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더 행복해지는 곳

네덜란드 선진농업 연수 ; Kwekerijk’t Voske 버섯농장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네덜란드 Uden의 양송이 재배농장 Kwekerijk’t Voske.


길게 연결 지어 세워진 빨간 벽돌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생산총괄대표인 에드워드 마이엔버그(Edward Meienberg )씨가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네덜란드 사람답게 185cm가 훌쩍 넘는 키를 자랑하는 에드워드는 16살때부터 버섯에 빠져 살았다며 Voske 농장 구석구석을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우리에겐 조금 낯선 대왕 양송이(?)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버섯은 양송이.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양송이는 작고 하얀 색이지만 이곳의 양송이는 좀더 큰 밤색 양송이다. 맛의 차이는 크게 없으며, 작은 양송이는 샹피뇽 (champignon, babybella라고도 부른다), 좀더 큰 특대 사이즈의 양송이는 포타벨라(Portabella)라고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버섯의 맛과 향에 있어 본질적 차이는 없으나 시장의 선호도나 가격이 포타벨라 쪽이 좀더 높아 가능하면 포타벨라 크기로 출시하고 있다.


포타벨라(오른쪽)와 샹피뇽.
샹피뇽과 포타벨라(오른쪽).

포타벨라 중 큰 것은 햄버거 빵만해서 실제로 영국에서는 햄버거의 빵 대신 버섯 사이에 각종 고기와 채소를 넣어서 먹기도 한다고.


빵 대신 포타벨라 버섯으로 만든 글루텐 걱정 없는 햄버거.
빵 대신 포타벨라 버섯으로 만든 글루텐 걱정 없는 햄버거.

보통 버섯은 볏짚이나 톱밥을 발효시킨 배지에 종균을 심어 재배한다. 한국에서는 농가에서 직접 배지를 발효시켜 재배하는 경우가 많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배지전문기업에서 이미 종균 접종까지 마친 배지를 구입하여 재배하고 있다. 농업에 있어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네덜란드답게 버섯배지 역시 안정성과 생산성에서 최고품질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한국 양송이 농가에 비해 3배 이상의 생산성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초기 구입비용이 비싸다는 무시 못할 단점도 있다.


1,000평을 5,000평으로 활용하고 있는 버섯재배실



Voske 농장의 버섯재배실(유닛)은 총 13개. 전체 재배실의 면적은 1천평이 조금 안 되지만 각 유닛마다 5단으로 이루어진 2개의 트레이가 자리잡고 있어 실제 재배면적은 5천평에 가깝다. 모든 유닛은 버섯생육을 위한 환경이 자동으로 제어된다. 재배시기에 따라 온도와 수분공급, 공기의 주입과 순환이 컴퓨터와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보통 한 유닛은 7주 단위로 한 주기가 이루어집니다. 스팀소독을 마친 유닛에 버섯배지의 입실과 배양을 마치면 이후 2차 혹은 3차에 걸쳐서 수확을 하지요. 1차에서는 제곱미터당 20kg, 2차에서는 8kg, 3차에서는 3kg 내외로 수확됩니다. 이후 전체 유닛을 비우고 깨끗이 청소한 뒤 새로운 주기를 시작합니다.”


각 유닛마다 서로 다른 주기를 가지고 있어 생산량은 연중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곳에서 출하되는 버섯은 대부분 영국이나 독일 등지로 수출되며, 어른 손바닥만한 큰 포타벨라는 소포장되어 네덜란드 마트에 납품하기도 한다.


이 곳이 가장 예쁜 stage라고 말하며 에드워드가 한 유닛의 문을 열자 모든 사람에게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각 트레이마다 꼭꼭 들어찬 동글동글한 꼬마버섯들의 모습은 엄청난 양과 함께 귀여운 모습으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창 버섯이 자라나고 있는 1차 수확기 유닛을 보여주는 에드워드씨.
한창 버섯이 자라나고 있는 1차 수확기 유닛을 보여주는 에드워드씨.

“예쁘게 자라고 있죠? Voske 농장에서는 샹피뇽으로 20%를, 포타벨라로 80%를 수확하여 판매되고 있어요. 포타벨라나 샹피뇽이나 버섯의 맛과 향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크기의 차이죠.”


포타벨라가 더 수익성이 높다면 다 포타벨라 크기로 출시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잠시, 손가락 하나 들어가기 어려워 보일만큼 빽빽하게 자라나고 있는 버섯들을 보며 저 버섯들을 그대로 둔다면 하나의 포타벨라도 클 수 없겠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포타벨라로 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작은 버섯들을 솎아내는 과정이 곧 샹피뇽을 수확하는 과정이었다.


버섯을 따는 일은 살짝 비틀어서 뽑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지만 빽빽하게 올라온 버섯들 중에서 남겨둘 것과 따낼 버섯을 구분하는 일은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해 보였다. 조금이라도 늦게 수확하면 버섯들끼리 눌려서 갓이 상하거나 모양이 뒤틀려 상품가치가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매일매일 적절하게 솎아주는 작업이 진행된다.


