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 망설이면 놓쳐요

양차주·김은파 모녀(母女)의 기부 이야기


 


“무엇이든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푸르메재단에 방문해 재단 소개를 듣고 있는 양차주·김은파 모녀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삶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 순간 자신을 다독이며 다짐도 하지요. 하지만 계획대로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 또한 자기와의 숱한 싸움에서 이겨야 얻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과 결과는 무엇보다 값집니다.


내 것을 나누는 기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성향과 의도, 경제적 여건에 맞춰 계획하고 행해야 비로소 나눔의 진가를 맛볼 수 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


“마음을 먹으면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양차주 씨가 오랜 세월 꾸준히 기부를 실천할 수 있었던 다짐입니다. 얼마 전 푸르메재단을 찾아온 양 씨는 하얀 봉투 하나를 건넸습니다. 그 안에는 손수 준비한 기부금이 들어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꼭 마음이 흔들리더라고. 이렇게 봉투에 넣고 바로 실행해야 적은 것이라도 기부할 수 있어요”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하며 하나가 되면 좋겠다는 소망에, 개인 기부로 적지 않은 금액을 선뜻 내놓았습니다.


양차주 씨가 가지고 온 소중한 기부금

자식들이 쓰라고 준 용돈을 조금씩 모아놨다가 기부금으로 씁니다. “내가 다 갖고 있으면 없던 욕심이 생기니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해요. 내가 우리 애들 대신해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너희들이 많이 줘야 기부도 많이 한다고 얘기하지요”


이미 여러 기관에 도움을 주며 양 씨의 나눔 행보는 일상이 됐습니다. 활동이 힘든 장애 이웃을 볼 때면 기도도 빼먹지 않습니다. “끝까지 견딜 힘을 주세요” 작고 미약할지라도 지금보다 나아진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봅니다.


장애 이웃을 위해 나눔을 결심한 양차주 씨는 큰 계획을 조용히 실행에 옮겼습니다.

푸르메재단을 최근에 알게 됐지만, 장애 이웃의 삶에 계속 눈길을 주었던 양 씨. 장애인의 재활부터 자립까지 지원하는 푸르메재단의 사업들을 살펴보고는 믿음이 더욱 굳어졌는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장애어린이의 재활을 통해 성장을 돕고 자신의 길을 찾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장애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게 대단해요. 장애인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는 건강한 활동이잖아요”


귀한 인연이 만든 소중한 선물


김은파 씨는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 푸르메재단을 알리는 시민 홍보대사입니다.

양 씨가 푸르메재단과 마주하기까지는 딸 김은파 씨의 힘이 컸습니다. 올해 초 재단을 찾아온 일산호수마라톤클럽에서 활동하는 김 씨는 동아마라톤을 통해 푸르메재단과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건강함에 항상 감사해요. 움직임이 어려울 때의 힘듦, 괴로움을 알 것 같아 자연스럽게 장애인 재활에 관심이 생겼지요. 엄마에게 기부를 추천한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김 씨는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 푸르메센터를 일으킨 귀한 인연 중 한 명입니다. 2010년 푸르메센터 건립 ‘벽돌기금’을 모금할 당시, 기부벽에 이름을 새겨준다는 소식에 매력을 느끼고 푸르메센터를 짓는 벽돌 한 장을 놓았지요. 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부벽은 지금도 기부를 일으키는 아주 좋은 모금 아이디어라고 말합니다.


(좌) 푸르메센터 건립 기부벽을 둘러보고 있는 모녀 (우) 기부벽에 새겨진 김은파 기부자의 이름

30년 전 대학생 때 1,000원으로 출발한 김 씨의 나눔은 월급을 받는다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커졌습니다. 나눔의 가치는 어머니에게 배운 것이지요. “엄마는 검소하세요. 돈이 있어도 안 쓰시는데, 그러면서 기부는 또 많이 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지요. 자식들에게 커다란 유산과 좋은 습관을 남겨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지금, 이 순간 함께 만들어나갈 사회


장애어린이와 장애청년이 어떤 사회에서 살길 원하냐는 질문에 양차주 씨는 1초의 고민도 없습니다. “당연히 차별 없는 사회지요” 더 나아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품고 스스로 주체가 된 삶을 살길 희망합니다. 딸 김은파 씨도 옆에서 한마디 거듭니다.


“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와 지역에서 자주 보이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웃처럼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보이지 않으면 기회조차 만들 수 없지 않을까요? 사회 제도가 뒷받침되어 지역사회 속에 어우러진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거예요”


기부 전달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좌측부터) 양차주 기부자,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10년 전 작고 어렸던 재단을 떠올리며 이제 비로소 자리를 잡은 것 같다는 김 씨. “장애인들에게 기회가 실마리를 제공하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훌쩍 자라 14개 산하기관과 장애인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열어가는 푸르메재단에게 두 모녀가 남긴 바람입니다.


“큰 것을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해요.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지요” 나눔을 작심하면 당장 행해야 한다는 양차주 씨의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깁니다. 미루고 망설이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내 것을 나누겠다 결심한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마음먹기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장애어린이와 장애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할 나눔, 그 시작은 바로 지금입니다.


*글, 사진= 이정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작은 나눔부터 실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