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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 금융인 윤현수

돈은 훔칠 수 있어도 행복은 훔칠 수 없습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고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채우는 데만 열정을 바치는 사람이 있고 비워 가면서 채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행복한 사람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자신을 비워가면서 채우는 사람이었습니다.자신을 비워가면서 사는 것- 말은 쉽지만 선뜻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채우는 것 못지않게 비울 줄 아는 것도 어렵습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세계 갑부 아성’을 계속 지키고 있는 까닭도 따지고 보면 그들이 나눔의 미학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며칠 전 ‘기분 좋은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들을 통해 자신을 비워가며 채우는 법을 배웠고 행복하게 사는 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한 사람은 가수 김장훈 입니다. 자기 자신을 비우는 것이 ‘그의 생활방식’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그는 마포의 24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1백만 원이 전부입니다.

성공한 가수, 엄청난 수의 팬을 갖고 있는 돈 잘 버는 인기가수인데도 말입니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사회에 기부한 돈은 4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카이스트에 5천만 원의 발전기금을 선뜻 내놓기도 했습니다. 과학기술계에 대한 우려의 소리를 듣고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합니다.애써 번 돈을 자신이 쓰지 않고 왜 기부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서 현명한 대답을 듣게 된 저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었습니다.

그의 정신세계는 어머니가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에 봉사하고 있는 어머니가 던진 말이 그의 이런 생활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가수로서 성공한 이후에도 정체성과 삶의 목적성에 대해 많은 고뇌를 했다고 합니다.이때 어머니는 “남은 인생은 하나님이 주신 보너스로 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가수로서 정상에 올라섰을 때 어머니는 어김없이 전화를 해 “너 전에 성공하면 기부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 이후 그는 지금까지 어머니와 한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금융인 윤현수 회장이었습니다. 윤 회장은 한국, 진흥, 경기상호저축은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재벌은 아니지만 가질 것은 다 가진 그입니다. 윤 회장은 한국문화진흥재단을 설립해 소리 없이 국악인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을 주고 각종 국악공연을 지원합니다. 국악 CD까지 제작해 무료로 나눠주기도 합니다. 안숙선 소리 50주년을 기념해 안숙선 뮤지엄을 개관하기도 했습니다.그는 한국저축은행에 한국문화후원예금상품을 직접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연평균 예금 잔액의 0.3%를 적립해 문화후원금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또 제비꽃 시인상과 제비꽃 시민 소설상도 제정해 예술인들에게 창작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우리 것’과 ‘우리소리’를 보존하고 육성해야한다는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의 또 다른 ‘자신 비우기’는 사진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찍은 작품사진들을 모아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감성의 詩語(시어)로 세상 풍경을 담은 전시회였습니다. 파리 런던 등 세계 각지에서 렌즈로 거리의 모습을 관찰하며 느낀 감정을 카메라로 표현한 것입니다.전시회 주제도 특별했습니다. 안단테 소스테누토-일부러 더디게란 뜻입니다. 그동안 재빠르게 먼저 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사진을 통해 욕망이나 욕심을 한숨 재우고 어려운 사람을 추스르고 가는 것을 배우게 됐다고 합니다.그는 어느 날 새벽 4시 반에 런던에 도착했는데 공항을 나와 맨 처음 본 풍경이 횡단보도에 붉은 신호등 하나가 깜빡이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인생에 대한 경고 메시지구나 생각하며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가수 김장훈의 정신세계에 어머니가 자리 잡고 있다면 윤 회장의 머릿속에서는 늘 아버지가 지배하고 있다고 합니다.윤 회장의 두 번째 시도는 그래서 ‘아버지’를 테마로 被寫體(피사체)를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fall in photo’인생이라 말하며 자신을 비우며 채워가는 그의 평범함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을 비우며 그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두 사람을 보며 무엇이 행복인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행복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나눌 때 그 크기가 더 커진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부자가 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도층이 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얀 쌀밥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서민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행복은 자신을 비우고, 나눠주고, 조금은 더딘듯하게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아시아경제신문 ‘권대우의 경제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현재 석간 「아시아경제신문」 과 국내 정상의 시사경제주간지인「이코노믹 리뷰」 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동북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늦깎이 인생으로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만큼 학문에 대한 집념도 대단하다. 1977년 매일경제신문사의 공채 7기로 입사해 한국은행, 상공부, 재무부, 경제기획원과 재계, 금융계 등 주요 부서를 두루 출입했으며 편집국장, 광고 및 사업담당 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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