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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희망의 벽돌 한장 얹으렵니까?

‘희망의 재활병원에 벽돌 한장 얹으렵니까?

 

푸르메재단 <네가 있어 다행이야>… 인세 전액 재활전문병원 건립기금으로

 전관석 (sherpa74)

지금 내 앞에는 <네가 있어 다행이야>라는 책이 놓여 있다. ‘푸르메재단’이 엮고 도서출판 창해가 낸 책이다. 사심이 생긴다. ‘인세 수익금 전액을 푸르메재단 재활전문병원 건립기금으로 쓴다’는 이 책을 적극 소개(한다고 해서 큰 영향은 없겠지만)해 한 권이라도 더 팔리도록 할 참이다.

 

하지만 ‘백경학’이란 인물을 언급하지 않고 ‘푸르메재단’을,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먼저 백경학을 소개한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1998년을 기준으로 인생이 바뀐 사람이다. CBS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백 이사는 1996년 독일 뮌헨 대학으로 연수를 떠났다가 1998년 귀국 전 가족여행을 위해 영국에 들른다.

 

가족 교통사고 계기로 재활치료에 관심

 

<네가 있어 다행이야>

ⓒ 창해

푸르메재단

백씨 가족은 이때 큰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약물 복용 운전자의 과실 때문에 생긴 이 사고에서 아내 황혜경(당시 서울시청 공무원)씨가 크게 다쳤다. 3개월 동안 혼수상태로 있었고 큰 수술도 세 번이나 받아야 했다. 그러나 결국 황씨는 다리를 절단하게 됐고, 손떨림과 말을 약간 더듬는 후유증까지 갖게됐다.

 

백 이사는 이후 1년 이상 영국과 독일 병원에서 아내 재활치료를 하고 귀국했다. 외국의 재활시설에 감동하고 돌아온 백 이사에게 국내 재활 환경은 앞이 캄캄할 정도로 열악했다.

우리나라 재활병상은 전국 통틀어 4000여 개 정도. 백 이사는 많은 병원에서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얘길 들었고, 겨우 얻어 입원한 재활시설에서조차 환자와 보호자 모두 편하게 치료받지 못했다.

 

(푸르메재단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약 470만 명의 장애인이 있다. 이 중 65%는 교통사고, 뇌졸중, 지체장애 등으로 인해 입원치료와 지속적인 재활교육이 필요한 사람들. 하지만 이들 중 고작 2%만이 입원치료 등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며 재활의학과 의사 1인당 장애인 수가 6000명, 장애인구 1000명당 재활병상 수는 3개 미만. 장애환자 재활의 첫 관문인 재활치료 여건은 매우 척박한 현실이다)

 

백 이사가 “한국에 재활전문병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무렵이다. 이후 백 이사가 자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그를 지켜본 사람이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백 이사는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렵게 기다려서 입원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아니 우리도 OECD 국가고 선진국이라는데 왜 이럴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됐어요. 왜 유럽 같은 병원을 만들지 못할까. 알아보니까 정부라든가 기업이라든가 아니면 대학에서 그런 병원을 만들면 수지 구조가 맞지 않고 또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거죠. 불행이라는 게 남의 문제지 나한테 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들이 직접 겪었기 때문에 그런 조그만 병원이라도 하나 있으면… 우리 사회가 조금 변화될 수 있는… 이런 병원도 있구나 하면 누가 또 복지가라든가 기업이라든가 국가에서 이런 병원 또 만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거고요. 그런 병원 한 번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을 고민하게 된 거죠.”

 

그가 귀국 후 동료 몇 명과 ‘옥토버훼스트’라는 하우스 맥주집을 열어 운영에 매달렸을 때도 그의 생각은 온통 ‘재활전문병원’에 맞춰져 있었다. 다행히 그의 곁에 사람이 많았고 이들은 선뜻 그의 도우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재활전문병원, 2012년에 만들어진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 푸르메재단

푸르메재단

백 이사의 헌신과 지인들의 도움 속에 지난 2004년 8월 17일 드디어 ‘푸르메재단’이 탄생했다. 재활전문 병원 건립을 향해 큰 한 걸음 내딛은 것이다. ‘푸른 산’을 의마하는 ‘푸르메’란 단어를 재단 이름에 넣었고, 재단 심볼은 ‘희망의 홀씨’로 정했다. 백 이사는 푸르메재단에 옥토버훼스트의 지분을 포함해 수차례에 걸쳐 기부했으며 특히 아내 황씨는 영국 교통사고 보상금 20억 중 절반을 뚝 떼어 재단에 쾌척했다.

 

병원 건립을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됐다. 땅과 돈을 기부하는 손길이 이어졌고 병원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자치단체들의 제안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11월 10일, 푸르메재단은 경기도 및 화성시와 재활전문병원 부지 제공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2년, 화성시 향남면 상신리 의료복지타운 부지에 5개동(지상3층, 지하2층)의 자연친화적 재활병원이 세워지게 됐다.

