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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새로워진 장애인 해변캠프

[경계없는 탐방]

 

계절의 경계가 사라진지 오래된 것 같다. 올해는 마른장마로 대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지고 농심은 타들어간다. 폭염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도심을 마비시킨다. 남극 얼음의 절반은 녹아내려 버렸고, 북극엔 북극곰이 살 곳도, 먹을 것도 없어 굶어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 때문에 전력 소모량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여기에 도심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더위를 피해 야외로 쏟아져 나온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도심은 한가하지만 더위에 습기까지 높아 짜증나기 쉬운 날씨다. 어디론가 떠나면 더위쯤은 싹 날려버릴 것 같다. 더위,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 광진리 해수욕장에 장애인 해변캠프가 개장했다. 휠체어 장애인의 안전하고 편리한 접근을 위해 마련된 플라스틱 파렛트 보행로가 바다 앞까지 설치되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 해변캠프가 개장했다. 강원도 양양 광진리 해수욕장에서 32일간 운영하는 장애인 해변캠프는 20년 동안 청정지역 동해안 곳곳을 돌며 개최됐다. 매년 동해안 해수욕장을 골고루 즐길 수 있으니 지루하지 않다. 동해 최북단인 명파리 해수욕장부터 봉수대 해수욕장, 망상 해수욕장, 낙산 해수욕장, 설악 해수욕장, 초도리 해수욕장, 기사문 해수욕장. 그리고 올해는 작년에 이어 양양군 광진리 해수욕장에 둥지를 틀었다.

전국 어딜 가든 해수욕장 모래밭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광진리 장애인 해변캠프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백사장이나 모래밭으로 이동할 수 있게 플라스틱 파렛트 보행로를 만들었다. 바닷가 바로 앞까지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다. 또 수상 휠체어도 준비돼 있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바닷물에 입수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안전요원이 상주하면서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에 가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숙박이다. 휴가 시즌에 급성수기를 맞은 해수욕장 주변의 숙박시설은 바가지 요금이 극성을 부린다. 하지만 장애인 해변캠프는 다르다. 장애인도 캠핑을 체험할 수 있게 텐트동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캠핑인구 300만이 넘는 요즘, 대세는 캠핑 여행이다. 이처럼 캠핑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에겐 그저 남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애인 해변캠프에서는 캠핑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도록 텐트동의 구성도 다양하다. 가족텐트동부터 단체여행객텐트동은 물론 캠핑여행에 꼭 필요한 이불에서 베개까지 제공한다. 모두 무료이다.

▲ 몸이 불편한 누구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수상 휠체어가 모래사장에 놓여 있는 모습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취사시설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스레인지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솥, 식판, 수저까지 제공한다. 여행객은 자신의 음식 취향에 맞게 재료만 준비해 직접 조리해서 먹으면 된다. 게다가 물놀이 용품인 튜브, 수상휠체어, 구명조끼, 파라솔, 비치의자까지 모두 공짜이니 얼마나 저렴하고 알뜰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가.

장애인 화장실뿐만 아니라 해수욕 후 샤워장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특히 올해는 가족 샤워장이 새로 만들어져 가족과 함께 해변캠프를 찾은 여행객에게 편리를 제공한다. 문화행사도 다양하다. ‘곰두리여름해변축제’인 노래자랑과 각종 이벤트가 진행돼 재미를 더해준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은 그동안 이동의 여건이 맞지 않아 해변캠프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작년부터 서울시와 곰두리봉사협회가 한국타이어 나눔재단의 후원으로 리프트가 장착된 대형 버스를 마련했다. 버스는 서울광장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덕분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던 장애인은 해변캠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광진리 해수욕장 주변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해수욕장 주변에 지경~남애간 해안도로가 신설되면서 경관이 새롭게 조성돼 해안 철조망 없이 시원하고 탁 트인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해바다 곳곳은 철조망 때문에 경관을 헤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광진리 해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애 해수욕장까지 이어진 길은 휠체어로 걸으면서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남애 해수역장에는 남애항도 있어 싱싱한 횟거리도 먹을 수 있다. 남애항은 작은 어촌이어서 아침 일찍 항구에 배가 들어오면 갓 잡아 온 싱싱한 활어를 착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 밥을 짓는 순서가 친절히 안내되어 있는 공동 취사장(왼쪽) 음식 재료만 준비하면 배식판, 냄비, 주전자 등 각종 취사도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오른쪽)
싱싱한 회를 맛보고 나서 여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바다를 바라보면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가져본다. 일상의 번잡함 속에 일그러졌던 몸과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게으름 피워보는 시간은 여름휴가의 여유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휴가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봐도 마음이 회복된다. 바다를 바라보는 느긋한 여행은 그 어떤 시간보다 휴식을 준다.

남애해변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포매호수가 있다. 포매호수는 왜가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철새들이 서식하는 철새의 낙원이다. 호수는 둘레를 따라 데크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걷기엔 더 없이 좋은 길이다. 여름햇살에 빛나는 은빛 물결이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 위를 걷다보면 인기척을 느낀 철새들의 날아오르는 풍경은 장관이다. 새들의 비상과 동시에 호수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한여름 캠프가 가져다준 초록빛의 건강한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

포매호수의 산책 코스를 돌고 주문진항으로 발길을 돌린다. 주문진항은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주문진항의 먹거리 중에서 생선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인근 연안에서 잡아온 싱싱한 생선을 즉석에서 구워먹을 수 있을 뿐더러 가격은 저렴하고 맛은 고품격이다.

생선구이를 맛보고 나면 어시장을 둘러본다. 어시장에는 당일 잡아온 활어로 팔딱거린다. 실한 문어를 사면 즉석에서 데쳐주는 곳도 있다. 문어는 동해안 지역에서는 보양식품이다. 피를 맑게 한다는 문어는 여름철 더위에 탁월한 스테미너 식품이라 찾는 사람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데친 문어를 먹을 때는 초장보다 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더욱 감칠맛이 난다.

장애인 해변캠프에는 여름의 낭만과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올여름 장애인 해변캠프에서 더위 사냥에 나서보자.

문의
•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 장애인 해변캠프 (사)곰두리봉사협회 http://www.komduri.or.kr 02)952-4025

*글, 사진= 전윤선 여행작가

전윤선 작가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합니다. 한국장애인문화관광센터(휠체어배낭여행) 대표로서 인권•문화 활동가이자 에이블뉴스 ‘휠체어 배낭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BS 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만들기, 휠체어로 지구한바퀴’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여행길을 안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을 누빕니다.

“신체적 손상이 있든 없든, 사람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접근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길 원한다. 손상을 가진 사람이 이동하고 접근하는데 방해물이 가로막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의 동그란 발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자유가 거기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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