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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 판사, 조무제 前대법관을 만나다

[조무제/ 現동아대 법대 석좌교수]

“후학을 가르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전대법관 조무제 부산 동아대 법대 석좌교수.

2004년 34년 동안의 법관 생활을 마치자 대형 로펌으로부터 많은 영입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주저 없이 학교로 돌아가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계신다. 지금까지 대법관 출신 중 퇴임 후 로펌에 가지 않은 유일한 판사다.
이번 부산 출장길에 조 대법관을 방문했다. 부산 시내에 있는 동아대 캠퍼스. 찾은 연구실 한쪽에는 책과 법전이 빼곡히 꽂혀있고 창밖으로 부민동 산동네가 보였다. 반가운 인사가 끝나자 준비하신 음료를 내놓으셨다. “커피를 대접하고 싶은데 도구도 없고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없어 생수와 녹차를 준비했습니다.”조 대법관의 성품처럼 간결하고 소박하다.지난해 말 푸르메재단 후원통장에 500만원의 거금이 들어왔다. 송금한 분을 찾아보니 조무제 전대법관이었다. 감사 전화를 드렸더니 너무 수줍어 하셨다. “더 많이 못해서 미안합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소중하게 쓰여 지길 바랍니다”

대법관 재임시절 그의 별명은 청렴청빈 판사였다. 부드러우면서 단호하고, 때로는 날카로우면서 단아한 모습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시며 민족사학자로, 언론인으로 이름을 날리셨던 단재 신채호 선생을 많이 닮으셨다.

최근 근황을 여쭈었다. “매년 소송이 늘어나면서 소송비용과 시간으로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에게 소송까지 가는 고통을 줄이고, 법관들에게는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서울과 부산에 전직 판사 13명으로 구성된 민사분쟁조정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부산센터장으로 분쟁중재를 돕고 있습니다.”

조 대법관은 대학에 나와 연구활동과 강의를 하신 뒤 오후에는 2평 남짓한 조정센터 사무실로 출근해 분쟁중인 당사자들을 만나 한주에 평균 15건 정도 중재를 하신다고 한다.
청경우독(晴耕雨讀). 날이 맑으면 밭을 갈고 비가 오면 책을 읽는다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학교에서는 청렴한 법조인을 가르치고 조정센터에서는 서민의 아픔을 아우르는 모습이 떠오른다.조 대법관은 지난 2007년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은 이후 매달 적지 않은 기금을 정기후원해주고 계신다. 그는 조정업무가 있을 때에는 후배 판사들이 불편해 할 것을 생각해 법원 정문이 아닌 옆문을 이용하고 대학에서는 자전거로 출퇴근할 정도로 청렴한 생활을 하고 계신다.

학교에서 마련한 관사에서 생활하시는 조 대법관은 1998년 대법관으로 임명될 당시 재산이 7200만여 원에 불과했고 앞서 창원지법원장 시절에는 매달 나오는 판공비와 연구활동비를 직원들의 경조사비에 쓰도록 한 일화가 유명하다.

조 대법관은 평생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 외길 인생을 살아오셨다. 그는 헤어지는 자리에서 작은 미소로“푸르메병원이 하루빨리 세워져 의료혜택이 필요한 장애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조 대법관님이 기부해 주신 기금은 단순한 몇자리의 숫자가 아닌 그 분이 평생토록 걸어오신 삶의 철학으로 보인다. 이렇게 의미 있는 후원금을 더욱 소중하고 투명하게 사용해야겠다는 다짐해본다.

글/사진=최성환 모금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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