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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미화/ 방송인]

예전에 우연한 기회를 얻어 잔디네 집이라는 근육병 환우들이 모여 있는 집에 갔었다.

근육병 이라! 어떤 병인지 가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귀한 경험을 했었다. 아주 어린 나이의 친구도 있었고, 이삼십대 청장년도 있었다. 근육이 느린 속도로 망가져서 서지도 못하고, 앉아서 생활해야 하는 그들이었다.

생각해보라! 정신은 젊고 또렷한데, 움직이질 못하니 답답한 노릇이었다.컴퓨터만 있다면 앉아서, 글도 쓰고, 편지도 읽고, 신문도 읽고 세상 돌아가는 이것저것을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생산해 낼 수 있는 젊은 인력들이 해가 쨍쨍 한 그날, 무료하게 장판 위에 쭈욱 앉아서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컴퓨터에 한 장의 편지를 쓸 때에도 커서에 눈동자를 맞추고 눈을 깜박여 한자, 한자, 자음 모음을 맞춰 글을 쓰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어 땀을 뻘뻘 흘려가며 편지를 썼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그렇게 땀을 흘려가며 편지를 썼건만, 아직까지 그의 소망인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재활병원이 첫 삽을 떴다는 소식은 들을 수가 없다.몇 년 전, 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군을 만나러 갔었다. 그는 완벽하게 자기 몸에 갇혀, 눈동자만 움직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요즘 김명민 씨가 열연한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영화를 통해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졌을 듯하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씨
위의 두 경험 속 인물들은 모두 우리처럼 펄펄 날던 사람들이다. 젊고 아름다운 청년들이,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으로…….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각자의 삶.

우리는 우리가 건강하니까 장애와 나는 상관이 없다고 자신하며 산다. 그러나 우리주위를 잘 둘러보면, 살면서 장애를 입는 중도장애인이 정말 많다. 나와 함께 방송국 무대 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사람들도 중간에 차 사고가 나던, 쓰러지던, 중도에 장애를 입고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나도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다. 만약 내가 장애를 입었을 때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이웃이 위로해 주지 않으면, 나는 얼마나 슬플 것인가? 그런데도, 나는 절대로 장애를 입지 않을 것이므로 장애와 나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고, 불쌍하고, 또 보기 불편하고.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느낀다.

우리가 돈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말 한마디 속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들. 나는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느낀다. “장애를 가졌다구요! 그거 천벌받은 거 아닌가요?” 어느 인터넷 신문기사의 댓글을 읽다가 나는 깜짝 놀라고, 화가 치밀었다. 언어의 겸손을 상실한 사람들…….

장애는 어느 순간 예고하고 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만약,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천둥번개를 맞아 장애를 입었다면……. 내가 맨 먼저 달려가서 위로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외로울 것이기 때문에.

김미화 씨는 국내 대표적인 개그우먼으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중입니다.
서울 출신으로 1983년 KBS 개그콘테스트를 통해 데뷔했으며, 《쇼 비디오 자키》에서 김한국과 콤비를 이룬 〈쓰리랑 부부〉, 일명 “순악질 여사”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2001년 늦깎이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입학해 공부했습니다.
현재 MBC 라디오의 대표적인 시사프로인《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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