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

 


오전 11시, SBS 아침 음악 프로의 진행을 마치고 막 로비에 나타난 김창완(53)님은 짧은 티에 편안한 복장으로 나왔다. 그런 모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오히려 편안하게 맞이해줘서 고마웠다. 전날 촬영과 방송으로 인해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인터뷰하는데 힘든 모습이었지만 진지하고 부드럽게 맞아 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KBS 2TV <포도밭 그 이야기> 드라마에 이형만역으로 출연하고 있어요. 포도밭으로 유명한 영동(충북)에 내려갔는데 피부가 새카맣게 탔죠.” (웃음)


가수와 연기자, DJ 등 다양한 방면으로 방송을 하고 계신데 어떤 분야가 편하세요?

“무대에서 노래를 통해 이 모든 것을 푸는 것 같아요. 어떤 한 분야가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몰두해서 하는가 그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나쁜 사람, 이렇게 있다고 할 정도로 자전거 애호가 이신데 지금도 타고 출근하시나요?

“네. 오히려 자전거를 타면서 삶의 여유를 찾는 것 같아요. 집에서 목동까지 20km 정도 되는데 이곳을 매일 자전거 타면서 출근을 하고 있어요. 운동은 충분히 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무렇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 동안 삶의 고비고비마다 묻어 나온 삶의 철학들이 말을 타고 흘러 나오는 것 만 같았다. 


라디오를 통해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늘 편하게 얘기하는 모습만 보았고 웃음만 있는 줄 알았지만 절망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처럼 그가 내 뱉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곱 씹어 볼 만 했다.


“희망과 절망은 우리의 다리와 같아요. 한쪽 발이 내 딛는 곳에 희망이 있고 또 다른 한쪽이 내 딛는 곳에 절망이 있어요. 늘 우리는 그런 공존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것이 삶인 것 같아요.”


방송한지는 얼마나 되었죠?

“ 제가 지금까지 77년부터 방송을 했으니까 30년 정도 한 것 같네요. 한번도 방송에 빠진 적이 없었거든요. 무엇이든지 내게 주어진 길은 책임감을 갖고 걸어왔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저는 남들보다 더 행운아 일 거에요. 시대가 그렇게 인정을 해주었고 고비마다 이해해주는 사람이 늘 곁에 있었어요.”


 



 


 


 


 


 


 


 


그러나 때론 방송을 그만두거나 쉬고 싶지는 않았나요?

“물론 사람이기에 그러고 싶었지만 중요한 것은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큰 행운인 것 같아요. 남들이 인정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직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고 좋은 일이니까요.”

 

방송 중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얼마 전 <포도밭 그 사나이> 때문에 충북 영동에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돼지를 보게 되었는데 순간 거기서 가슴으로 울은 적이 있었어요. 두 마리의 돼지가 그 진흙 속에서 자신들의 터를 만들기 위해 비집고 헤매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살아왔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날 이후 지금까지 육식을 하지 않고 있답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웃음)



재활병원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푸르메재단과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한 말씀 해준다면?

“절망을 얘기하지 않고 희망을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고통도 있고 때론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빠져 나오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 고비를 넘느냐 못 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마음 속에 있지요. 푸르메재단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해나가고 장애인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만큼 사회적인 책임도 클 수 있다고 봐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재단 속에 있다면 희망은 꺼지지 않을 거에요.” 


인터뷰를 하다가 갑자기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찾아간 곳은 지하 직원 식당코너. 아줌마들이랑 벽 없이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이 방송인 같지 않고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점심을 사주면서 여기저기 전화가 온다. 참 바쁜 사람이다. 식사 후에 잠시 마무리를 하고 우리는 서로 헤어졌다.


 



 


방송국을 나오면서 머리가 무거워졌다. 이미 여러 책으로 그의 삶이 알려져서 자세한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지만 두 손을 꽉 지고 살아온 그의 삶만큼 우리가 너무 편하고 가볍게 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이었다. 자전거로 한강 도로를 달리며 그가 보는 아침 풍경은 그 동안 진지하고 욕심 없이 살아온 것에 대한 자연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06년 8월 29일 임상준 팀장)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