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몇 배의 행복으로 돌아온다

 



다섯 살에 <황혼열차>의 아역 배우로 데뷔해 50여 년간 대한민국 영화 속에서 삶의 반세기를 보낸 배우 안성기(55).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망설임 없이 ‘국민배우’라고 부른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그의 영화를 보며 때로는 울고 웃으며 위로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스크린의 별이면서도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처럼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와 도움을 줄 것 같은 따스함과 든든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자연인 안성기도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니세프의 각종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온 것. 그는 1992년 12월 유니세프 특별대표에 이어 1993년 5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친선대사에 임명된 이래 현재까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 동안 소말리아 · 우간다 · 몽골 등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직접 방문해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삶을 돌아보며 후원기금 조성을 위해 애써왔다. 이를 위해 후원자에게 보내는 기금호소 편지를 직접 작성하는가 하면 방송에서 유니세프 활동을 홍보하고 각종 후원모금 행사 등에 참석하는 등 음으로 양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섰다.

그가 그 동안 다녀온 국가는 총 10개국. 그는 처음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소말리아의 아이들을 돌아본 후 진정한 소명의식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굶어 죽은 아이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 썩은 냄새가 나는 가운데, 살아 있는 아이들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파리가 눈에 붙어도 멍하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더군요. 배가 고파 힘이 없어서 제 몸 하나 가누기가 힘들었던 거죠. 지옥을 보고 온 기분이었어요. 충격이 정말 컸습니다. 티 없이 자라야 할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생명을 잃어간다고 생각하니 목숨 걸고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봉사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캄보디아에 갔을 때예요. 그곳은 내전이 있었던 터라 곳곳에 지뢰가 있어요. 9세 정도 된 꼬마 녀석이 지뢰로 발목을 잃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의 아버지가 목발을 만들어 주니까 좋아서 뛰어가요. 힘든 상황일 텐데도 신나 하며 밝게 웃던 그 꼬마의 얼굴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어요. 인종이 다르고 처해진 환경이 어려워도 역시 아이들은 모두 해맑은 영혼을 가졌어요. 유니세프 일은 그런 소중한 아이들의 삶을 회복시키고 지켜주는 일인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있으면 당연히 보태야죠.”

그는 유니세프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도움을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다고 털어놓았다. 봉사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쉬운 것이란 얘기도 했다.

“봉사는 남을 돕는 게 아니에요. 어려운 일도 아니죠. 그저 내가 조금 더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겁니다. 그리고 그 나눔을 통해 세상 보는 눈도 키웠고 배우로서 감성도 풍부해졌습니다. 결국 나눔은 제게 몇 배의 행복으로 다시 돌아온 겁니다.”

그는 봉사는 나눔이고 나눔의 진정한 의미는 행복이란 사실을 이해하고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배우 안성기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기에 웃음 지을 때 눈가에 잡히는 굵은 주름마저 멋있어 보이는 사람이다. 봉사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국민배우 안성기. 우리 시대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파라다이스그룹 사외보 제23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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