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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음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김성수 푸르메재단 명예이사장 인터뷰

 

청명한 가을의 어느 날, 백경학 상임이사가 푸르메재단 초대 이사장이었던 김성수 대한성공회 대주교 (푸르메재단 명예이사장)를 만나러 강화도 우리마을을 찾았습니다. 내년 완공할 푸르메소셜팜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함입니다.

김성수 주교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발달장애인을 위해 보냈습니다. 1974년 성베드로학교를 설립해 초대 교장으로서 그들의 성장을 이끌고, 졸업 후 이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자 콩나물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성베드로학교에서 처음 만난 어린 학생들이 이제는 환갑을 앞두고 있습니다. 선생과 제자였던 이들이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동료가 되어 매일 서로를 마주합니다.

김성수 주교와 강화도 우리마을 장애인 직원들
김성수 주교와 강화도 우리마을 장애인 직원들. 출처= 푸르메재단 DB

함께하는 장애인들이 나이를 들어가면서 김성수 주교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아흔이 넘은 지금도 그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시간은 비장애인보다 20년 정도 빨리 흘러요. 환갑이 된 장애인의 신체나이는 80세 정도 된 비장애인과 비슷하지요. 더 일할 수 없다고 집으로 돌려보내도 나이 많은 부모가 그들을 돌볼 수가 있나요. 맘 편히 여생을 보낼 장소를 만들어 줘야지.”

그렇게 우리마을이 양로원 건립이라는 새로운 꿈을 시작하던 중 큰일이 닥쳤습니다. 지난해 10월 콩나물공장에 갑작스럽게 불이 난 것입니다. 건물은 몽땅 타 버렸고 우리마을은 한순간에 모든 일상을 잃었습니다. 콩나물공장은 우리마을의 존재 이유이자 장애직원들의 일터이고 사회이고 삶이었기에 모든 이가 망연자실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사정을 들은 이들이 온정의 손길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마을 화재에 급하게 달려와 불을 꺼줬던 소방관들이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매일 119원씩 1년간 모은 돈을 기부해주었습니다. “불 꺼주고 기부까지 해주다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우리마을의 콩나물을 모두 구매해왔던 풀무원은 공장을 새로 지어주고, 그사이 일을 할 수도, 집에 머물 수도 없는 직원 10여 명을 위해 일거리도 제공해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2500여 명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분 한 분 찾아가 큰절을 하고 싶어요.”

새해가 되면 튼튼하고 안전한 갑옷을 두른 콩나물공장이 새로 들어설 것입니다. 우리마을 근로자들도 다시 튼튼하고 건강한 콩나물을 키울 수 있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입니다.

푸르메재단과의 인연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와 마주앉은 김성수 주교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와 마주앉은 김성수 주교

15년 전, 김성수 주교는 푸르메재단 이사장직을 맡아달라는 백경학 상임이사의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물론 푸르메재단도 채 설립이 되지 않았던 상황. 백경학 이사는 “아무것도 없던 푸르메재단의 이사장직 제의를 받아주신 이유가 무엇이냐”며 오랫동안 품어왔던 질문을 꺼냈습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힘닿는 한 돕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었지요. 그 후 오랫동안 푸르메재단을 지켜봤고 이제는 백경학이라는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어요.”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던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을 ‘누군가 꼭 해야만 한다면 지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끝내 완성한 그 의지를 이르는 것일까요.

발달장애인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누구보다 앞서 고민하며 그 길을 닦아온 김성수 주교에게 백 이사는 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푸르메재단이 15주년을 맞아 장애어린이 재활에서 장애청년을 위한 자립으로 도약하며 푸르메소셜팜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기에 앞선 이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장애인과 관련한 사업은 무조건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발달장애인은 각자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어요.”

김성수 주교는 주변의 지지가 우리마을의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 상추를 키웠는데 사줄 사람이 없어서 결국 실패했어요. 다행히 콩나물은 풀무원에서 전량 구매해줘서 지금까지 우리마을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면 훨씬 쉽게 갈 수 있어요.”

장애청년의 좋은 일자리, 푸르메소셜팜

푸르메소셜팜 착공식의 시삽식 세리모니 모습
10월 29일 진행한 푸르메소셜팜 착공식의 시삽식 세리모니 모습

다행히 푸르메소셜팜은 그 필요성에 공감한 많은 이들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보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건립비 후원과 함께 추후 농장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을 구매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여주시청과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역시 돈을 보탰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에너지 설비를 지원했습니다. 스마트팜 전문기업 그린플러스는 건설비를 대폭 낮춘 반면 장애인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만드는 데 자재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활용했던 여주 땅을 더 많은 발달장애인을 위해 기부한 이상훈 · 장춘순 씨 부부는 푸르메소셜팜 건립의 일등공신입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푸르메소셜팜이 제 모습을 갖추어갑니다.

푸르메소셜팜을 위해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김성수 주교
푸르메소셜팜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김성수 주교

성인이 되면 더 할 일이 없고, 갈 곳도 없는 발달장애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한 김성수 주교에게 푸르메소셜팜 건립을 위한 응원의 한 마디를 부탁했습니다.

“지금도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식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그럴 수야 있나요. 푸르메재단에서 장애인들이 농사를 지어 돈을 벌고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푸르메소셜팜이라는 좋은 일자리를 만듭니다. 여러분, 작은 마음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여러분이 힘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성수 주교는 코로나19로 누구보다 큰 어려움에 직면한 발달장애인을 잊지 말고 살펴달라는 바람도 함께 전했습니다. “위기상황을 맞아서 장애인들처럼 소외된 이웃을 돌아볼 여유마저 없어진 것 같아요. 갇혀서 생활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특히 라면도 끓이기 힘든 장애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예요. 모두가 힘들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보다 더 어렵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찾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밀려난 장애인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평생을 바친 김성수 주교. “행복하려고 애쓰는 마음조차 욕심”이라는 말에 그가 걸어온 삶의 전부가 녹아 있습니다. 고귀한 걸음, 사뿐히 새겨놓으신 그 발자취 따라 처음의 마음 그대로 걸어가겠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영상= 김홍선 간사 (나눔마케팅팀)

<푸르메소셜팜 기부벽에 이름을 새겨드립니다>

– 새싹 기부자 1백만 원 이상
– 단비 기부자 1천만 원 이상
– 햇살 기부자 1억 원 이상

[기부계좌] 우리은행 1005-003-434891(재단법인 푸르메)
[기부문의] 02-6395-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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