 

백 이사가 그토록 염원했던, 풍부한 녹지와 체육시설에 근접한 전원형 병원, 전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환자를 24시간 간병함으로써 가족의 일상생활과 경제행위를 보장하는 자타 공인 재활전문병원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백 이사와 아내 황씨에게는 멀기만 했던 절망과 희망 사이, 그러나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인해 다른 장애인 가족들에게 이 간격은 매우 좁혀졌다. 그들은 이 병원에서 절망보다 훨씬 긴 희망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책 소개다. 백 이사와 푸르메재단은 <네가 있어 다행이야>라는 책을 냈다. 물론 푸르메재단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위한 수익사업의 일환이다. 30명의 저자들이 힘을 보탰는데 이들 모두 인세를 병원 건립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이 책 저자는 안성기, 정호승, 고도원, 김창원, 홍세화, 박원순, 엄홍길, 우석훈, 이원규, 황대권 등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인사들이다. 하지만 책은 이들의 유명세를 이용하거나 이름만 빌리거나 하지 않는다. 이들 역시 백경학 이사의 ‘딛고 일어섬’과 유사한 경험들을 지니고 있음을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희망과 절망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으며 결국 ‘불행을 극복한 결과’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유명인사 30명의 ‘희망예찬’

 

소설가 박완서씨는 글머리에 이렇게 썼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고통이 오늘을 위한 씨앗이 되었다고 하고, 고통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웠다고도 합니다. 불끈 주먹을 한번 쥐는 것만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없지만 절망에 마음을 내주지 말라는 그들의 당부는 가슴에 남습니다. 힘에 부쳐 쓰러지려는 순간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속삭임이 내 귓가에 들릴 것 같습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에 걸려 온몸이 붙고 뒤틀리는 ‘육체의 감옥’에 갇힌 이원규 박사는 그러나 “제한된 물리적 상황에서도 나름으로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자 한다”면서 “이 세상엔 나보다 훨씬 더 큰 고통과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많은 분이 힘든 삶의 여정을 훌륭하게 이겨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산수(80)를 눈앞에 둔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역시 60년 전 꽃다운 나이에 폐결핵의 희생자가 될 뻔했다. 그는 “청춘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병마와 싸웠다”고 했다. 그 이후의 삶을 김 총장은 “인생의 빚을 갚고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의 말은 ‘인생 허투루 살지 말라’는 죽비와도 같다. ‘포기 불가론’이다.

 

“돌아갈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라면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포기란 자기 안의 무수한 가능성을 폐기하는 것이며, 자기 삶이 서서히 녹슬어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가장 지독한 나태와 무례함이다.… ‘삶의 어느 한 점에 묶여 있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한’ 삶은 달라진다고 한다. 다음 길목에서 만나게 될 무엇이든지 계속 걷는 사람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지금을 사랑하며 몰입한다. 지금 여기에 몰입하며 나아가는 삶은 성장한다. 오늘의 내 모습은 내일의 나를, 내일의 나는 미래의 나를 만드는 삶의 정직한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정채봉 작가와 맺은 인연을 들려주고, 죽음을 담보로 산을 오르는 엄홍길씨가 그동안 산에서 뿌려댔던 절망의 눈물과 희망의 등정기도 애잔하다. CF에서 시청자와 만난 적이 있는 이지선 푸르메재단 홍보이사는 “지금 이 순간 절망하지 않기로 한 당신! ‘내일’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란 말로 독자들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하는 김창완은 글도 참 잘 쓴다.

 

“좌절과 용기는 왼발과 오른발이다. 왼발을 내딛었으면 그 다음에는 오른발을 내딛어야지. 이제 오른발을 내디딜 차례다. 얼마 있지 않아 또 좌절이라는 왼발이 기다리고 있겠지.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그 다음엔 어김없이 용기를 내딛게 될 테니까….”

 

책 한 권 소장이 재활병원 벽돌 한 장

 

이들의 ‘희망예찬’만으로도 허했던 가슴 한 구석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독자 눈물 몇 방울 떨구게 하는 ‘착한 책’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 책 한권 소장한다는 것은 재활병원 건립에 벽돌 한 장 얹는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전국 곳곳의 서점에서 벽돌 한 장 한 장 끊임없이 화성으로 날아갔으면 좋겠다. 병원 건립이 당초 계획보다 조금씩 늦어졌다는데, 독자들의 성원으로 이후 공기(工期)는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절망’은 ‘희망’의 파생어다. 희망을 끊어버리는 것이 절망이다. 희망이 먼저다. 백경학 이사의 헌신과 희생을 보면 그렇다. <네가 있어 다행이야>에 참여한 저자 30명의 가르침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이 책 저자들이 들려준 여러 좋은 말 중 참말로 좋은 말 한 구절.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의 ‘덕분에’ 살고 누군가와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푸르메 병원’ 건립을 위해 벽돌 몇 장 더 얹고 싶은 독자들은 푸르메재단(02-720-7002)에 전화하거나 홈페이지(http://www.prume.org)를 방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