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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없는 탐방] 파괴 없는 창조,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파괴 없는 창조,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우리사회는 외형적 성장을 목표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가난에서 벗어나려 앞만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옛 것은 낡고 천박하다며 외면해왔다. 삶의 터전과 추억은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가차 없이 사라져버리곤 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길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 같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기본을 지키지 않은 탓에 세월호 같은 대참사가 국민 모두에게 아픔으로 되돌아 왔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타운 개발의 달콤한 공약은 공수표로 날아가 버린다. 지켜지지 않는 공허함 때문인지 언제인가부터 사람들은 낡고 허름한 마을에 이야기를 만들고 예쁜 그림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문화의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골목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래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파괴 없이도 살아 숨쉬는 마을로 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의 초입. 민들레 홀씨를 형상화해 마을주민들의 희망을 담은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 작품
(사진 왼쪽)과 골목의 풍경을 거울처럼 반사된 형태로 나타낸 ‘마주보다’ 벽화작품이 눈에 띈다(사진 오른쪽).

 

그 가운데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감천동 문화마을이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옛 것을 버리고 무작정 새 것만을 선호할 땐 낡고 쓸모없다고 외면당했던 감천동 문화마을. 문화를 통해 세월의 손때 묻은 허름한 골목에 문화의 옷을 입히고 나니 새롭게 사랑받는 여행지로 재탄생하게 된 곳이다.

 

부산에는 피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동네가 많다. 감천동도 그 중의 한 곳이다. 1950년대 태극도 신앙촌 신도와 한국전쟁 피난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감천동은 전쟁의 상처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부산의 대표적인 마을이다.

 

감천동만의 특색과 역사적인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과 마을주민들이 모여 시작한 ‘마을미술 프로젝트’. 감천문화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 마을주민, 문화활동가, 작가, 구청과 주민센터 공무원들까지 함께 노력했다. 산동네 문화를 그대로 살려낸 덕분에 현재는 연간 5만여 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 감천동의 유래와 특성 그리고 주요 장소를 안내하고 있는 마을지도를 활용하면 더욱 쉽고 재미있는 관광을 할 수 있다.

 

계단식 주택은 파스텔톤의 색깔로 칠해진 다양한 예술작품이다. 주민공동체를 중심으로 마을의 원형을 보존하거나 창조적인 재생마을로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감천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간직한 곳이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서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주택에서는 감천동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주택은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져 이웃집을 배려하는 미덕이 살아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옥상정원 난간에 새 조각이 앉아 있다. 몸통은 새지만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난간에 앉아있는 작품을 보는 순간 영화 ‘아바타’가 떠올랐다. 저 새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독특한 새 작품이 옥상정원 곳곳에서 감천마을을 내려다보며 감천동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다. 누구나 한번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재미있고 엉뚱한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이 몸이 새라면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저 건너 보이는 저 건너 보이는 작은 섬까지.’ 라는 독일민요의 구절처럼 말이다. 난간에 앉아있는 새는 사람이 날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 옥상정원에 앉아있는 노랑, 초록, 검정 색깔 등 여러 색깔의 새 조각

 

본격적으로 마을을 구석구석 탐색했다. ‘하늘마루’는 용두산과 부산항, 감천항 방면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확 트인 전망을 가진 전시관이다. 감천동 문화마을을 안내하고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는 안내관이자 전망대의 기능을 한다. 주민이 살던 집의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면서 재탄생한 곳이어서 여행객도 추억에 잠깐이나마 젖게 되는 듯하다. 추억을 자극하는 장소인 것 같다. 감천동은 미로처럼 엮여있는 골목 때문에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아는 정 깊은 마을이다. 이곳처럼 공동체로 살아가면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파트도 공동체 마을이다. 하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간다. 어쩌면 무관심 속에 스스로 고립되기를 자청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과학이 발달할수록 추억을 찾고 싶은 마음은 반비례한다. 켜켜이 쌓이는 나이테만큼 지난날의 기억은 더 선명해 지고 추억은 가늠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감천동 문화마을은 옛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독특한 장소성 때문에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편안해진다.

 

▲ 벽면에 설치된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작품은 물고기 모양의 나무판들로 이뤄져 있다(왼쪽).
파스텔톤으로 칠해친 건물에 커다란 초록색 공룡이 그려져 있다(오른쪽).

 

‘감내어울터’로 발길을 이어갔다. 감내어울터는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커뮤니티센터다. 공방, 카페, 갤러리, 문화강좌실, 방문객 쉼터, 옥상전망대까지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커피와 함께 갤러리 작품도 감상하고 옥상전망대에서 마을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마을풍경을 볼 수 있다.

 

감천마을에서 발견한 파괴 없는 창조는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골목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문화마을답게 독특한 작품이 담벼락을 가득 메웠다. 어릴 때 뛰어놀던 추억과 서정이 골목 곳곳에 녹아 예술작품을 찾는 재미가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쏠쏠하다. 골목길 담벼락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대형 물고기는 생기 넘치는 생활공간을 표현하기에 손색없다.

 

이번에는 ‘이야기가 있는 집’으로 갔다. 질서정연하게 밀집되어 있으면서도 다양한 색상을 펼치는 감천동의 주거형태는 하늘을 나는 집 모양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야기가 있는 집은 변화하면서 발전하는 감천동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도시처럼 현란하고 화려한 대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따스함이 가득 느껴졌다.

 

▲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린왕자 조형물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도 잠시 여행을 왔다. 사막여우를 만나 긴 여행 중에 공간을 뛰어 넘어 감천동 태극마을로 내려온 어린왕자는 지구별 감천동에서 친구도 사귀었다. 소녀에게 포즈를 취하는 공룡과 만났고 마을 앞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와 담벼락을 누비는 물고기와도 친구가 됐다. 친구들과 놀다가 고향이 생각나면 잠시 난간에 걸터앉아 마을을 내려다본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고향은 있을 것이다. 사람의 숨결이 깊숙이 느껴지는 감천동 문화마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고향의 모습으로 전달되어 정감을 만들어 낸다. 문화를 만들어내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창조적 행위이다. 파괴 없는 창조마을 감천동 문화마을에서 비파괴의 문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가는 길
• 부산역에서 부산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 051-466-2280을 이용
• 왕복 요금은 일반택시 요금의 40%

 

먹거리
• 부산의 대표 먹거리 씨앗호떡

 

장애인화장실
• 감천문화마을은 고지대 계단식 구조형태로 화장실도 골목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 여행에 앞서 장애인 화장실은 사하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볼일을 보고 가야한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2로 21, 051-293-2688)

 

잠자리
• 토요코인 호텔 해운대점 051-256-1045 / 부산역2점 051-442-1045

 

문의
•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글, 사진= 전윤선 여행작가

 

 

 

전윤선 작가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합니다. 한국장애인문화관광센터(휠체어배낭여행) 대표로서 인권•문화 활동가이자 에이블뉴스 ‘휠체어 배낭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BS 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만들기, 휠체어로 지구한바퀴’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여행길을 안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을 누빕니다.

 

“신체적 손상이 있든 없던, 사람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접근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길 원한다. 손상을 가진 사람이 이동하고 접근하는데 방해물이 가로막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의 동그란 발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자유가 거기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