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 푸르메를 만든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두정희 재활치료센터장


 


두정희 재활치료센터장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대표 금손으로 유명합니다. 못하는 것 빼고 다 만든답니다. 90여 명의 치료사가 소속된 재활치료센터를 총괄하고, 어린이재활치료 보조기구로 효과적인 ‘무럭이밴드’를 만든 주인공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병원 내의 ‘마스크’ 트렌드를 이끄는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마스크를 착용한 두 센터장은 하얗고 파란 마스크 군단 속 단연 돋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두 손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이들을 재활치료 할 때입니다. 36년간 국내의 열악한 재활치료 환경을 개선하고, 장애어린이와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두정희 센터장. 국내 유일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과 어린이재활계의 베테랑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죠.


여덟 번째 ‘함께 하는 사람들’에서는 두정희 재활치료센터장의 금손 플렉스를 제대로 보여드립니다.


어려운 어린이재활 현실 속에서도 역주행하고 있는 푸르메병원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두정희 센터장
어려운 어린이재활 현실 속에서도 역주행하고 있는 푸르메병원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두정희 센터장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재활치료센터장 두정희입니다. 재활치료센터에는 재활진료센터와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사 90여 명이 속해 있습니다. 이 안에서도 물리치료팀, 작업치료팀, 언어치료팀, 정서행동치료팀으로 분류됩니다. 저는 네 팀의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있어요.


Q.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12년, 전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앞둔 상태였어요. 마침 푸르메재단은 어린이재활병원 개원을 위한 첫 단계로 각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죠. 그 자리에 제가 물리치료사 대표로 참석하면서 푸르메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병원 개원 전, 2012년 재단이 먼저 오픈했던 푸르메재활센터(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푸르메병원의 설계, 운영, 인력 등 여러 부분을 같이 협의했고 2016년 4월, 병원 개원과 함께 이쪽으로 옮겨 왔어요.


Q. 푸르메재활센터에서 푸르메병원까지 푸르메재단과 8년을 함께 하셨어요. 센터장님을 모시려는 곳도 많았을 텐데, 푸르메와 함께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직장에서 퇴직할 때 여러 곳에서 같이 일하자는 권유를 받았어요. 결국 푸르메를 선택한 이유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를 보듬고 싶다는 마음이 같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어린이 재활의 현실은 참 어렵습니다. 재활 수가가 병원에서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적어서 기존 병원들이 소아재활을 포기하는 실정이거든요. 그런 점을 감안할 때,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현실을 역주행하는 셈이었어요. 그 용기 있고 대단한 발걸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동행하게 된 것 같아요(웃음).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병원이 잘 되어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이에요.


Q. 처음 재활치료를 공부하실 때는 국내 환경이 불모지나 다름없었을 텐데, 물리치료사가 되고자 했던 계기가 있나요?


제가 사남매였어요. 오빠가 14살 때 뇌수종으로 일찍 우리 곁을 떠났고, 경기로 한쪽 신체를 끌고 걸었던 여동생은 6살 때 떠났죠.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을 어린 눈으로 보고 자라면서 우리 엄마와 같은 장애자녀 부모들의 상처를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계열별로 입학한 대학교에서 우연히 재활의학기술학과(작업, 물리치료사 양성 학과)를 접하고 이 길이 제 소명이라는 걸 알았죠.


당시에는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의 경계가 있던 게 아니라서 먼저 작업치료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물리와 작업치료를 5:5로 하다가 물리치료사로 전향하게 됐어요. 어린 아이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두 분야 모두 경력을 쌓았고 그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됐습니다.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치료 보조기구를 개발하는 두 센터장의 금손 플렉스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치료 보조기구를 개발하는 두 센터장의 금손 플렉스

Q. 치료센터장임에도 여전히 일선에서 아이들 치료에 전념하고 있으신데, 치료를 하실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시나요?


치료는 치료사로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치료를 통해 점차 나아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치료할 때 아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일상생활에 접목해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둬요. 치료는 병원에서 하지만 결국 일상에서 생활하고 움직이고 설 수 있어야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생활 속에서 치료가 함께 이뤄지는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요.


Q. 다양한 아이디어로 푸르메병원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시고 있는데, 혹시 거북이교실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푸르메병원에 맞는 여러 가지 치료 프로그램을 고민했어요. 거북이교실은 아이가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지만 바르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와 부모교육을 통합한 프로그램입니다. 하루 중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부모예요. 즉 부모가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면 재활치료를 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지요. 아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놀이자세, 이동자세, 앉은 자세를 아이 특성에 맞춰 부모님에게 지도하는 것이 거북이교실을 운영하는 목적이에요.


