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곤 씨를 소개합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한 희망 일터, 푸르메소셜팜! 정규직으로 채용된 34명의 청년 농부들이 토마토를 가꾸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활기 넘치는 농장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 해보는 직장생활이 낯설고 업무에 서툴기도 하지만, 직업인으로 당당하게 성장해 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응원해 주세요!

두 번째 이야기


 



지난 1월 푸르메소셜팜 여주농원에 합류하면서 직원들의 장애 유형을 굳이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자폐성 장애인이 지적장애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아 장애 유형에 대한 정보가 직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되기도 하거니와, 그보다 앞서 장애인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특성을 더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복지관에서 일하며 장애인을 이용자로 대할 때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용자가 복지관에 처음 왔거나 치료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진단 및 상담을 진행할 때 저는 최대한 이용자의 정보를 많이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가족 사항이나 장애 유형, 질병 이력, 약 복용상황, 학력 등의 정보 말이지요. 그때는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직원으로서 장애인을 만나니 가족 상황이나 질병 이력 등을 친해지기 전에 물어보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먼저 친밀함을 느끼고 신뢰를 느끼게 하는 라포 형성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함을 다시 느낍니다.


저보다 먼저 푸르메소셜팜 여주농원에 입사한 1기 직원들과는 이제 많이 친밀해졌습니다. 출근해서는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주말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밥은 먹었는지를 물어봅니다. 다른 직원들에게 유머러스한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것도 저에게는 작은 기쁨입니다. 모두가 제 유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명곤씨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저희 직원 중의 한 명인 김명곤 씨를 소개할까 합니다. 명곤 씨는 매우 하얀 피부에 모자를 잘 씁니다. 말과 행동이 빠르지 않아 처음에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줄 알았습니다. 눈을 빤히 쳐다보며 질문하면 안경 너머로 눈빛이 흔들리며 대답을 잘 못 하는 경우가 있어 시선을 다른 데로 향하고 물어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충분히(?) 친해지고 나니 명곤 씨는 대화하기를 참 좋아하고, 쾌활한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업 중 다른 동료로부터 “명곤 씨, 바구니 좀 가져와요~” 등의 자연스럽게 넘겨지는 잔심부름에 이용당하는 듯하더니, 나중에는 “OO 씨가 하세요~”, “작업 중 그만 말하고 일하세요.”라고 얘기하며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 명곤 씨는 자립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명곤 씨는 이동지원차량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요. 오전반 직원들이 다 퇴근하고 나서도, 제가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도 집에 못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동지원차량이 점심시간대에는 바쁜 모양입니다. 어떤 날은 30분, 긴 날은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늦는 날에는 저나 직무지도원 선생님들이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하는데도 명곤 씨는 “그냥 기다릴게요”라고 몇 번을 강조하여 말합니다. 작업할 때도 브로콜리나 버섯 상자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들고 나르려고 하고, 일이 바쁠 때는 쉬는 시간에도 계속 일하려고 해서 무리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곤 합니다.


명곤 씨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명곤 씨의 말은 듣는 사람을 따뜻하게 합니다. 하루 휴가를 내었다 출근하는 날에 명곤 씨가 다가오더니 “매니저님,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해줍니다. 작업장에서 브로콜리 및 컬리플라워를 다듬는 작업을 했을 때 원재료를 보관하고 납품을 하던 창고가 있었습니다. 납품 등을 할 때 직원 1명과 창고에 동행하는데, 우리 직원들 사이에 ‘창고는 일 잘하는 사람, 인정받은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퍼져 서로 가고 싶어했지요. 어느 날 명곤 씨도 드디어 창고에 다녀왔는데, 제게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매니저님,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전에는 제가 창고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경험해 보니 창고에서의 납품 업무가 쉽지 않아 보였나 봅니다. 몇 개월 전에 들은 말을 아직 기억할 정도로 그때 명곤 씨의 말은 큰 힘이 되었고 따뜻했습니다.


즐겁게 일하는 게 행복입니다



상담 중에 명곤 씨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Q : 푸르메 소셜팜에 일하고 나서 변화된 점이 있다면?

A : 일하기 전에는 조금 심심하기도 했는데 일한 다음에 재밌어졌어요.

Q : 현재의 행복점수는?

A : 100점 만점에 100점이에요.

Q : 명곤 씨에게 행복이란?

A : 일할 때 즐겁게 하는 게 행복입니다. 올해는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이 많을 때까지 일하고 싶어요.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하는 직원이 있어 함께 일할 때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됩니다. 푸르메소셜팜 여주농원이 명곤 씨와 같은 직원들에게 일하며 느끼는 행복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주는 직장이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함께 일하겠습니다.


*글·사진= 임규형 푸르메소셜팜 가공서비스팀장


<푸르메소셜팜 기부벽에 이름을 새겨드립니다>


– 씨앗 기부자 50만 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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