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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이야기] 봄이 오는 색

봄이 오는 색

수원에서 종로까지 3년째 출근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앞차의 자극적인 빨강색 브레이크등이나 녹색과 빨강색의 신호만 보면서 운전을 하게 된다. 이렇게 2시간을 달려서 사무실에 도착하면 오늘도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은 잠시, 벌써 하루의 반은 지나간 것 같아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런데 며칠 전, 잠시 잊고 있었던 봄이 오는 색을 알려준 꽃이 눈에 띄었다. 3년 가량 매일 출근하면서 오던 길이었는데,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다가 노랗게 꽃을 다 피운 뒤에야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지난 1월에는 어린이재활병원 실시협약, 2월에는 독일 어린이재활시설 견학, 3월에는 서울국제마라톤과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바자회 그리고 어린이재활병원 착공식, 5월에 있을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경기 준비 등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내온 것 같다.


▲ (왼쪽)아파트 옹벽 위에 핀 개나리 (오른쪽)형광빛의 초록색 싹을 틔우고 있는 버드나무

봄이 오는 색을 느끼게 해준 아파트 옹벽 위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개나리를 보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군부대 가로등 옆의 버드나무는 형광빛 초록색 싹을 내밀고 있었다. 사무실 옥상에는 산수유가 알차게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거리에는 봄하면 생각나는 벚꽃도 길거리에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고, 햇볕이 잘 드는 어느 집 앞마당에는 벌써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 작지만 알차게 꽃을 피우고 있는 산수유

인왕산과 북악산에서는 잘 찾을 수 없지만 겨울산의 차가움을 벗어버리고 봄이 왔다고 알리려는 듯 연두색 빛으로 물들어 가느라 부산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옥상의 철쭉과 목련은 벌써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하루의 반은 다 지나간 것 같아 피곤해 하던 내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어~! 이거 뭐지? 이래서 사람들이 산에 가는 건가?’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문득 ‘저렇게 따뜻하고 화사한 색을 보여주는 꽃과 나무들, 특히 봄이 보여주는 자연의 색은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사람들은 빛의 공해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에는 수많은 간판의 화려한 색들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거래처나 미팅,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서 수만 가지의 색들이 보여주는 의미와 정보를 찾아간다. 밤이 되면 간판의 색들이 더욱 눈에 띈다.

▲ 원색의 간판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매 순간 나를 좀 봐달라고 말하는 원색들은 색이나 빛으로 수많은 정보들을 알려준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자연을 더 찾게 되고, 자연이 주는 색에 감동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난 2월, 장애인 재활과 어린이재활병원 운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독일 뮌헨을 다녀왔다. 여기는 정말 달랐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원색이 없었다. 사람들은 자연의 색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의 생활은 정말 여유로워 보였다.

뮌헨 중심가에도 원색의 간판을 보지 못했고, 주위에는 공원과 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었다. 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잔디(목초)지역의 초록빛을 볼 수 있었고 중세시대부터 있었던 마을은 마치 숲 속에 집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 독일의 시가지에선 간판을 찾을 수 없다

▲ 자연 속에 있는 독일 마을

얼마 전 뉴스에서 귀농 인구가 3만 6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사실 귀농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릴 때 시골에서 진달래를 따먹고, 찔레를 꺾어 먹고, 미꾸라지를 잡으며, 아카시아를 따 먹었던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귀성을 하게 되면서 산을 찾고 강을 찾고 자연의 색을 찾아다닌다. 도시에서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자연의 색을 찾아 다시 자연 속으로 찾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연에는 눈과 마음을 자극하는 원색이 없다. 봄이 주는 자연의 색은 도시의 원색에 지친 우리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글= 고재춘 실장 (푸르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