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면소 체험을 통해 진로를 찾다

[일본 나고야·다카야마 장애인 천국을 가다] 3편 나고야 직업개척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일본의 장애인 직업훈련시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을 안고 버스로 나고야시 아이치현에 위치한 나고야 직업개척교(なごや職業開拓校)로 출발했다. 무척 깨끗한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이동하는 모습이 바쁘게 움직이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일본의 모습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어느새 나고야 직업개척교에 도착해 있었다. 나고야의 거리처럼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 나고야 직업개척교의 전경. 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시설로 우동가게와 제면소로 운영되고 있다.


4층으로 지어진 건물은 지은 지 10년이 넘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만큼 깨끗했다. 문 앞에서 장애인 훈련생들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라며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직접 만든 면으로 우동을 만들다


훈련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나고야 직업개척교 미유키 미즈토리 교장.

나고야 직업개척교는 왓빠회에서 나고야시 아이치현의 위탁을 받아 2001년 설립된 공동직업훈련시설이다. 왓빠회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취업, 노동, 상담, 생활 등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이다.


미유키 미즈토리(水鳥 美雪) 교장은 “우동을 만드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체험을 하는 곳”이라며 제면소의 역할에 대해서 여러 번 강조했다.


직업개척교는 단순히 제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 근무에 필요한 기술과 기능 습득부터 비즈니스 매너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5명과 지적장애인 20명 정도가 각각 1년과 2년 과정으로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장애인의 직업훈련을 위해서 제면소와 우동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제면소에서는 장애인들이 제조업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기능을 습득하기 위한 실질적인 훈련을 진행한다. 1층에 자리한 우동가게에서는 고객을 만나며 서비스 마인드와 기본적인 매너를 익힐 수 있다.




▲ 장애인 훈련생이 밀가루를 배합해서 반죽을 만들고 있다.


제면소 안으로 들어가자 10명 정도의 장애인 훈련생들이 위생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었다. 반죽을 만들고, 면발을 자르고, 면의 굵기와 모양을 검수하고, 포장을 하는 등 각기 다른 업무를 하며 기능을 열심히 익히는 모습이었다. 장애인 훈련생이 직접 우리를 안내하며 업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는데 얼굴에서 열정과 보람이 느껴졌다.




▲ 제면소 벽면에는 훈련생의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면을 만드는 순서가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다.




▲ 기계를 통해 뽑아낸 면발이 통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조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제면소에서 완성된 면발은 포장된 상태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도 하고 우동가게에서 우동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포괄적인 지원으로 장애인의 취업을 돕다


장애인 훈련생이 직업훈련 과정을 모두 마치려면 1~2년이 걸린다. 비즈니스 매너와 기본적인 교육을 배우는 준비기간, 적성에 맞는 훈련과 체험을 하는 기본기간, 구직 활동을 하거나 원하는 기업 인턴십을 통해 적성을 파악하는 실천기간, 취업 활동을 하는 이행기간으로 구분된다. 교육을 통해 준비하고 본격적인 직업훈련과 실습을 통해 장애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취업이 이뤄지기까지 단계별로 포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제면 기술은 여러 체험 중의 하나에 속하고 다른 직종에 취업할 수 있게 적성을 찾도록 돕고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나고야 직업개척교는 공공직업훈련소로 나고야시로부터 장애인 훈련생의 훈련수당을 지원받는다. 훈련수당은 월 10만 엔(한화 약 100만 원)정도이며 교통비는 별도이다. 직업개척교의 운영비는 3/4은 정부보조금, 나머지 1/4은 훈련생들의 수업료와 우동가게의 수익금으로 충당된다.




▲ 장애인 훈련생이 포장된 면발을 보여주고 있다. 제품은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취업했다고 끝이 아니다.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과 가족, 기업까지 상담하고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1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일하고 싶은 많은 장애인들에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오고 있다.




▲ 우동가게에서 다양한 튀김을 곁들여 판매하고 있는 우동.


제면소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훈련생들 대부분은 실제로 제면소가 아닌 물류창고 분류, 제조업, 서비스업 접객 업무, 회사청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한다. 한국과 비슷하게 장애인을 고용하게 되면 국가에서 세금공제와 훈련생 수당 지급과 같은 각종 혜택 지원하고 있다.


일하고 싶은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일할 수 있다


방문을 마치고 한국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어떠한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장애인 취업을 위한 직업재활시설들이 늘어나고 있고 사회복지사들과 직업재활사들이 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이 다양한 직종을 탐색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의 범위도 좁은 편이다. 무엇보다 직업훈련은 한 직종을 숙달하는 것에 집중되어있다.


이와는 달리 일본은 장애인 훈련생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찾을 때까지 다양한 직업 체험의 기회를 주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취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점차 늘려 장애인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이 직업재활을 생각하는 푸르메재단도 나고야 직업개척학교처럼 장애인이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그 중심에서 푸르메재단이 해야 할 역할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글, 사진= 신혜정 간사 (나눔사업팀)


<나고야 직업개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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