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 그 존재의 이유

[허영진/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 원장]


저는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소재의 푸르메재단에서 장애영유아의 한방진료를 담당하는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의 허영진원장입니다.


푸르메재단은 환자 중심의 재활병원을 건립하기 위하여 지난 2004년도에 백경학 상임이사님을 중심으로 사회 각층의 지도층 인사 분들이 모여 세운 비영리공익재단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200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장애영유아의 인지와 언어 그리고 보행의 장애를 한의학적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진료는 일주일에 4회 월, 화, 목, 금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까지이며 봉사진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린이재활센터의 진료 대상은 돌 전후의 장애영유아로부터 만 5세 미만의 미취학 장애아동입니다. 장애유형은 뇌병변장애,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의 환아, 지적장애, 발달장애 그리고 발달지연 등입니다.


진료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인지와 언어의 발달과 보행을 중심으로 한 신체의 발달입니다. 또한 장애영유아에게 함께 나타날 수 있는 경기와 청각과 시각에 대한 치료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방치료의 내용은 한약, 침, 약침 그리고 수기치료(지압과 안마)입니다. 한약은 공진단을 기본으로 하여 장애영유아의 원기를 보강해주는 처방이며, 침치료는 머리를 중심으로 침을 놓는 두침법을 쓰며, 약침은 봉독을 활용한 봉약침과 산삼약침을 씁니다. 그리고 이러한 치료에 앞서 지압과 안마를 활용하여 여러 정체된 기와 혈을 소통시키는 수기치료를 시행합니다.


2007년 8월부터 현재까지 어린이재활센터를 이용한 장애영유아는 80여명이며, 현재는 20여명의 영유아가 한방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는 장애 가정의 경제 형편에 맞춰 진료비를 감면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용한 정보를 잘 활용하여 장애로부터 고통 받는 많은 가정에 새로운 희망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한의사인 제가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 자신이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입니다. 영유아기에 앓은 경기의 후유증으로 장애를 얻은 저를 부모님은 백방으로 치료를 다니셨고 우연한 계기에 할아버지 한의사에게 꾸준한 한방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일정 정도의 이동과 학습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이 되었습니다.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던 한방치료 이야기, 어느 덧 저는 당연히 한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것도 저와 같은 상황의 많은 장애 아동을 치료하는 한의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한의사의 꿈을 이룬 저는 2000년부터 장애아동의 진료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저는 진료의 햇수를 더해갈수록 장애아동을 가진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진료를 포기하는 많은 부모님들을 접합니다. 장애아동을 가진 것만으로도 그 가정에는 그늘이 드리우는데 경제 형편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가정을 보며 저는 이 장애진료가 공공의 진료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푸르메재단과의 만남으로 이어졌으며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2007년 8월 평소 꿈꾸던 어린이재활센터를 개소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결실이나 제겐 실로 가슴 벅찬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글을 빌어 푸르메재단과 백경학 상임이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어린이재활센터에서는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9년 6월, 18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만 5세가 되었어도 인지와 언어의 발달이 현저히 늦고 걷지 못하는 규민(가명)이가 센터를 방문합니다.


염색체 이상의 아동들이 그러하듯 얼굴은 특이했으며 몸통은 마르고 팔과 다리는 앙상하여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뇌병변, 지적장애 1급의 아동입니다.


한방치료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규민이는 한발 한발 걷기 시작했으며, 얼굴의 모습도 점차 총기를 띠며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간단한 의사소통도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온전한 의사소통과 건강한 신체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변화해 가는 규민이의 모습에 엄마와 그 가정은 새로운 행복이 시작되었습니다.


또 2009년 7월에 방문한 권(가명)이는 생후 10개월의 남자 아이인데 영아연축증의 진단을 받아 뇌병변의 소견을 받은 환아입니다. 특히 권이는 좌측 청력이 50db이며 우측 또한 청력이 낮아 정상적인 언어발달이 불투명한 경우입니다.


6개월여의 한방치료를 통하여 권이는 ‘엄마’, ‘아빠’, ‘운나(누나)’ 등의 말을 시작했으며, 인지가 향상되어 제법 말길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발달 또한 혼자서 앉기를 시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와우관 수술이나 보청기의 사용을 권유받았던 권이는 한방치료를 통하여 거듭 태어났습니다. 특히 상담 시기에 한방 치료에 대하여 반신반의 하던 권이 부모님은 환한 웃음으로 한방진료실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어린이재활센터를 찾는 모든 장애영유아들이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장애영유아의 임상 통계 기준은 36개월 시기를 기준으로 혼자앉기가 가능한 영유아는 한방치료를 통하여 보행이 가능해집니다. 그 중에서도 경기약을 복용하거나, 출생 직후 호흡곤란을 겪었거나, 임신 중 산모가 약을 복용하였거나, 강직 등과 관련하여 수술을 받은 경우는 일정 정도 변수가 존재합니다. 또한 이렇게 보행이 가능해진 장애영유아 중에서 75%의 경우는 언어표현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므로 장애영유아의 회복은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중요합니다.


이 점이 푸르메재단의 어린이재활센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며, 보다 많은 지역에 장애아동치료센터가 세워져야 하는 근거입니다.


오늘도 저는 푸르메재단의 봉사진료를 다녀오며 많은 장애아동들이 조금씩 더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그 장애 가정의 부모님들이 마음 편히 그리고 당당히 당신의 자녀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 장애인과 함께하는 잡지 <열린지평> 2010년 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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