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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한다면 도와줄 가족이 있나요?”

[미국의 재활치료 사례]

“만약 퇴원하면 도와줄 가족이 있나요?”

성환(미국 메이요 클리닉 물리치료사)                           

급성 호흡 곤란으로 입원한 폴리 할머니를 중환자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던진 질문입니다. 미국 종합 병원(inpatient)에서는 모든 환자의 입원 첫 날 명확한 퇴원 및 재활 계획을 세웁니다. 안전하고 적절한 퇴원 및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환자의 생활 환경에 대한 매우 상세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폴리 할머니의 경우 2층 집에 살고 있지만 1층에 침실과 화장실이 있기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3개 계단이 있고 손잡이는 오른쪽에만 설치되어 있습니다. 함께 사는 남편은 최근 뇌졸중에 걸려 할머니를 도와주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장성해 차로 30분 거리에 사는 두 명의 자식들이 종종 들를 수 있지만 저녁이 되면 각자 가정으로 돌아갑니다. 

폴리 할머니는 예전 무릎 수술 후 사용한 지팡이와 워커(walker)를 가지고 계시지만 입원 전에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재활은 이렇듯 개인의 삶을 신속하고 깊숙이 들여다 보면서 시작됩니다.

빠른 기능 회복을 위한 조기 치료

의사는 환자가 의학적으로 안정되었다고 판단되면 가능한한 신속하게 물리/작업 치료사에게 기능적(functional) 진단 및 치료를 의뢰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입원 중 치료를 병행했을 때 입원 기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이후 재활 비용 또한 낮아집니다.

폴리 할머니 역시 중환자실에서부터 근력 운동 및 보행치료를 했습니다. 입원전 할머니는 약 200m를 보조기구 없이 혼자

걸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호흡 곤란과 근력, 지구력 부족으로 20m 거리도 도움없이는 힘듭니다. 할머니는 매일 1-2회 15-20분 가량 치료를 퇴원할 때까지 해야 합니다. 이때 치료사는 폴리 할머니의 본격적인 재활치료 가능성을 판단하고 적절한 퇴원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안전한 퇴원을 위해

퇴원 계획은 환자 개인에 맞는 맞춤형으로 세워집니다. 같은 기능을 가진 두 환자가 있더라도 가족들의 도움 여부와 생활 환경에 따라 한 명은 집으로 퇴원하여 외래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다른 한 명은 재활 병원에 단기 입원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일상 생활을 수행하는데 안전하지 못하다면 집으로 퇴원 할 수 없습니다. 만약 폴리 할머니처럼 재활 치료를 감당할 경제 여력이 없다면 사회복지사가 연방 정부 및 주 정부의 의료사회복지기금(Medical Assistance)을 신청합니다.

이 과정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고 종합병원에서 입원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하더라도 안전하지 않은 퇴원은 할 수 없습니다.

본격적인 재활의 시작

퇴원 계획을 세울 시 고려할 사항은 환자가 얼마 만큼의 재활 치료를 감당 할 수 있는 상태이고 재활의 가능성에 대한 판단입니다. 단기 요양병원(Skilled Nursing Facility)에서는 하루 2시간 물리, 작업 치료를 받습니다.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종합 병원에서 퇴원 이후 몇 주간의 재활을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갑니다.

폴리 할머니와 같이 연세가 많고 2시간 이상의 운동 치료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요양병원으로 퇴원합니다. 반면에 50대의 남성이 뇌졸중 이후 강도 높은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면 재활전문병원(Inpatient Rehabilitation)으로 이송해 하루 3시간 이상 치료를 받게 됩니다. 집으로 퇴원하는 환자들은 외래 치료실을 통해 재활을 수행하고 심각한 질환으로 인해 집 밖으로 외출이 불가능하다면 치료사가 가정을 방문하여 집에서 치료 받을 수 있습니다.

 

적절한 재활로 모두가 승리합니다.

안전한 퇴원 계획과 적절한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은 환자, 병원, 보험회사, 그리고 사회 전반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환자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삶을 이어 나갈 수 있고 집에서 자칫 넘어질 때 발생하는 대퇴부 골절 위험 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종합 병원은 환자들의 빠른 퇴원으로 새로운 환자를 치료 할 수 있는 인력과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보험 회사 역시 적절한 퇴원과 재활로 더 큰 상해와 장애를 예방 함으로써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환자가 독립적인 삶을 이어가면 가족 및 사회 구성원들이 부담이 낮아 지게 됩니다.

 

마치면서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고비용이라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사회적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 체계 역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개선 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항암 치료 후 퇴원했으나 넘어져 골절로 큰 장애를 입게 되신 할머니 한 분이 생각납니다. 푸르메재단의 지속적인 노력이 아름다운 합의를 이끌어 낼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사진 = 최성환 씨. 2004년 군복무 시절 백경학 상임이사가 샘터에 쓴 글을 본 뒤 푸르메재단의 취지에 공감해 푸르메재단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습니다. 연세대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하고 푸르메재단 간사로 일하다 미국 유학을 떠나 델라웨어대학에서 물리치료학 박사 학위(Doctor of Physical Therapy)를 받았습니다. 현재 미네소타(Minnesota) 주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Health system)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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