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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원봉사를 허락하라

학생들에게 진정한 자원봉사를 허하라

방학만 되면 중고등학생들로 북적 이는 곳이 있다. 자원봉사센터와 각종 사회복지기관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자원봉사 시간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오가야 하기 때문에 자원 봉사할 여유가 없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방학 때를 놓치지 않고 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재원
푸르메재단 간사

자원봉사 관리의 기본은 일감과 자원봉사자를 적절하게 이어주는 매칭(matching)이다. 수요와 공급이 딱 맞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개 기관이 원하는 자원봉사자를 절반 정도만 구해도 성공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학에 대거 몰려드는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매칭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녀 봉사시간 채우기, 엄마가 뛴다?

그래서 ‘엄마’가 출동한다. 아이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엄마가 나서서 대신 자원봉사 활동처를 찾는 것이다. 초등학생 정도야 부모의 지원이 크게 필요한 어린 나이니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고등학생, 심지어는 대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나서는 상황이다.  “우리 애가 일요일만 시간이 되는데, 주말에 할 수 있는 일감은 없나요?” “우리 애 대신 제가 활동하고 확인증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사회복지 기관에 이런 전화가 자주 걸려 온다.

필자가 일하는 푸르메재단에도 얼마 전 두 엄마가 찾아 왔다.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분들이었다. 처음에는 엄마들 자신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공부하기에 바쁜 아이들의 ‘자원봉사 시간 채우기’ 때문이었다. 자녀들 대신 시간을 채우겠다는 극단적인 말씀은 안 하셨지만 결국 손쉽게 자원봉사 시간을 채울 일감을 찾고 싶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삼십 분이 넘게 상담을 했는데도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자원봉사를 할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그 학생들만을 위해 억지로 일감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결국 자원봉사자로 등록만 해 두고 나중에 적절한 기회가 생기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고 대화를 끝냈다. 또 다른 자원봉사 일감을 찾아 어디론가 가시는 두 분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세살 ‘봉사’ 버릇 여든 간다

자원봉사 선진국에서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봉사학습(Service Learning)’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문자 그대로 자원봉사와 학습이 결합되어 있다는 뜻이다. 학습의 내용은 이렇다. ‘자원봉사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좋은 것이며 반강제적으로라도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의 감동을 경험하게 한다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자원봉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학습 내용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원활하게 잘 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서 지원해야 한다. 현재 정부 당국 또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준 것이라고는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는, 듣기에는 좋지만 공허한 선언뿐이다. 자원봉사를 잘 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도와주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비유컨대 낚시대도 안 주고 낚시법도 안 가르치고는 월척을 낚아 오라며 강가로, 바다로 내 모는 상황이다. 그러니 엄마들이 나서서 아이들 대신 낚아 주려고 하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자식의 미래를 불철주야 노심초사 걱정하는 엄마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배우고 공동체성을 배울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마저도 과보호와 치맛바람 아래에 두려는 현상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경쟁에 내 몰려 살아남기 위해 골몰해 있는 개인들에게 바람직함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환원시키지 말고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원봉사의 가치를 확신하는 성숙한 자원봉사 리더들이다. 이들이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의 정확한 의미와 자세만이라도 분명하게 알려 줄 수 있다면,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금방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봉사의 참뜻 교사부터 배워야

청소년들을 잘 이끌어 줄 자원봉사 리더는 누가 될 수 있을까? 우선 각급 사회복지기관 및 비영리기관의 자원봉사 관리자가 있다. 자원봉사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이들이 바쁜 일정 중에서도 학생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자원봉사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교 현실이 허락한다면 자원봉사 교육에 경험과 비전과 있는 교사를 지정해서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인 방법으로, 사범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예비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어떤 경우에서도 피해야 하는 상황은 학생들이 지하철역이나 우체국 같은 곳에서 의미 없이 시간이나 때우는 ‘허드렛일 꾼’으로 홀대 받고 자원봉사에 대해서 안 좋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경우이다. 아직은 경험도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미래는 이 사람들의 것이며 바로 이 사람들이 자원봉사의 미래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자원봉사의 미래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어른들이 부지런히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고 제시하자.

글=이재원 푸르메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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