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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기쁨은 누려본 사람만이 안다

[한은희/ 자유기고가]

누군가 나눔을 뻥튀기 기계와 같다고 했다. 뻥튀기 기계가 작은 쌀알 몇 톨을 금세 부풀려 양손 가득 넘쳐흐르는 즐거움을 선물해 주는 것처럼, 나의 작은 나눔도 어려운 이웃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누고 싶지만 망설이는 이들에게 다음의 행복 전도사를 소개한다.

나눔은 건강을 챙기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다. 공감은 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 복지시설을 찾아가 봉사하는 건 번거롭다. 구세군 냄비에 돈 넣는 것도 어쩐지 멋쩍다. 초콜릿이나 껌을 파는 할머니를 마주할 때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주변 시선이 의식되기 때문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의 사연이 방송을 타고 흐를 때면 안타까움에 눈물을 쏟아내지만 ARS 기부는 좀 귀찮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때면‘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도와’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곤 한다. 측은지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서 드는 생각일까? 마음은 있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의지력 부족 때문이다. 거기다 나눔은 돈이 많거나, 마음이 여유롭고, 천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하고 싶지만 늘 다음으로 미뤄왔던 나눔에 대한 의지를 북돋워 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하면 당신도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에게 두 팔과 다리가 없다면 어떨까? 호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닉 부이치치(Nick Vujicic)는 26세의 청년이다. 그는 머리와 몸통 그리고 두 개의 발톱이 달린 왼발만 가지고 태어났다.

다른 아이들이 걷고 뛰는 것을 배울 무렵 닉은 휠체어에 앉는 법을 배워야 했고, 자라면서 점점 다른 아이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서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배웠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삶을 끝내려고까지 생각했던 그는 부모님의 헌신 아래 삶의 이유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동정하면 사람들도 자신을 그렇게 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자 사람들도 그를 존중하게 되었다.

공을 찰 수 있는 발과 힘차게 달릴 수 있는 다리는 없지만 닉은 여행과 낚시, 수영, 골프를 좋아하는 행복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대학에 진학해 회계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전문 강사가 되었다. 누구보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던 그이기에 사람들에 희망과 용기를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

닉은 현재 강연으로 얻은 수익금으로 제3세계의 낙후된 지역에서 가난 때문에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 있으며 식수와 인프라 같은 사회개발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지만 그의 마음이 더 먼 곳에 있는 약자들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볼티모어에 사는 니콜스 부부는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4명의 버려진 한국인 시각장애아를 입양해 키워냈다. 현재, 첫째 딸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두 아들은 몇 차례의 수술 끝에 시력을 회복했다. 시각장애뿐 아니라 중증지적장애인인 새라는 니콜라스 부부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그 누구보다 장애의 아픔을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눔은 연말의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무휴

이런 나눔의 풍경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오아볼로 씨는 어릴 때부터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희귀병에 시달려온 중증장애인이다. 온몸을 깁스한 상태로 살아야만 했고, 학교조차 다닐 수 없었다. 이 병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키가 1미터를 채 넘지 않는다. 요즘도 힘을 조금만 잘못 주면 뼈가 부러진다고 한다.

시름에 빠져 죽음만을 기다려 오던 어느 날 그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완전히 쓸 수 없는 한 장애인을 만났다. 그리고 목발로라도 걸을 수 있는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20년째 생면부지의 청년실업자, 탈선 청소년, 각종 범죄자에게‘나 같은 사람도 살고 있으니 용기를 내라’는 희망의 편지를 써 보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교훈을 준다. 나눔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시간과 노력 그리고 지금의 내 위치에서 내가 가진 재능과 힘을 나누는 것이 나눔이며 기부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필자의 삶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평생 나밖에 모르고 살다 가면 허무할 것 같아 죽어서라도 좋은 일 한번 하자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서툰 손놀림으로 털모자를 짜고, 자주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에서 온라인 기부도 하게 되었다. 이제는 거창하게만 느껴졌던 나눔이 내 생활의 일부처럼 친숙해졌다.

행복한 사회는 나눔으로부터 출발한다. 시간을 쪼개든, 돈을 쪼개든, 마음을 쪼개든 나의 것을 이웃을 위해 쪼개 놓는다면 그것이 바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디딤돌> 2009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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