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팀 호잇(Team Hoyt), 은총이 아빠의 희망 레이스

[박지훈/ 푸르메재단 후원자]


42.195km, 마라톤 풀코스는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거리다. 코스 거리만큼 골인지점에 가까이 오면서 두 다리는 힘이 없어지고 온 몸은 지칠 대로 지쳐 피곤의 농도도 짙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 완주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장애가 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여 비장애인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다.


여기 또 한명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부자(父子)가 있다. 은총이(7)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뇌의 미세혈관구조에 영향을 주는 신경피부 증후군인 스터지-베버 증후군(SWS) 등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여러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 뇌가 굳어가고 있어 2005년에 연결부위를 끊어 버리는 대 수술을 하였는데, 이로 인해 오른쪽 뇌가 수축되고 좌측에 편마비가 왔다. 이외에도 죽음을 넘나드는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다.


▲ (왼쪽사진) 휠체어를 밀고 달리고 있는 박지훈 님(아버지)과 은총군. (오른쪽 사진) 박지훈 님 부자와 함께 달리는 시민


# 마라톤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기 몸 하나 주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은총이 아빠(36.박지훈)는 은총이가 탄 휠체어를 밀며 풀코스를 완주했다. 마라톤을 넘어 철인 3종 경기의 출전도 꿈꾸고 있다.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은총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마라톤에 참가하고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은총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서 힘들게 생활하던 중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죠. 미국에 딕 호잇(69.Dick Hoyt)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도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릭 호잇(47.Rick Hoyt)이라는 아들이 있었어요.


매일 휠체어에 타고 컴퓨터를 하던 아들이 어느 날 ‘달리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딕(Dick)은 휠체어에 아들을 태우고 자선마라톤8km에 나갔는데 아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해요. 그 뒤로 마라톤 풀코스에도 도전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철인3종 경기에 나갔다고 합니다. 몸에 보트를 묶고 수영을 하고 철인3종 경기에 맞는 자전거를 만들어서 6번이나 완주를 하였다고 합니다.



▲ 은총이 가족의 roll model 팀호잇(Team Hoyt)

# 마라톤 출전을 준비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그 결과 아들에게 변화가 생겼는데, 아들은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고 해요. 철인3종 경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딕과 릭 부자(父子)는 ‘팀 호잇’으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호잇 부자가 저의 롤 모델이에요. 은총이에게 스포츠를 통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또 변화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처음 시작이 어려운 것 같아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더러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도 잘 몰랐어요. 처음에는 자전거와 휠체어에 은총이를 위한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새로 제작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마라톤을 할 때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스포츠 휠체어를 사용하면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나중에 철인3종(수영, 사이클, 마라톤)경기에 나가고 싶은데 이러한 점들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리고 날씨가 춥거나 황사가 심하면 달리지 못합니다. 아이의 상태도 걱정이 되고 은총이가 말을 못하니까 자기표현이 힘들어서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아이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 믿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 은총이의 여러 희귀질환으로 그 동안에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은총이는 태어난 지100일이 지나면서 병원신세를지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하루에 수 십 차례씩 일으켜 저와 부인이 밤낮을 바꿔가면서 아이를 돌보았습니다. 뇌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계속 병원에만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되어서 병원생활도 그만 하게 되었고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8년 간 병원생활을 하면서 그 절반을 힘들게 살았습니다.


저와 은총이 엄마도 무기력해지고 은총이에게도 안 좋았죠. 그때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는데 그래도 힘들 때에 옆에 있는 주는 사람은 역시 가족들뿐이더군요. 사회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떠나갔지만 병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마라톤에 출전하면서 병원에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환자 가족을 대표해서 달리면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달리게 되었습니다."


 



 


 


 


 


 


 


 


 


 


▲ 지난 5월 새만금마라톤 참가 당시 은총이와 함께


“저는 제 삶을 돌리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냥 ‘은총이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결혼을 하고 사람 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은총이 낳고 힘들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존경스럽다고 말을 하더군요. 은총이를 통해 삶의 관점과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은총이 덕문에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셈입니다.


# 은총이와 함께한 지난 몇 년이 절망과 희망의 굴레였을 텐데, 예전의 삶으로 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는지요?


그 전에는 아픈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아이가 아프고 나서 병원을 다녀보니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더군요. 경험하지 않았으면 그 세상을 몰랐을 거예요.


이제부터는 과거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단지 은총이를 위해 달리려고 해요. 철인3종 경기 코스에도 도전하고 아시아 최초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소외되고 낮은 자들을 위해서 저의 은총이가 희망이 되고 많이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지금 가장 바라는 꿈이에요."


▲ 박은총 군과 아버지 박지훈 님


“지난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 푸르메재단 홍보대사인 이지선씨가 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참가해 풀코스를 완주했어요. 황사 때문에 은총이와 함께 달리지는 못했는데 푸르메재단의 재활병원 건립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며 달렸습니다. 푸르메재단이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치료를 했으면 좋겠어요.# 푸르메 재단에서 민간재활병원걸립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푸르메재활병원이 어떻게 운영이 되었으면 하십니까?


병원에 가면 불친절하기도 한데 환자의 입장에서 친절하게 운영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지방에도 재활병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수도권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올라가는 시간도 걸리고 대기시간도 한,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요. 이렇게 기다리고 진료를 받으면 5분~10분 정도 밖에 진료를 안 합니다. 푸르메 재활병원은 최대한 환자를 위해서 내 가족처럼 진료하고 웃음이 넘쳐나는 병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지훈 님은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를 통해 은총이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은총이의 자연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도 부자(父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휠체어와 자전거에 앉아서 보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극한의 도전과 주위의 응원을 통한 삶의 극기가 아빠를 통해 자연스럽게 은총이에게 전달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새만금 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한 박지훈 님은 오는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 은총이와 함께 또 한번의 도전을 하려고 한다. 푸르메 희망천사가 되어 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희망의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은총이 아빠의 희망 레이스’가 영원히 멈추지 않도록 주위의 응원이 필요한 때이다.


* 글/사진= 김수현 모금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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