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회복시키는 자연으로

가끔 우스갯소리로 “여행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행이 주는 짜릿한 경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형용할 수 없지만 분명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즐거움과 일탈의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 대단한 여행지가 아니라도 도심이나 내가 사는 지역을 떠나 잠시 자연 속에 머무르는 것으로도 스트레스 해소와 심적·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허브아일랜드 인공분수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허브아일랜드 인공분수

카플란(Kaplan)이라는 학자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석양, 구름, 눈, 단풍 같은 자연환경의 패턴에서 오는 매혹감(fascination)과 도심이나 일상을 벗어났다는 일탈감(being away),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환경 구성 요소의 확장감(extent), 그리고 자연환경과 개인의 감정과 성향이 어우러지는 조화(compatability)를 통해 심리적·정서적인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이 우릴 회복시킨다면, 지금 당장 집을 나서 가까운 자연 속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경기도 포천


명성산 산봉우리가 에워싸고 있는 경기도 포천은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자연이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다. 명성산(일명 울음산)에는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산기슭에서 터뜨려 그 통곡이 산천을 울렸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명성산을 병풍 삼아 잔잔한 물결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정호수는 포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주변 명성산과 망봉산의 작은 산봉우리가 어우러지는 산정호수의 새벽 물안개가 절경을 이룬다. 가을이면 산정호수 주변으로 은빛 자태를 뽐내는 억새가 가득해 포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포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포천석’이다. 그 품질과 빛깔이 우수해 1960년대 우리나라 건축 현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채석을 멈춘 폐석산이지만 병풍처럼 둘러싸인 절벽과 기암괴석에 인공 호수를 만들어 포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된 국립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1987년 개관한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의 역사와 현황, 미래에 대한 자료 1만 1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고, 22개의 전문 전시원과 아름다운 숲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또 경기도 포천은 본디 물이 맑기로 소문나 맑은 물을 원료로 하는 먹거리가 일품이다. 그 중 ‘이동주조’에서 빚어낸 이동막걸리는 포천이 자랑하는 특산품인데, 맑은 물로 빚어낸 손두부와 막걸리 한사발이 찰떡궁합이다.


허브아일랜드


포천의 여러 명소 중 포천 허브아일랜드는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서 심신과 정서의 회복을 누릴 수도 있으며, 재미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한 복합 테마파크이다. 처음 허브아일랜드로 들어서면 동화 속으로 빠져든 것 같은 아기자기한 경관이 눈에 띈다. 허브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답게 허브식물박물관의 규모 역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약 2,000평 정도의 실내 규모에 340여 종의 허브와 다양한 식물이 식재되어 있어 식물원을 들어서자마자 허브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만날 수 있는 허브식물박물관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만날 수 있는 허브식물박물관

허브식물박물관은 크게 3구역으로 나뉜다. 식물원 1관은 다양한 종류의 허브가 식재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상큼한 민트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시원한 민트향이 기분을 전환시켜준다. 민트길 양쪽으로 거대한 로즈마리 동굴이 있다. 손끝을 로즈마리 잎사귀에 스치면 은은한 로즈마리 향이 코끝을 간지럽혀 기분이 좋다. 식물원 2관으로 이어지는 길, 어디선가 상큼한 레몬향이 느껴진다. 골든레몬타임이다. 귀여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골든레몬타임을 쓰다듬으며 상큼한 향에 흠뻑 취해본다.


식물원 2관에는 열대지방의 초화류와 화목류, 덩굴식물이 있다. 커다란 잎사귀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식물원 천장에 닿을 기세다. 초록 나무 사이를 거닐다보면 잠시 열대지방으로 바캉스를 떠난 기분이 든다. 식물원 3관 ‘하늘정원’에는 스트레스 회복 효과가 뛰어난 유칼립투스, 상큼한 향을 자랑하는 레몬 버베나와 제라늄, 망고, 커피나무, 무화과나무, 금귤, 오렌지 등 과실나무가 있다. 그러나 식물원 3관은 이름처럼 높은 곳에 위치해 조금 수고스럽게 움직여야한다.



허브아일랜드 ‘추억의 거리’에서는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다.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거리가 왠지 친숙하다. 추억의 거리에 7080년대 우리 주변 골목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사진관, 한약방, 동네 점빵, 다방, 만화방, 포장마차, 옛 교실 등이 재현되어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먹던 불량식품이 떠올라 ‘쫀드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석쇠에 노릇하게 구운 쫀드기 한 입을 먹으니 옛 추억이 절로 떠오른다. 예전엔 평범했던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모든 것이 다시 새롭게 느껴진다.


70~80년대 학교를 재현한 추억의 거리
70~80년대 학교를 재현한 추억의 거리

잠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나를 회복시켰던 시간. 짧은 여행이었지만 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추억이 되고, 다시 그 추억은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여행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것이 여행이다.


여행 정보

- 이용요금 : 일반 6,000원, 장애인(3급 이상) 4,000원.

- 운영시간 : 평일&일요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토요일&공휴일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 편의시설 : 장애인 화장실은 관광안내소, 허브박물관, 농산물판매장, 아테네홀 근처 있음. 장애인 주차구역 있음. 주요 시설 입구 경사로 설치.

- 주요 접근성 : 허브식물박물관은 접근 가능(단, 식물원 3관은 오르막길이 있어 동행 필수), 추억의 거리는 휠체어로 접근하기 편의함. 허브아일랜드 규모가 넓고 가파른 지형에 조성되어 있어 일부 지점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함.


*글, 사진=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홍서윤은 장애인여행작가이자 현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에 재학 중이다. “당신이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나도 갈 수 있다”는 생각. 장애인 여행이라고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Tourism for All)이 뿌리내리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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