 나눔을 실천해주고 싶었어요. 기억하지 못 할 테니 사진을 남겨주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 임선영 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부’에 대해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 박정수 씨는 그런 아내와 아기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임선영 씨는 평소 ‘나는 행복한가? 행복이란 뭘까?’하는 생각을 하며 삶을 돌아본다고 합니다. 아마 예쁜 아기 주하에게도 행복한 삶을 바라보는 진지한 눈을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조금 특별한 내 아이를 위해

▲ 인증서를 받아 앞에 놓고 이날 가장 밝은 웃음을 보여준 박주하 기부자.
▲ 인증서를 받아 앞에 놓고 이날 가장 밝은 웃음을 보여준 박주하 기부자.
부부의 첫 기쁨인 주하는 임신 34주 만에 응급수술로 급하게 엄마를 만나러 나왔습니다. 1.49킬로그램의 이른둥이로 태어나 두 달이 넘는 긴 시간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엄마는 면회 온 엄마 얼굴이 우울하면 ‘내가 엄마를 슬프게하는 존재구나’하고 느낄까봐 온 힘을 다해 웃었습니다.

하루하루 애타게 주하의 건강만을 바라고 매달린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 시간을 겪고 나니 장애를 가진 주하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병원이 없어 치료받을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의 답답함도 알 것 같았답니다.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었던 우리 주하가 건강하게 고비를 넘겨줬고, 건강하게 첫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친구를 돕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거운 표정으로 푸르메재단 리플릿을 찬찬히 살펴보던 임선영 씨는 빨리 어린이재활병원이 생겨서 누구나 제때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진심을 전했습니다.

기부, 망설이지 마세요!

이른둥이 주하는 아직도 너무 작아서 첫 생일에 누구나 입는 돌 한복도 겨우 구해 입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둘 모두 살아서 함께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시선 끝에 너무 예쁜 아기 기부자 주하가 있습니다. “앞으로 자라면서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때론 혼자 있다고 해도 자연과 음악,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주하 엄마 임선영 씨의 바람이 참 작고 행복해 보입니다.

주하가 첫 생일에 기부한 것처럼 특별한 날 기부를 할지 말지 망설이는 분들을 위한 한 마디도 잊지 않았습니다.

“기부 생각은 있지만 자꾸 망설여지는 분들. 고액이 아니라서, 유명인도 아니고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서 망설이는 마음은 저도 똑같았어요. 하지만 저희처럼 용기를 내어 꼭 기부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매스컴에서 유명인들이 고액기부하고 사진 찍는 모습들보면 기가 죽어서 ‘나같은 사람이 무슨 기부야’할 텐데 그럴 필요 없어요. ‘아이가 나중에 커서 돌잔치 사진이나 근사한 드레스 입은 사진이 없다고 묻는다면 어떻게 말해줘야 하지?’하는 고민할 필요도 없어요.

▲ 아직도 너무 작아 몸에 맞는 한복을 구할 수 없는 주하를 위해 엄마 친구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옷을 입고 첫 생일을 기념해 찍은 사진. 밝은 미소가 사랑스럽다.
▲ 아직도 너무 작아 몸에 맞는 한복을 구할 수 없는 주하를 위해 엄마 친구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옷을 입고 첫 생일을 기념해 찍은 사진. 밝은 미소가 사랑스럽다.

한 번 재단에 방문해서 인증샷도 남기고 장애어린이들 치료받는 곳도 둘러보고, 아이가 직접 기부인증서도 받게 해주시고,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 남기세요.

기부액수가 크지 않아도 괜찮더라고요. 나중에 병원이 지어지면 아이 이름도 기부벽에 남겨주신다고 하니 먼 훗날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겠죠?

조용히 기부하는 것만 멋있고 있어 보인다고 생각마시고 아직은 어려서 자기 추억을 다 기억 못하는 아이를 위해 직접 와서 인증샷도 찍으세요. 그리고 더 행복해지세요!”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서 확고함이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날 특별한 기부를 실천한 이 영웅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첫 나눔 기념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주하가 무럭무럭 자라서 어린이재활병원 기부벽 앞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볼 그날이 참 기대됩니다.

*글/사진: 이예경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제공: 박정수 기부자 (주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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