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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안내견과 기업윤리

강규형 명지대 교수

나는 어린 시절 동물을 무척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한 동물은 개였다.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이며 주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개에 대해서 나름대로 많은 공부를 하면서 안 사실은 개가 엄청나게 많은 용도로 쓰인다는 점이었다. 애완견은 물론이고 집을 지키는 번견(番犬), 인명구조견, 사냥견, 경주견, 경찰견, 군용견, 목양견(牧羊犬), 마약 탐지견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용도가 많은 것이 개였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시각장애인들을 인도하는 안내견(盲導犬)이었다. 높은 지능, 체력, 충성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특히 인내심이 없으면 이 역할을 수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개 중에서도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견종이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개 중 가장 영리하고 순한 편에 속하는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주로 쓰이고, 그 이외에도 드물게 셰퍼드 등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TV 외화에서는 이런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막상 우리나라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복잡한 도로사정과 무질서가 주원인이었고, 부분적으로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만큼 우리의 생활이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갔을 때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 당시 내가 공부하던 과 석사과정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하는 한 여학생이 시각장애인이었다. 정상인도 하기 힘든 러시아사를 시각장애인이 공부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는데, 그 여학생이 의지하는 개가 바로 골든 리트리버 종이었다. 그런데 과와 러시아-동유럽연구소의 구성원 거의 모두가 이 여학생과 안내견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배려하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연구소의 뉴스레터에는 그와 그의 애견에 대한 동정이 실리고 주변의 배려를 당부하는 코너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을 갖춘 Indiana University 전경

 시간이 조금 지나 우리나라의 언론지상에 시각장애인인 한국의 한 학자가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교수가 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교수가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국가가 지급해 주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현재 교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해 듣기에 정이 든 그 애견을 데리고 왔지만 당시 우리나라 사정 때문에 안내견으로 쓰기보다는 그냥 애완견으로 키웠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유석종군과 그의 안내견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상황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교통질서와 도로사정이 전보다는 좋아지고 또 이런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키우고 훈련하는 기관이 생기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시대가 부분적이나마 열리고 있다. 애견가로 유명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지원으로 삼성화재 안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육성, 훈련 프로그램이 생겼고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도 해준다 한다. 기업가가 자신의 취미를 공익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좋은 예라 하겠다.

선진사회는 약자를 보호하는 정신이 제도화된 곳이다. 약자에 대한 보호가 비효율적이 되는 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들을 위한 배려가 존재하는 부드러운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일단 정신적, 경제적으로 이러한 배려를 할 만큼 풍요로운 사회에서 이런 것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걸맞게 사회자체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프로그램의 시행은 이러한 첫걸음을 내딛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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