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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꿈틀거리는 상상

그림책 ‘꿈틀’ 김준철 작가 인터뷰

“축복은 멀리 있지 않다.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것도, 허리를 펴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 여길 수 있다. 가장 약하고, 가장 낮은 곳을 가리키는 성자의 길이 아닐지라도 본능적으로 그렇게밖에 갈 수 없는 길. <꿈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고 싶다”
그림책 <꿈틀> 김준철 작가

2017년 푸르메재단과 한울림스페셜이 함께한 ‘푸르메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꿈틀> 김준철 작가의 말입니다.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힘겹게 살아온 작가는 자전적 그림책으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고통과 외로움 속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일지라도, 끊임없이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픔에 공감하는 주인공 아이를 통해서 말이지요.

당시 거칠고 무거운 그림책의 분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의문을 품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라고 전한 김준철 작가. 꿈틀거리는 용기와 의지,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을 다시 만난 곳은 춘천시 지하상가에 문을 연 갤러리 상상언더 개관전 <상상을 파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장애어린이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김준철 작가

“대중이 장애인을 단번에 이해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눈에 쉽게 띄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 있는 장애인 이야기를 더욱 드러내야만, 장애인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기회가 생겨요” 지역 예술가 6명이 시민과 만나는 귀한 자리에 작가는 자신의 첫 그림책이자,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꿈틀>을 내걸었습니다. 출간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김준철 작가가 참여한 전시 포스터(왼쪽 사진)와 작가와 시민이 예술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모습

중증장애인의 삶을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는 몇 해 전 우연한 기회에 푸르메재단과 출판사가 기획한 푸르메그림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마침 국내 최초의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인 푸르메병원 건립으로 장애어린이의 재활이 세간의 주목을 받던 시기라, 작가에게는 뜻을 펼칠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오랜 세월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 장애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달라졌어요. 제가 만들 수 있는 그림책으로 장애인도 희망을 품고, 꿈틀거리며 살아갈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모든 연령층이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평범한 이야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전시 <상상을 파는 사람들>에 전시된 작품 <꿈틀>

다시, 새롭게, 꿈틀

이번 전시에서 <꿈틀>은 그림책에 실린 삽화의 원화 1점과 올해 푸르메재단이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작가는 “그림책보다 영상이 제가 말하고 싶은 바를 훨씬 정확하게 표현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꿈틀>이 잊히는 줄만 알았는데, 덕분에 전시에 상영하게 되면서 더욱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보입니다.

“장애인의 삶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꾸준히 이야기한다면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점점 커지리라 믿어요” 그렇게 힘을 보태야겠다고 다짐한 김준철 작가는 이 작은 꿈틀거림이 누군가를 움직이는 첫 단추가 될 것이란 커다란 기대를 품습니다. 주인공 아이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도 꿈틀대며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마주합니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뿐. ‘꿈틀’은 바로 그런 것이니까요.

아직도 <꿈틀>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김준철 작가

<꿈틀>을 완성하기까지 2년, 그리고 계속된 작업. 30년 넘는 투석의 고통에도 지치지 않고 붓을 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 묻자 지금도 식지 않은 뜨거운 열정을 내비칩니다. “그림책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관심도 불러오고 싶었기 때문에 아픔을 참고 견딜 수 있었어요”

그렇게 몸소 부딪히며 그림책을 배운 작가는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소망합니다. “지금도 제 목표는 오직 하나예요.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소외된 계층이나 장애인들과 함께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계속 들려주고 싶어요. 환하고 밝은 그림체로요”

이해와 나눔이 있는 내일을 그립니다

“공신력이 생기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말 한마디를 여러 사람이 들어주고, 대신 목소리를 내주기도 합니다. 가끔 더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해요. (웃음)”

최근 그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세상에 어두운 면도 분명 존재하지만, 밝은 면을 바라봐야 세상을 밝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의 이동입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한 다음 그림책에서 작가의 환하고 밝은 세상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고민과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되는 까닭이지요.

“동정이 아닌 이해로 장애를 바라보게 되면, 우리가 충분히 장애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작가가 상상으로만 그렸던 <꿈틀>을 각고의 노력 끝에 그림책으로 펴냈듯이, 푸르메재단이 늘 꿈꾸던 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이 기적 속에 탄생했듯이.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순간을 떠올리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김준철 작가와 모두를 응원하겠습니다. ‘꿈틀’

*글, 사진= 이정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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