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볶는 그윽한 향을 맡고 싶다면

[착한가게를 가다] 광화문커피


 



커피 볶는 구수한 향기에 이끌려 멈춘 곳은 통나무집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가게 앞. 스테인드 글라스로 들여다보이는 작은 소품들이 아기자기합니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니 베레모를 비스듬히 쓴 채 라이더재킷을 걸친 한 남자와 마주쳤습니다. 커피점의 빈티지한 멋스러움과 닮아있는 분. 동전 모금에 참여하는 착한가게인 광화문커피의 이병학 사장입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잔의 커피


오후 5시부터 가게를 지킨다는 이병학 사장. 강릉과 인사동 등 여러 지역에서 30년째 커피점을 운영하며 커피 맛을 알려왔습니다. 광화문커피는 서촌에 터를 잡은 지 6년이 되어갑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 원두를 로스팅해 커피를 내리는 곳으로 유명한데, 소량을 로스팅해서 그날 그날 판매하고 있습니다. 커피가 맛있어서 또 찾아왔다는 한 손님이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를 주문하기가 무섭게 “바로 내려드릴게요.”하고는 손놀림이 바빠집니다. 편리한 기계를 거부하고 ‘수제 로스팅’과 ‘핸드드립’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평소에도 노를 저어 카약을 타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합니다. 가게 간판은 자연에 버려져있는 것들을 이용해 붙였는데 밤에는 전깃불이 안 들어오도록 했어요. 기계가 아닌 아날로그 방식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이병학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커피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동전 모금함, 한 동네에 사는 이웃이라면 누구나


몇 년 전에 커피를 마시러 온 푸르메재단 직원들을 알게 되면서 나눔모금함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나눔모금함을 통해 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겠습니까. 정기 후원자가 더 중요하지요.”라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동전 모금함을 가게에 두고 있는 진짜 이유를 들려주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한 동네에 살다 보니 매일같이 봅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서 조금 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줘야 해요. 광화문커피가 특별한 게 아니라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고 살면서 공존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금함의 동전들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지 묻자 “잘 쓰고 있다고 믿어요.”라며 간단명료하게 대답합니다. 이병학 사장은 손님들에게 결코 기부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기 때문. 그러면서 “도움을 크게 못 줘서 미안해요. 하지만 큰 도움을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입니다.


사냥하고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


이병학 사장은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입니다. 60여년을 살아오면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낍니다. 오랫동안 커피점을 하면서 터득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사냥하고 요리하는 방법 두 가지를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커피는 정확히 알려줘야 해요. 생두를 고르고 신선도를 보는 등 어마어마하게 디테일한 일들이 많거든요. 장애인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동네와 여러 지역에서 창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정을 꾸려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며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이뤄지면 좋겠어요. 동전을 모아 갖다주는 것도 그런 의미예요. 장애인 친구들이 잘 살아야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끓여내서 그럴까요? 장애인이 기술을 배워 자신의 커피점을 내길 바라는 이병학 사장의 마음이 담겨져서일까요? 무심코 마셨던 커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집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광화문커피 가는 길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58 (통인동 35-11).

통인시장 뒤편으로 나와 서촌 라튀떡과 효자베이커리 사이에 위치

문의 : 02-735-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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