Voske 농장의 버섯생산량은 일주일에 약 15톤. 단순히 계산해도 하루에 2톤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때문에 하루라도 버섯을 따주지 않으면 버섯들이 서로 부딪히며 하루만큼 자라게 되어 불량버섯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Voske 농장에서 일하는 20명 남짓의 직원들은 새해 첫날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쉬는 날 없이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에너지 완전 자립과 폐기물 제로(waste zero)를 꿈꾸는 Voske 농장



Voske 농장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에너지 자급 및 폐기물 제로(waste zero)를 구현하는 것이다. 지붕에는 태양광발전을 위한 패널이 촘촘히 설치되어 있고, 창문마다 녹색의 태양 전지판이 장착되어 있다. 지열에너지의 활용을 위해 지하 70m 깊이에 관을 심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장의 냉/온수 공급에 활용하고 있는데 지역 농가들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열병합발전설비도 갖추고 있다.


또한 폐기물 제로(waste zero)를 위해 농장에 사용되는 물을 재활용하여 기존 버섯재배농장의 6분의 1로 줄이는 한편, 재배를 마친 배지는 퇴비로 공급하고, 버섯 재배 시 발생하는 CO2는 인근 딸기농장으로 공급하는 등 농장에서 발생되는 모든 부산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버섯을 수확하면 기둥 아래 부분을 잘라주는데 특히 포타벨라는 포장과 배송을 위해 더 많이 잘라낸다. 이렇게 잘라내는 부분이 전체 버섯의 10% 정도 되는데 버섯의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기에 인근 푸드뱅크 기업에 기부되고 있다. 푸드뱅크로도 보내지지 않는 흙과 포자가 묻어있는 최하단 부분은 주변 축산농가에 소의 먹이로 공급된다.


“이 기둥들은 매우 싱싱할 뿐 아니라 맛과 향, 영양 면에서도 훌륭합니다. 지금은 이 부분을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는데 향후 이 부분도 수익창출을 위한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확과정에서 잘라낸 버섯기둥들은 푸드뱅크나 인근의 농가로 보내 활용되고 있다.
수확과정에서 잘라낸 버섯기둥들은 푸드뱅크나 인근의 농가로 보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귀농인에게 사랑 받는 작물, 버섯



최근 국내에도 은퇴한 귀농인이나 영농조합 중심으로 버섯 스마트팜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주로 톱밥배지를 사용한 표고버섯이나 병배지를 활용하여 팽이버섯을 많이 재배하는데 다른 작물에 비해 변수가 적고 스마트팜 초기 구축에 필요한 자료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어 초보 농부들이 접근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버섯농장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태양광으로부터의 차단이다. 딸기나 토마토 등 다른 작물들은 일조량이 작물의 성장과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빛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가 매우 중요한 반면 버섯이 자라는 데에는 빛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벽돌로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지붕과 창문에 태양광에너지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농장지붕의 태양광패널과 창문에 설치된 태양전지판.
농장지붕의 태양광패널과 창문에 설치된 태양전지판.

광합성에 필요한 CO2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고 수정을 위한 호박벌도 필요 없으며 특별한 해충도 없다. 다만 바이러스가 없는 좋은 버섯종균이 배양된 배지를 확보하는 것과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줄 수 있는 공기순환시스템만 잘 갖춰진다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딸기나 토마토가 자라는 화사한 유리온실은 아니지만 1년 내내 덥거나 춥지 않고 미세먼지와 자외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일터라는 점에서 장애청년들이 일하기에는 참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탁월한 생산성으로 많은 장애청년들에게 꾸준히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구와 사람, 작물 모두를 위한 깨끗하고 안전한 대안



매일매일 귀여운 버섯을 따고 솎아주고 혹은 포장하고 가공하는 일은 반복적이면서도 새로운 일이다. 어제 자라나는 버섯이 다르고 오늘 수확하는 버섯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대량생산시스템이 마치 공장을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있지만 작은 생명이라도 키워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어제와 오늘이 같은 생명은 없다는 걸. 가끔은 마음 졸이고 가끔은 대견해서 말을 걸기도 하며 하루하루 작은 싹과 열매가 자라나는 것을 보는 일은 항상 행복하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유기농 작물을 지켜가는 일도 소중하지만 요즈음의 환경상태를 보면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키우는 작물들이 미세먼지와 중금속, 바이러스, 해충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현실적으로 지극히 어렵다. 어쩌면 작은 공간에서 최적의 환경을 컨트롤함으로써 여타의 공해 요인과 병충해 요인을 차단, 깨끗하고 안전한 작물을 키워내는 것이 사람과 지구, 어쩌면 작물 그 자체를 위해서도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Voske 농장에서 건강한 포타벨라를 공급하지 못한다면 이만큼의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엄청난 숲을 베어내야 했을지 모른다. 혹은 지금까지도 포타벨라가 중세 귀족들이나 먹었던 귀한 버섯으로 남았을지도.


하루하루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곳, 푸르메에코팜



푸르메재단에서 꿈꾸는 푸르메에코팜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작물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곳이다. 어느 한 편의 이익을 위해 다른 한 편이 희생하거나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른 문제점을 눈감아야 하는 그런 모델이 아닌 모두가 조금만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푸르메에코팜.


Voske의 버섯농장에서 푸르메에코팜이 가져가야 할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동글동글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양송이처럼 발달장애청년을 위한 꿈들도 작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더 자라날 수 있는 곳. 큰 포타벨라나 작은 샹피뇽, 동그란 갓이나 길쭉한 기둥이나 크기와 모양이 다를 뿐 모두가 본질적으로 같은 가치를 갖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그저 조금씩 다를 뿐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곳. 그래서 모두가 하루하루 조금씩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곳.


우리는 푸르메에코팜이 그 꿈을 이루어 나갈 첫걸음이 될 거라고 믿는다.


*글 : 임지영 팀장

*사진 : 정태영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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