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갑작스런 병마로 누워 지내도, 가족에게 장애가 찾아와도, 어린 자녀가 장성한 어른이 될 때까지, 27년간 숨을 쉬듯 꾸준히 해온 나눔. 까만 머리가 반백이 되는 동안 든든한 삼촌, 아저씨, 할아버지가 되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아 준 사람, 제주에 심은 나눔의 씨앗을 서울까지 퍼트린 기부자를 만났습니다.


▲ 장애어린이에게 빛과 희망이 되어준 박종욱 기부자와 아내 윤연순 씨.

고통에서 싹튼 나눔


제주에서 교직생활을 한 박종욱 기부자(63)는 인생의 중대 고비를 나눔의 기회로 삼아왔습니다. 2003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하면서 자신처럼 병마와 싸우는 난치병 어린이·청소년들을 수소문해 손수 쓴 격려의 편지와 함께 치료비와 헌혈 증서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다 곁에서 헌신적으로 돌봐준 아내 윤연순 씨(62)가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한동안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아내를 통해 장애인의 어려움과 꾸준한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마침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고 있던 푸르메재단의 소식을 접하게 되어 1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 오랜 세월 어린이들을 도와온 사연이 담긴 파일첩을 보여주고 있는 박종욱 기부자.

“장애어린이에게 작게나마 빛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마포구 상암동에 개원한 어린이재활병원을 찾았을 때의 감격은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합니다. 주변의 따뜻한 관심으로 기적처럼 몸이 회복돼 2015년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수 있었다는 박종욱 기부자. 본인과 가족이 혹독하게 아파 봤기에 장애어린이와 가족에게도 위로가 되고 싶었다고 합니다.


마음의 빚을 삶의 빛으로


품에서 꺼내 보인 3개의 파일첩에는 ‘기부 이력’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후원 어린이와 단체들에게서 받은 감사 편지며 기부 증서, 언론 기사까지 고스란히 담긴 흔적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는 박종욱 기부자의 진심을 읽습니다.


나눔의 파장은 자녀들에게도 가닿았습니다. 아들은 푸르메재단의 정기기부자가 되었고, 딸은 해외 어린이와 결연을, 손주들도 기부자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에 큰 금액을 기부할 때도 자녀들은 한 목소리로 대찬성을 외쳤답니다.


▲ “나눔은 행복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며 계속 베불며 살아가고 싶다는 박종욱·윤연순 부부.

박종욱·윤연순 부부는 여전히 병원 검진을 받으며 건강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남은 생애 긴 호흡으로 베풀며 살아가는 일만큼은 놓칠 수 없습니다. “기부하면 한결 편안해지고 가벼워져요. 매번 해야 할 일을 마쳤다는 기분이 들죠. 나눔은 행복으로 가는 징검다리예요. 한 돌 한 돌 건너가다 보면 어느새 건너편 강가에 도달해 있듯, 한 번 두 번 나누다보면 행복의 세계에 와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장애어린이들의 홀로서기를 위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면서 정부와 더 많은 기부자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하길 바란다는 부부. 그 나눔 여정에 푸르메재단이 동행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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