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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이야기] 이해의 선물

작년 어느 날, 초등학교 2학년이던 큰 아이는 의기양양하게 아빠가 도와줄 숙제라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읽어보니 부모가 아이에게 추천하는 책을 한 권 골라서 이유를 적어 함께 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귀찮다고 툴툴대는 아빠를 보더니 큰 아이는 못마땅했는지 “아빠처럼 야구만 보는 사람이 책을 읽었겠어.”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순간 벌어진 일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천천히 골라주면 된다는 아내의 말에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해도 적당한 책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전래동화를 추천하자니 식상할 것 같고 그렇다고 세계명작을 추천하자니 다른 아이들과 차별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고전은 아이가 읽을 만한 수준의 책도 없을뿐더러 마땅히 추천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부녀간을 위기에 빠뜨린 학교를 원망하며 며칠을 고민하다가 한 권의 책이 생각났습니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이해의 선물
‘이해의 선물’은 사실 책이 아니라 교과서로 배운 수필로 기억이 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으로 기억했는데 찾아보니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나옵니다. “너무 어렵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인터넷을 뒤져보니 초등학생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정성스레 출력하고 추천글까지 첨부하여 학교에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해 줬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20년이 훨씬 지난 중학교 시절로 저도 모르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배려의 선물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시내에 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는 주인공이 불쌍했는지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사탕을 사줍니다. 엄마는 사탕을 살 때마다 뭔가를 위그든 씨에게 내밀었고 주인공은 그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하루는 위그든 씨 사탕가게에 용기를 내어 혼자 들어가 여러 개의 사탕을 고릅니다. 돈을 가지고 왔냐는 위그든 씨의 질문에 주인공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버찌씨를 내밉니다. 부족하냐는 주인공의 질문에 위그든 씨는 충분하다며 웃으면서 2센트를 거슬러줍니다.

동부로 이사한 주인공은 긴 시간이 흐르고 결혼을 하여 열대어 가게를 운영합니다. 어느 날 꼬마 손님들이 찾아와 예쁜 열대어를 여러 마리 고른 후 20센트를 내밉니다. 열대어 가격보다 훨씬 적은 돈이었지만 주인공은 깨닫게 됩니다. 어릴 적 위그든 씨가 자신을 위해 사탕과 2센트를 내민 것처럼 아이들에게 열대어와 거스름돈을 내줍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설명에 아내는 공감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입니다.

 

중학생이던 나에게 깊게 남은 울림
미국의 작가, 폴 빌라드가 쓴 ‘이해의 선물’이 실린 책의 원제는 ‘성장통(Growing pain)’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책 제목으로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해의 선물’에서 어린이가 가지고 싶던 사탕만 주는 것으로 그쳤다면 감동이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잔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동심을 깨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는 모습에서 애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그든 씨의 이러한 행동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주인공에게 유전처럼 전이됩니다. 주인공이 어릴 적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어떠한 계기로 환기되고 동심을 지켜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랑은 더 빨리 퍼진다
푸르메재단에서 일하면서 기부와 봉사라는 선행들이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연예인들의 참여로 팬들까지 기부에 동참하고 기업이 앞장서자 직원들까지 함께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사랑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베푸는 것에 적극적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에게 숙제는 잘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에게 받은 5개의 별도장을 내미는 것으로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교과서 속의 이야기지만 위그든 씨의 사랑과 배려가 큰 아이에게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 한광수 팀장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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