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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나요?

하나금융나눔재단 가족상담 · 심리치료비 지원사업 인터뷰

 

상담과 생애 첫 인터뷰를 위해 둘째 아들 재용이와 함께 집 앞의 한양JY심리발달센터를 찾은 경숙 씨. 낯선 사람과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영 어색한지 한껏 고개를 숙이고 눈에 살짝 들어 수줍은 웃음을 머금으며 ‘괜찮다’ ‘좋다’는 대답을 반복합니다.

심리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은 경숙 씨와 둘째 아들 재용 군
심리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은 경숙 씨와 둘째 아들 재용 군

질문자: 어머니, 혹시 첫 아이는 언제 낳으셨어요?
어머니: 마흔한 살에요.
질문자: 늦은 나이에 아이를 보셨네요?
전문가: 어머니, 41살이 아니라 30세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어머니: 네~ (웃음)

“처음 뵀을 때부터 괜찮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지금은 고민도 먼저 얘기하시고 해결이 힘든 문제가 있으면 전화하셔서 도움도 요청하실 정도가 됐어요.” (이준영 한양JY심리발달센터장)

수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아이들 곁을 지키는 경숙 씨는 발달장애인입니다. 고3과 중3인 두 아들도 발달장애 판정을 받아 각각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특수반에 재학 중입니다.

질문자: 어머니, 요즘 어떤 고민이 있나요?
어머니: 없어요. 괜찮아요.
질문자: 그럼 가장 행복할 때는요?
어머니: 아이들이랑 있을 때요.
질문자: 아이들이랑 무엇을 할 때 행복하세요?
어머니: 그냥… 다 행복해요.

특수학교를 다니는 첫째 아들 대룡 씨는 수시로 집을 나가 며칠간 모습을 감춥니다. 성년을 앞두고 있지만 장애가 있는 아들이 집을 나가면 엄마는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아들 곁을 지키고 있는 경숙 씨. 지금 가장 간절한 소원은 대룡 씨가 졸업한 후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거주하는 영구임대 아파트는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성인과 청소년 셋이 살기에는 비좁아요. 거기에 반려견까지 키우고 있거든요. 대룡이는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라 답답한 마음에 어디로든 멀리 가고 싶은 것 같아요. 집을 나가면 지하철을 타고 끝까지 가서 헤매다 돌아오곤 하는 거죠.” (이준영 한양JY심리발달센터장)

질문자: 재용이는 형이랑 사이가 어때요?
재용이: 음… 그럭저럭 잘 지내요.
질문자: 형제끼리 그럭저럭이면 아주 잘 지내는 건데?
재용이: 아~ 그런 거예요? (웃음)
질문자: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예요?
재용이: 형이 나갈까 봐 불안해요. 저희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놀이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는 재용이는 오늘도 엄마를 재촉해 1시간 일찍 센터에 왔습니다. 집이 좁기도 하지만 에어컨도 없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센터가 재용이의 유일한 피난처인 것이죠. 낯선 이들이 싫지도 않은지 알아서 부족한 의자도 갖다 줍니다. 대답이 곤란할 때면 여느 아이들처럼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이준영 센터장은 “재용이를 처음 만났을 때 목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자기표현을 전혀 안 하는 아이였다”며 “장애어린이나 장애청소년들은 폭력이나 성범죄, 자해와 자살 등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비장애인보다 높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표현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심리치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절망 속 피어난 희망의 불씨

 오랫동안 경숙 씨 가족의 상담과 치료를 담당해온 이준영 한양JY심리발달센터장
오랫동안 경숙 씨 가족의 상담과 치료를 담당해온 이준영 한양JY심리발달센터장

재용이와 경숙 씨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심리상담치료 덕분입니다. 교육청의 장애학생 인권지원단 사업으로 만난 이준영 센터장의 도움으로 국가와 지자체 바우처라는 제도를 알게 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요. 하지만 지원기간은 최대 2년이 한계. 그 기간이 마감돼 막막했던 경숙 씨에게 또 다른 희망이 찾아왔습니다. 하나금융나눔재단에서 장애가족 심리치료비를 지원받게 된 것입니다.

15년간 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을 위한 기부를 꾸준히 이어온 하나금융나눔재단은 일찍부터 장애자녀를 둔 부모와 비장애형제들의 심리상담치료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지원해왔습니다. 현장 전문가들 역시 “장애자녀를 둔 부모나 비장애형제에 대한 지원은 장애 당사자를 위한 복지만큼 중요하지만 국가나 지자체 지원이 아직 부족하다”며 “기업들이 이런 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주고 있는 것 같아 참 반갑다”고 입을 모읍니다.

장애자녀를 포함해 여섯 아이를 키우는 발달장애인 엄마 조도남 씨 역시 하나금융나눔재단의 지원으로 새 행복을 찾았습니다. 남편의 무시와 폭언, 그리고 절도, 폭행, 자살 시도, 성범죄 등 아이들의 문제들이 버거워 수차례 자해와 자살을 시도했던 조도남 씨. 1년간 지자체 지원으로 심리상담을 받다가 중단 위기에 놓였던 그녀 역시 하나금융나눔재단의 지원으로 상담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웃음을 찾고 있는 조 씨는 “그때는 왜 그렇게 제 몸에 상처를 냈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아이들이랑 더 행복해지고 싶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유일한 바람은 아이들의 행복입니다

심리전문가들은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비장애부모보다 아이들의 행복에 대해 더 자주 언급한다고 얘기합니다.

“장애자녀를 둔 비장애부모들의 경우 언젠가 자녀가 비장애인처럼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재활치료에 전념하면서 가족의 행복을 후순위로 미뤄요. 반면 장애부모들은 장애자녀의 행복만을 바라지만 방법을 모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행복에서 멀어지고 말지요. 전문가와의 소통을 통해 그 대안을 찾을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가정을 행복하게 지켜나갈 의지가 있는 것이 장애부모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찍는 중]
질문자: 재용아, 엄마랑 더 붙어봐.
재용이: 아, 부끄러워요!

경숙 씨가 수줍어하는 재용이를 먼저 끌어당기더니 꼭 안아 줍니다. 쑥스럽게 웃으며 말을 삼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아들을 마주보는 눈에도 애정이 듬뿍 담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일상의 행복이 또 다른 이에게는 많은 노력과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는 불공평한 사실이 새삼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경숙 씨와 도남 씨는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전문 조력자들과 함께 그 방법을 찾아갑니다. 오롯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요.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장애가족에게 희망 불씨 지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