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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그립니다

간혹 거리 한편에서 이젤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가 있는 풍경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눈길이 붙잡힌 채 한참을 서 있게 되곤 합니다. 한번쯤 자기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인연의 시작

여기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는 특별한 분이 있습니다. 아무런 대가없이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면서 말입니다. 바로 목석애 화백입니다. 오랫동안 순수미술을 하다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레파스를 이용한 화법으로 작업하는 ‘크레파스 조각화’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순간이동 하듯 늘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 분을 지난 10일 푸르메재단에서 만났습니다.

▲ 백경학 상임이사, 목석애 화백, 차경환 대표가 함께 웃는 모습. 사진 속 그림은 일본의 빈민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

“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오랜세월 한국에 가난한 자를 위한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푸르메재단과의 인연은 이 날 함께 오신 성현메디텍 대표 차경환 기부자로부터 시작합니다. 차경환 기부자는 푸르메재단이 재활병원 건립을 목표로 첫 걸음을 떼었을 때부터 온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분입니다. 봉사활동을 갔다가 알게 된 차대표와의 인연으로 성현메디텍 문화예술컨설턴트, 푸르메재단의 재능기부자가 되었습니다. 목화백의 표현대로 두 분은 봉사를 함께 하는 ‘의형제’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그리다

A4 종이를 두툼히 끼운 크립보드와 붓펜만 있으면 그릴 준비가 끝납니다. 그는 마주 앉은 직원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붓펜으로 얼굴 형태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표정을 그리고 상반신을 완성합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할 찰나 그의 인자한 미소를 보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어느새 표정도 자연스러워집니다.

케리커쳐는 그 사람만이 가진 특징을 잘 포착하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가만 보니 그의 그림은 사뭇 달라 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 분이 갖고 있는 마음을 그립니다. 제게 전해지는 마음을요.”라고 답합니다.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글귀를 씁니다. 글귀는 저마다 다릅니다. 마치 사람들 모두가 특별하다고 말해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는 “글귀를 읽은 이들이 위안을 얻고 진로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글귀를 남기는 일은 그림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입니다.

▲ 붓펜으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해내는 목석애 화백(왼쪽). 붓펜으로 완성한 모나리자 작품 (오른쪽/차경환 대표 제공)

한 복지시설을 찾아 초상화를 그려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림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어서 지금까지 고아원, 양로원, 호스피스 병동 등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성바오로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으로 열흘에 한 번씩 봉사를 갑니다. 어떤 환자는 그림을 받고 눈물을 펑펑 쏟는다고 합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숨 쉬고 있는 ‘지금’을 선물하는 작가. 오랜 투병생활로 지칠 대로 지친 환자들에게 그의 그림은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멜로디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신께 행복을 드립니다

목화백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오늘도 4명 이상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자고요. 저의 수고로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계속할 것입니다.”라고 얘기합니다. 소박함과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그의 재능기부는 그림에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독학으로 배운 마술 나눔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를 만난 사람이 행복하다면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마술이 될 수도 있고 얘기를 나누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든지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그가 품은 꿈입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 하는 삶의 지향성은 그의 이름에서도 드러납니다. 목석애(木石愛)라는 필명은 나무와 돌을 품은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행복은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 푸르메재활센터와 종로아이존 어머니와 아이들은 그림을 받고 기뻐했습니다. 오늘의 일기로 그림 선물 받은 이야기를 쓰겠다는 아이, 어디서 이런 그림을 그려주겠냐며 한참 동안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힐링해준 시간.

그는 25일에도 푸르메재단에 들러 무려 30여 명의 사람들에게 그림 선물을 주고 가셨습니다. 재단 직원들만이 아니라 푸르메재활센터와 종로아이존에 다니는 어린이들도 난생 처음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걸 바라보는 부모님들이 더 행복해했습니다.

푸르메재단에 목석애 화백이 남기고 간 기쁨의 조각들을 다 모아 액자에 넣어 걸어 두어야겠습니다. 그걸 보는 사람들마다 마음의 위로를 받고 기운을 얻어 가기를 바래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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