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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상상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패터슨은 자기에게 닥친 모든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그에게 장애는 핸디캡이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 취임한 시각장애인 뉴욕주지사 데이비드 패터슨을 두고 뉴욕의 교육감이 한 말입니다. 시각장애인 주지사의 취임을 가장 열렬하게 환영한 것은 뉴욕에 살고 있는 장애어린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처지의 주지사 취임연설을 들으며 어린이들은 미래의 희망을 갖게 됐다는 거지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
이럴 때일수록 진품 후보를 뽑아야 합니다. 장애인계에도 조금은 생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지방의회에 진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새봄과 함께 다시 선거철이 다가왔습니다. 각 정당마다 공천문제로 분주합니다. 자연은 나날이 연두색 신록으로 눈부시지만 공천과정과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 것 같습니다.

비례대표는 1963년 제6대 선거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전에는 형식적으로 존재하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YWCA총무를 지낸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과 소설 ‘꼬방동네 사람들’의 작가 이철용 씨가 여성계와 장애인계를 대표해 국회에 진출한 것이 첫 출발입니다.

4년 전 제17대 선거에서 장향숙 민주당 의원과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 등 장애인출신 4명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는 70여명의 장애인 예비후보가 정당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중에는 장애인 문학계를 대표한 방귀희 씨와 이범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대표 등이 포함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 밖 입니다. 대표성을 갖는 사람은 대거 탈락했고 각 정당마다 한 두 명 후보로 구색을 맞추었을 뿐입니다.

▲ 왼쪽부터 박영숙, 이철용, 장향숙, 정화원, 방귀희, 이범재
그렇다고 깜이 안 되는 사람을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뽑아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견디기 힘든 장애를 가지고도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한 장애인을 뽑아달라는 말입니다. 재산도 많고, 세금도 많이 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사실 장애인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뉴욕주지사와 우리 선거 현실을 비교하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정당 공천과정에서 장애인만을 배려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통틀어 공천을 받은 장애인은 14명에 불과합니다. 인구 중 10%가 장애인임을 감안하면 적은 수입니다. 정당마다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섭섭함이 줄 지 않습니다.

당장은 부족하지만 재목이 될 수 있는 장애인 출신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일부러 할당제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각 정당은 장애인에 대해 더 넓게 문호를 개방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문제점도 많겠지만 문이 열리면 능력 있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됐지만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 언어와 지각장애를 가졌던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같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수도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뉴욕주지사의 탄생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20년 뒤에는 국립맹학교를 나온 한 시각장애인이 서울시장에 당선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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