또 다른 목적은 부모가 치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거예요. 치료 현장에 있다 보면 보호자들이 치료사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져요. 부모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배우려는 의지가 약합니다. 막상 배워도 비전문가로서 이해하고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죠. 그래서 보호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거북이교실의 목적이에요.


이른둥이 조기중재 프로그램 ‘우쑥우쑥’의 전신인 조산클래스와 재활치료 보조기구인 ‘무럭이밴드’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이른둥이가 치료 대기를 하다가 안타깝게 시기를 놓치는 것을 보고 보호자가 직접 아이를 다룰 수 있도록 조산클래스를 기획했어요. 치료사 1명이 보호자 10명 앞에서 치료 시연을 보이고 2명의 치료사는 보호자가 하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었죠. 아이는 정상적인 움직임을 배우고 엄마는 아이 다루는 법을 전문가와 함께 익힐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아이의 움직임을 위해 기구도 찾아서 리폼하고 치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치료사와 부모, 아이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프로그램을 추가해 현재의 우쑥우쑥이 되었습니다.


무럭이밴드는 제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했어요. 치료하다 보면 아이들의 움직임을 조절하기에는 손이 부족할 때가 있어요. 움직임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낙상 우려도 많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다양하게 움직임이면서도 낙상 위험은 줄일 수 있는 무럭이밴드, 벨트, 치마, 모아벨트 등의 보조기구들을 개발했어요. 우리 병원에 다양한 치료기구가 있는데 그중 승마기구는 어린이용이 따로 없어서 성인용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근데 발판이 없어서 기구 사용 시 안정성이 떨어지고 아이의 움직임을 방해해서 무럭이밴드를 이용해 아이가 좋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담당 물리치료사가 아이 특징에 따라 밴드 종류를 추천해줍니다. 푸르메병원에만 있는 유일무이한 재활치료 보조기구죠.


Q. 90여 명의 치료사를 총괄하는 재활치료센터장으로서 소통에도 신경을 많이 쓰실 것 같습니다.


치료사와의 소통, 각 팀 간의 소통은 매일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특히나 90명에 달하는 직원 모두와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요. 매주 월요일마다 팀장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치료사들과는 마주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살피려고 노력해요. 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전체 미팅도 했어요. 요즘은 팀과 관계없이 치료 아이디어나 정보를 필요로 하는 치료사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편하게 소통하려고 하고 있어요.


Q. 푸르메병원에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걷지 못하던 아이들이 걸을 때죠. 최근에 네발기기에서 앉는 동작을 연결할 때 몸통을 다양하게 회전하지 못하고 W자로 앉거나 엉덩이를 깔고 그냥 앉는 아이가 있었어요. 무럭이치마를 입혔더니 그 자리에서 옆으로 몸통을 돌려 정상적으로 앉는 거예요. 거북이교실을 통해 무럭이치마 활용법을 어머니에게 교육했고 한 달 뒤, 다시 아이를 만났을 때 무럭이치마 없이도 아이 스스로 옆으로 돌아서 앉게 됐더라고요. 정말 기뻤습니다.


Q. 병원에서는 치료와 행정업무 등 엄청 바쁘시잖아요. 퇴근 이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취미생활이 있으신가요?


평소에 재봉‧바느질을 많이 해요. 내 손으로 만든 것들이 유용하게 쓰일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특히나 내 마음에 드는 색이나 무늬의 옷감을 활용해서 자유자재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낼 때 큰 매력을 느껴요. 요즘은 마스크를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였어요. 직접 사용하기도 하고 지인들에게도 나눠주기도 해요. 병원에서 마스크가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서 기부할 생각으로 제작도 하고 있어요. 100개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 약 80개를 만들었어요(웃음).


두 센터장은 직접 제작한 마스크로 푸르메병원 트렌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두 센터장은 직접 제작한 마스크로 푸르메병원 트렌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치료사로서는 건강이 허락하고 힘이 닿을 때까지 조금씩이라도 치료를 할 계획이에요. 제가 이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많은 착오를 경험하고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에요. 그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도움을 받았을 수 있지만 또 누군가는 상태가 나빠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얻은 확신을 치료로써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오랜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제 치료 노하우가 향후 재활치료의 발전에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여행’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도 있잖아요. 다리가 건강할 때까지는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당분간은 코로나19 탓에 쉽지 않겠지만 가능해진다면 유럽으로 긴 여행을 가고 싶네요.


Q. 다음 ‘함께 걷는 사람들’ 인터뷰이를 추천해주시고, 궁금한 점을 질문해주세요.


김남욱 정신건강의학과 주임과장님을 추천합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요. 톡톡 튀는 치료 사업 아이디어도 많은 푸르메병원 아이디어 뱅크랍니다. 저는 발달장애 뿐 아니라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의 부모님에 대한 심리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이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 김남욱 주임과장님께 질문하고 싶어요.


*글, 사진= 이지연 간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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