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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어린이의 재활과 배움을 동시에

[독일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다] 5편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

 

독일의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리며 한적한 시골 풍경을 구경한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전면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Kinder-Behandlungszentrum Aschau GmbH)에 도착했다.


▲ 독일 남부지역에 위치한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의 전경

▲ 한 장애어린이가 인공암벽등반 구조물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인공암벽등반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편안함과 호기심을 느낄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또한 재활치료의 과정에 속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침 한 장애어린이가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인공암벽등반 구조물을 오르고 있었다. 어른이 보기에도 결코 낮지 않은 높이였지만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갖춰 놓고 있어 이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인공암벽등반 구조물을 통해 근육을 발달시키거나 성취감을 느껴보는 등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 치료파트 책임장인 귄터 마이어(Günther Mayer)

잠깐 둘러보던 중 복도에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직원이 있었다. 병원에 대한 안내와 전반적인 설명을 맡은 귄터 마이어(Günther Mayer) 씨였다. 귄터 마이어 씨는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의 치료파트 책임자로서 사회복지, 물리치료, 심리학을 전공한 의료 전문가이다.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와 기숙사를 함께 운영한다는 점이다. 병원 고유의 기능인 치료와 학교의 주요 기능인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구조이다. 또 병원의 중심에는 어린이의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여 개입하는 전문가 팀이 있다. 이러한 구조와 역할은 독일 남부지역의 어린이재활 영역에서는 큰 자랑거리라고 한다.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가족 중심의 재활치료와 특수교육의 개입이었다. 여기서는 장애를 지니고 있는 아이에게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이를 둘러싼 가족과 모든 과정을 의논해 치료와 교육을 진전시켜 나간다. 이것이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을 장애어린이 재활치료 영역에서 부각되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 물리치료사로부터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장애청소년(사진 오른쪽)과 곁을 지키는 어머니(가운데)의 모습.
치료사는 아이가 집에 돌아가서도 재활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가족들에게 치료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약 120년의 역사를 간직한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 3층 건물에 총 69병상을 갖춘 병원동과 130여 명의 장애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 미술작품이 걸어 밝게 꾸며진 병원동은 벽을 사이에 두고 보호자 대기석(왼쪽)과 복도(오른쪽)가 구분되어 있다.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보호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주로 중복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한다. 약 70% 이상이 선천적인 장애에 해당되며 취학 연령대에 속하는 6~14세의 아이들이 전체 이용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병원과 학교는 설정한 기본방향에 따라 치료와 교육을 진행한다. 병원에서는 ‘장애’로 부각되는 부분적인 해결만을 위한 수술이나 치료에 집중하지 않는다. 어린이의 신체적, 심리적인 기능을 고려해 성장을 예측하고 일상생활과의 관계를 살펴본 후 재활치료의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조성된 교실. 몸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은
침대(사진 왼쪽 부분)에 앉아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학교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기 어려운 장애어린이에게도 열려있다. 주간보호(방과 후 프로그램)와 치료기능을 보강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130여 명의 학생 중 55명이 주간보호와 학교 내 치료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특수교사와 보조교사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각 2~3명씩 맡아 지원한다.

장애어린이의 교육에 있어 가족의 역할은 치료 과정에서처럼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하려는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장애어린이가 유지해야 하는 자세에 맞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걸상

병원과 학교 그리고 기숙사가 동시에 운영되는 특성상 재정도 각각 다르게 지원된다. 보험회사가 병원을 지원하고 바이에른 주정부가 학교를 지원한다. 기숙사는 하위 단위의 정부기관을 통해 지원받는다.

이 병원은 인근 유럽국가나 아랍권 등 다양한 국가의 어린이들이 이용한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의 장애어린이들을 치료하는 것이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규에 따라 이용자의 최소 50%를 바이에른 주에 사는 장애어린이로 제한하고 있다.

귄터 마이어 씨는 선척적인 장애를 지닌 어린이에게 ‘재활’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재활’은 치료와 훈련 등을 통해 기능을 이전으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생각하는 ‘재활’의 목적은 장애어린이의 신체적, 심리적 기능을 회복시키고 강화하는 데 있다. 장애어린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와 교육을 통해 자립능력을 최대한 키워내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장애인이 누리는 삶을 기준으로 맞춰가는 ‘정상화(Nomalization)’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장애어린이의 움직임을 분석해 관절, 뼈 등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하는 데 유용한 바이컨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습.
첨단 장비를 통해 장애의 정도를 파악해 분석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그 지역이 이미 가지고 있는 여러 부문의 다면적인 서비스를 이용하여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중심재활(Community Based Rehabilitation)’이라고 하는 개념과도 조금 다른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병원과 학교, 전문가와 당사자 그리고 가족이 함께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 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또한 치료와 동시에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생각되었다.

‘재활’이라는 용어를 장애어린이의 상태에 맞게 신중하고 올바르게 적용하려는 아샤우 어린이재활병원과 친절하게 설명해 준 귄터 마이어 씨를 기억하며 병원 문을 나섰다.

*글, 사진= 홍정표 팀장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지역복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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